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면서 국제 경기가 맥을 못 추더니 급기야 영국이 EU탈퇴(Brexit)를 결정했다. 모두가 함께 잘 살자는 유럽연합의 슬로건은 이제 나만이라도 잘 살자로 바뀌었다. 회원국들의 공동 이익이란 목적 아래 나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조여오는 경제는 나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만들며 불안감을 넘어서 펼친 손을 꼭 오므려 쥐게 만들었다.

영국이란 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위세가 만만치 않음에 따라 연발되는 파장은 유럽은 물론 폭탄처럼 세계 곳곳에서 흔들림이 멈추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탈퇴가 시발점이 되어 도미노처럼 EU회원국들의 이탈이 진행될 수도 있다. 경제 불황은 양극화의 갭을 키워 놓았고 이를 공동으로 감당하자니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타주의가 아닌 극이기주의로 자국을 챙기는 긴축살림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도 다른 나라 걱정할 처지가 못 된다. 최근 들어 출렁거리는 환율은 이제 더 종잡을 수 없게 됐다. 세계가 금융리스크 비상이다. 유럽의 경제 냉각은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만들어 꽤 오랫동안 멀미를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특히나 외세에 민감한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먼나라 불구경이 되지 못한다.

국내 경기도 아슬아슬한데 국제경기마저 슬라이드를 탔으니 심상치 않다. 세계로 세계로만 외치며 수출주도의 경제성장 전략들은 제대로 위기를 맞았다. 보호무역으로 철장을 내리고 외세를 내치는 그들을 어떻게 뚫고 들어갈지 당장 치열한 생존전쟁을 치러야 하겠다. 빚을 지면서까지 경기를 부양하고자 안간힘을 써도 안 풀리는 경제는 이제 극단의 처방으로 기존의 이론들을 모두 버려야 한다. 새로운 경제구도를 고려한 꼼꼼한 분석으로 시야 제로의 안갯길을 뚫어내야만 한다.

위기로 내몰린 투자가들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것이고 이에 따른 금융파고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느 한 나라의 위기가 아닌 세계적인 위기로 성장가도에서 겪는 것이 아닌 침체가도에서 겪어내야 하는 위기라 이를 버텨내는 것은 더 쉽지 않을 것이다. 설마 그럴라고 하면서 믿었던 영국의 이탈처럼 앞으로 얼마나 더 설마하며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 터질지 누구도 모른다. 크고 작은 리스크의 연발은 약해진 세계 경제에 제대로 타격을 줄 것으로 이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사회, 정치 및 외교에도 혼선을 가져올 것이다.

미미한 성장구조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경제테두리에서 누가 누가 오래 버티나 겨루기처럼 기초체력이 관건이 됐다. 먹고 먹히는 참으로 오랜만에 태고의 정글에 떨어진 것처럼 혼동의 시대를 뚫고 가야만 하겠다. 영국은 자신을 위한 자국민의 이기적인 선택으로 간당간당 서있던 세계 경제의 균형을 혼란으로 밀어 넣었다. 미래를 보는 선택이었다면 좋았을 테지만 이미 일어난 결론이라면 이에 대한 폐해가 최소한으로 미치도록 우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침체경제에서도 버텨내며 성장을 도모해 나아갈 수 있는 체력강화와 아울러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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