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신선식품과 17.5% 괴리
식료품 6.7% 올라 3년 만에 최대
출하량 감소로 과일 가격 오름세
사과·배 추석 전후까지 높을 전망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통계청이 소비자물가 지수를 발표한 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통계청이 소비자물가 지수를 발표한 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6.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올해 들어 식료품 물가가 7% 가까이 뛰어오름과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과채류 가격이 이달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연초부터 먹거리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이 크게 뛰면서 근원물가 상승률과의 괴리는 40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졌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오른 110.34(2020년=100)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작년 3월 4.0%에서 4월 3.9%, 5월 3.8%, 6월 3.3%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듬달 3.2%로 내려온 후 작년 8∼10월 3.1%를 유지했다. 작년 11월(2.9%)에는 20개월 만에 처음 2%대로 진입했다.

이후 작년 12월 2.8%, 올해 1월 2.5%로 떨어지면서 지난달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지난달 신선식품 물가지수는 작년 동월과 비교해 20.0% 급등했다. 2020년 9월 20.2% 상승한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신선식품 지수는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된 지수다.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 2.2%에서 높아지기 시작해 같은해 10월(13.3%) 두 자릿수대에 진입했다. 작년 12월(14.5%)과 올해 1월(14.4%)에는 나란히 14%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준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20.0%)과 근원물가 상승률(2.5%) 차이는 17.5%p에 달한다. 두 지수 물가 상승률의 괴리는 2022년 10월(18.6%p) 이후 가장 크다.

지난 1∼2월 식료품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6.7% 올랐다. 이는 1∼2월 기준으로 2021년(8.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별로 보면 식료품 물가의 상승률은 작년 9월 5.3%(전년 동월 대비 기준)에서 10월 6.9%로 뛰어오른 뒤 올해 1월(6.0%)까지 4개월 연속 6%대를 기록하다가 지난달에 7.3%로 높아졌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7%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10월(7.5%)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최근 식료품 물가의 상승은 과일 가격의 급등이 주된 배경이다. 작황 부진 등으로 사과 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른 대체 수요로 귤 등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과일 물가는 연일 상승 중이다.

식료품 중 과일 물가지수는 지난달 161.3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8.3% 뛰었다. 이는 1991년 9월(43.3%) 이후 3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다.

지난달 채소 및 해조도 작년 3월(12.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인 11.3%까지 오르는 등 식료품 물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과일·채소류 가격 상승으로 설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사과·감 등 과일이 판매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과일·채소류 가격 상승으로 설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사과·감 등 과일이 판매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6.

이뿐 아니라 이달에도 과일, 채소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시민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농업관측 3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토마토, 딸기, 참외 등 주요 과채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농경연은 이달 토마토와 대추방울토마토 도매가격은 각각 2만 3000원(5㎏ 기준)과 2만 4000원(3㎏ 기준)으로 전년 대비 43.9%, 11.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평년 도매가격과 비교하면 각각 51.8%, 34.1% 비싼 수준이다.

딸기와 참외 도매가격은 각각 2만 2000원(2㎏ 기준), 8만 5000원(10㎏ 기준)으로 예측했다.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7.7%, 5.1% 높은 수준이며 평년과 비교하면 33.1%, 20.9% 오른 가격이다.

과채류 가격 상승 주요 원인으로 농경연은 ‘출하량 감소’를 꼽았다. 토마토는 1∼2월 생육기 일조시간이 부족해 착과율(열매가 달리는 비율)이 낮아졌고 토마토가 커지고 익는 기간도 길어졌으며 대추방울토마토는 일조시간 감소로 착과율이 낮아진 데다 병해가 늘었다. 딸기, 참외도 역시 작황 부진으로 출하량이 감소했다.

이들 과채류는 현재 가격이 비싼 사과, 배 등 과일을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이다. 그러나 대체품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기상 재해 여파로 올해 사과와 배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지난달 하순 기준 도매가격은 모두 작년 동기의 두 배에 이른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햇과일이 본격 출하되는 추석 전후까지는 사과, 배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일뿐 아니라 다른 농산물 가격도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농경연은 이달 대파 1㎏ 도매가격이 295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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