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4일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이슬람-가톨릭 40년 유혈분쟁 종식에 획기적으로 기여한 민간 평화협정이 맺어졌다. 가톨릭, 이슬람 양측을 중재한 한국인 평화운동가는 바로 유엔등록 국제평화단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이만희 대표다. 1년 뒤 평화협정이 맺어진 마긴다나오주에는 HWPL 평화기념비가 2년 뒤 이슬람군 주둔지에도 HWPL 평화기념비가 세워졌다. 이후 민다나오 방사모로 지역에는 이슬람 자치구가 들어서고, 민다나오는 세계평화의 산실이 됐다. 이만희 대표는 어떻게 대통령도 하지 못한 평화협정을 이룬 것일까. 민다나오 평화협정 10주년을 맞아 의미와 과정, 이후 변화를 간략히 정리했다.
40년간 이어진 가톨릭-이슬람 분쟁
주민 12만명 죽어간 최악의 분쟁터
HWPL 이만희 대표 평화협정 중재
민다나오, 세계평화의 산실로 거듭나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
지구촌 곳곳에서 터지는 전쟁으로 3차 대전 위협마저 느껴진다. 세계사가 기록된 이후 언제나 있던 전쟁인지라 내가 사는 곳만 아니면 전쟁 발발 소식이 그다지 새롭지도 않다. 혹여 전쟁으로 인해 나와 우리나라가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가가 더 관심사다.
지구촌 전쟁 중 80% 가까이는 종교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그 내면을 파고들면 ‘종교의 다름’으로 인해 빚어진 것이다. 종교(宗敎)의 뜻은 ‘으뜸가는 가르침’이다. 이유는 땅에 속한 사람의 가르침이 아닌 하늘에 계신 신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결국 종교인끼리 싸워왔다는 것은 모양만 종교였을 뿐 하늘의 가르침이 아닌 사람의 생각을 배우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아시아 최악 유혈분쟁지, 민다나오
이처럼 사람의 생각으로 갈라진 종교로 인해 빚어진 분쟁 중 최악의 분쟁으로 꼽혀 온 것이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이슬람-가톨릭 간 분쟁이었다. 40년 넘게 같은 땅에 사는 주민들이 종교를 이유로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그 과정에서 12만여명이 죽어갔다.
필리핀이 스페인의 오랜 지배를 받아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것과 달리 14세기 민다나오에 건설된 술탄국 영향으로 민다나오는 이슬람 신자들이 주를 이룬다. 미국의 필리핀 식민시대가 막을 내릴 무렵 민다나오 주민들은 필리핀 정부에 독립을 요구했지만, 무력으로 민다나오를 합병한 필리핀 정부를 상대로 오랜 세월 투쟁을 벌였다.
정부군과 이슬람 무장군의 40여년 세월은 민다나오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단순히 평화를 잃은 것을 넘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서로를 향한 불신과 혐오는 미래의 꿈까지 잃게 했다.
이런 현실을 잘 아는 안토니오 레데스마 가톨릭 대주교는 2013년 9월 필리핀을 순방한 이만희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민다나오 평화를 위해 이 대표가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기적 같은 평화협정 “신이 하신 일”
당시 일정상 민다나오를 방문할 수 없었던 이 대표는 이듬해인 2014년 1월 24일 분쟁지역이던 민다나오에 평화사절단과 함께 방문했다. 여든 넘은 나이에 교전 중인 분쟁지역에 평화를 위해 간다는 것은 목숨을 건 일이었다.
이날 제너럴 산토스 시 한 호텔에 모인 민다나오 가톨릭-이슬람 지도자들에게 이 대표는 ‘창조주의 뜻은 전쟁이 아닌 평화’임을 일깨웠다. 그리고 “평화를 원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모두가 손을 들자 “그러면 나와서 평화협정서에 사인하라”고 했다.
현장에 있던 망구다다투 마긴다나오 주지사가 이슬람 대표로, 페르난도 카펠라 대교구 명예 대주교가 가톨릭을 대표해 평화협정서에 서명했다. 이날의 서명은 40년 유혈분쟁을 종식 짓는 서막이 됐다. 이후 예정됐던 정부군과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간 공식 평화협정도 순적히 진행됐다.
당시 민다나오 평화협정 서명식에 참석했던 페르난도 카펠라 가톨릭 명예 대주교는 “민다나오에 온 모든 가톨릭 주교가 살해됐다. 간절히 평화를 바랐는데 하나님이 이 대표를 보내주신 것”이라고 했다. 망구다다투 주지사 역시 “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었다”면서 “평화가 간절했다”고 말했다.
모두가 평화를 간절히 원하던 때 민다나오에 방문한 이 대표는 기적 같은 평화협정에 대해 “나를 통해 신이 이루신 것”이라고 했다. 이전에도 정부군과 MILF 간 평화협정이 체결됐지만 정치적으로 맺어진 평화협정은 번번이 깨졌다. 하지만 이 대표를 통해 아래로부터 맺어진 평화협정은 공식 평화협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민다나오 방사모로 지역에 이슬람 자치구가 운영되고 있다.
◆“HWPL이고, 이만희 대표라 이뤄진 협정”
민다나오의 40년 분쟁은 아시아 유혈분쟁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았다. 해서 사람들은 “민다나오에 평화가 오면 세계평화가 온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민다나오 평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때에 이 대표를 통해 기적처럼 민다나오 평화협정이 이뤄졌고,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민다나오는 평화의 산실로 거듭났다.
현지인들은 HWPL이 제공한 평화교재로 평화교육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평화를 꿈꾼다. 또한 가톨릭, 이슬람 주민 모두가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평화와 자유’를 누리고 있다.
2014년 1월 민다나오 평화협정 소식이 국내에 전해졌을 때 주요 매체, 특히나 민다나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기자들은 이 사실을 믿지 않았고 보도하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기자마저도 일회성 이벤트는 아닌지 의심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당시 현장을 보도했던 필리핀 PTV 엘리자베스 카친 기자를 2014년 9월 HWPL이 주최한 만국회의에서 우연히 만난 후 바뀌었다.
카친 기자는 “40년 분쟁에 지친 민다나오 주민들은 표를 위해 오는 정치인과 오직 평화를 위해 이역만리를 찾아온 이만희 대표의 차이를 금세 알아봤다”면서 “HWPL이고 이만희 대표였기에 이뤄진 평화협정이었다”고 강조했다.
10여년간 이 대표의 민다나오 평화협정을 폄훼하던 국내 개신교 대변지들도 이제 확연히 드러난 평화 성과에 입을 다물고 있다. 이 대표는 평화운동에 나선 이후 수많은 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받을 진짜 상은 평화”라며 평화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전쟁의 화마 거센 지구촌에 간절한 ‘평화’
두 해를 넘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지난해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중동전쟁에 최근 북한의 움직임마저 심상치 않다. 지구촌 유일 분단국이자 핵을 보유한 북한과 마주한 대한민국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전쟁 발발 위험이 큰 나라요, 평화가 간절한 나라다. 이 대표는 “평화운동의 종착지는 북한”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31년생인 그는 여든이 넘어 “전쟁종식 평화세계를 이루라”는 천명을 받고 32차에 걸친 평화순방을 통해 평화세계 구축을 위한 초석을 다져왔다. 모든 일은 시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마르틴 루터 한 사람의 끊임없는 외침이 부패한 교회 개혁을 넘어 중세사를 바꾸었듯이, 신은 평화세계 구축을 위해 한국인 평화운동가를 끊임없이 뛰게 만들고 있다.
민다나오 평화협정은 단순히 민다나오에 도래한 평화의 기적을 넘어, 창조주가 한 사람을 통해 순식간에 지구촌에 평화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다. 창조주의 뜻은 분명 전쟁 아닌 평화일 것이다.
꽁꽁 언 얼음장 밑으로도 봄은 온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깝다. 전쟁의 화마(火魔)가 더욱 거세진 지금 지구촌 가족들의 간절한 평화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전쟁종식 평화세계’가 홀연히 우리 곁에 도래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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