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지난달 체코 프라하 카렐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체코뿐 아니라 유럽에 충격을 줬다.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유럽도 더는 총격 사건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체코는 유럽연합(EU) 29개 회원국 중 총기 소지 관련법이 가장 허용적인 편으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벨기에 칼럼니스트인 위르겐 게르마이스(Jurgen Germeys)는 이번 사건과 관련 총기 난사 사건의 주 가해자인 젊은 남성들의 정신건강에 주목했다. 총기 허용 여부보다 이들이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서로를 북돋고 더 많이 지원하자는 것이다. 다음은 위르겐 게르마이스의 기고.

 

체코대 총격사건, 14명 사망

체코, 유럽서 총기규제 느슨

“총 자체에 문제 있진 않아

젊은男 야망, 옳게 유도해야”

위르겐 게르마이스
위르겐 게르마이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체코공화국 수도 프라하의 명문 카렐대학교에서 다비트 코자크(24, 남)가 총기를 난사, 14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은 끔찍한 총기 사고가 있었다.

범인은 6일 전 2개월 된 영아와 아기의 아버지, 그에 앞서 고향을 떠나기 전에는 친아버지까지 살해한 끔찍한 살인마였다. 모두 17명을 살해한 범인은 현장에서 무장 경찰과 대치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대학 총격 사건은 체코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다. 체코 총리와 정부는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지난달 23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유럽에서 총기를 이용한 대량 살상 사건은 흔하지 않지만, 2023년에는 무려 12건이 발생했다. 여기에는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려는 사람들의 행동도 포함된다.

이런 사건들은 주로 정신질환과 다양한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조합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종교적 극단주의에서 토지에 대한 논쟁까지, 다양한 충돌의 원천들로부터 끔찍한 총기 범죄가 비롯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총기에 대한 접근성 문제다.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총기 허가를 받기 어렵다. 총기 소유는 유럽 문화의 보편적인 부분이 아니다. 특히 서유럽에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소규모 총기를 소유하는 자체가 범죄 의도를 나타낼 수도 있다.

총기 소유 허가를 받으려면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과거 폭력 전과 등 범죄 기록이 없어야 한다. 각종 책임 있는 행동을 증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총기를 소유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런 요건들이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서유럽에서 총기 소유 허가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체코는 다르다. 체코는 헌법에서 총기 소유를 보장한다. 체코 사람들은 심지어 미국보다 남몰래 총기 휴대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람들이 더 많다. 체코의 경우 총기 면허가 금지된 유일한 시기는 파시스트와 공산주의자가 통치할 당시뿐이었다. 체코 정부는 심지어 개인에게 총기 다루는 교육을 제공, 올바른 총기 사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지난달 21일 체코 프라다 카렐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4명이 숨졌다. 사진은 사건 현장에서 총격범을 피해 난간에 매달려있는 학생들. (출처: SNS 캡처)
지난달 21일 체코 프라다 카렐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4명이 숨졌다. 사진은 사건 현장에서 총격범을 피해 난간에 매달려있는 학생들. (출처: SNS 캡처)

총기를 소유한 사람들은 그 총기 소유권을 포기하는 게 어렵다. 총기 소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간주해 매우 꺼려하기 때문이다.

총기 소유자들은 총기에 대한 법률 토론 때 총기 소유권을 유지하려고 더욱 강하게 주장한다. 그들은 총기를 소유하는 것이 나쁜 사람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총기를 가지는 것은 좋은 사람들의 당연한 행위라는 논리를 강변하는 것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지만, 오랜 기간 확고한 신념으로 굳어진 주장이다.

총기 소유는 감정적인 확신이며 때로는 편집증과 관련이 있다. 이는 이미 의심스러운 정신상태다. 때로 자기 자신을 해치기 위한 수단을 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없이 위험하다.

다른 사람과 같은 방에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총기가 없던 방에 갑자기 총기가 반입되면, 자기보호본능이 이미 잠재적인 위협을 인식한다. 이에 따라 방 안에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최근 프라하 카렐대 총기 난사 사건을 보면 범인이 건강하지 않은 정신상태를 갖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총기 난사 전에 자신의 아버지와 다른 젊은 남자, 그 남자의 어린 딸을 모두 죽였기 때문이다. 총기 난사 후 스스로 그 총기로 목숨을 끊은 점은 총기 접근성과 정신건강 문제의 교차점을 명백히 보여준다.

필자는 총기 소유 관련 법 강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싶다.

총기를 구매하는 개인을 막을 수는 없다.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총기를 살 결정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무슨 수로든 구입할 것이라는 얘기다.

사회가, 공동체가 이런 총기 범죄자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서로를 북돋고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이다.

인간은 서로를 저버릴 때 절망에 빠진다. 절망에 빠지면 자신의 삶, 더 나쁜 경우 별다른 죄의식 없이 무고한 타인들의 삶을 앗아간다. 이런 절망을 절대 조심해야 한다.

젊은 남성들이 가진 폭력성과 야망은 올바르게 유도될 때 해당 사회에 실질적인 가치로 구현된다. 진취적인 도전과 용기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체는 젊은 남성들이 가진 이런 폭력성과 야망을 좋은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

다행히 유럽은 젊은 남성들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참여시키는 데 뛰어나다.

총기사고는 총기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총기가 없어도 살인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총기가 허용되면 좀 더 손쉽게 강력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총기로 무고한 사람들에게 총알을 퍼부어 죽이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동체가 지혜를 짜내고 그 지혜를 반드시 실천하는 것이 바로 총기사고를 막는 핵심 중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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