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균출산율 2.3명으로
권장 2.1명보다 높은 수준

부자 국가들 저출산보다
지구촌 인구 급증 더 걱정

한쪽에선 기아로 숨지는데
민족·문화 보존만 중요할까

편집자 주

우리나라와 동아시아를 비롯한 몇몇 나라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런데 벨기에 칼럼니스트인 위르겐 게르마이스(Jurgen Germeys)는 일부 국가들은 인구가 줄고 있지만 지구촌 전체로는 인구가 느는 추세라며 저출산이 문제가 아니라 현재 있는 인구의 삶의 질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극단적으로는 출산율에 대한 걱정이 결국 자신의 민족만 숭고히 여기는 인종차별과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위르겐의 기고.

 

위르겐 게르마이스
위르겐 게르마이스

우리는 개별 여성이 아이를 낳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인구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묵적으로라도 여성들에게 임신을 강요하는 것은 극도로 부도덕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출산율에 대한 크고 작은 논란이 많이 일고 있다. 현대 사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에서 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본다. 지구 전체를 볼 때 과연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꾸준히 늘고 있다.

전 세계적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2.3명이다. 이는 권장되는 평균인 2.1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인류 전체로 볼 때 저출산 문제로 고통받는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다소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출산율에 대한 걱정과 논란은 자신들의 문화가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몫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기 나라, 자기 민족의 인구가 줄어든다고 인류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2024년 현재 전 세계 절반 이상의 국가들이 합계출산율 2.1명 미만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숫자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은 주로 가난한 곳에 있다. 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대개 부유한 나라다.

◆한정된 자원, 늘어나는 인구

한편으로 아이들의 사망률과 출산율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만을 고려해 그것을 토대로 불만을 표현하는 게 아무래도 논거가 부족한 이유다.

사회구성원들의 건강 관리 수준이 높고 정치가 안정돼 있으며, 경제 성장세가 건강한 수준에 접근할수록 인구가 더 적은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세계 인구가 스스로 증가하는 것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재앙이라는 생각이다. 일부 개별 국가의 저출산 문제보다 인류 전체의 인구 급증이 더욱 걱정되는 이유다.

경제학자 맬더스는 1798년 “인구 급증이 미래 세대의 자원에 대한 심각한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맬더스는 그렇게 예견하지 않았지만, 인구 증가에 대한 문제는 이미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세계사(史)상 이렇게 많은 인구가 이렇게나 풍족한 수준을 즐긴 적이 없지 않은가.

우리 지구인들은 정말 더 많은 인구 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까? 본질적으로 세계 인구의 상한선은 없는 걸까? 지구가 얼마나 지지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과학적 발견과 기술적 적용을 통해 지구 인구 상한선은 지속 높아져 왔다. ‘인구수 상한’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은 자주 자신들의 평가가 틀리다는 점을 발견한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인간이 만든 한계를 설정한다. 인간이 그 한계를 찾아내는 창의력을 통해 그 한계를 넘을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필자는 지구 전체 인구 증가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간은 아이를 낳는 능력이 여전히 탁월하다. 솔직히 너무 적게 낳는 것보다 너무 많이 낳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본다.

2022년 5월 2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빈민가에서 한 가족이 점심을 먹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약 600만명이 기근 속에 있다. (출처: 뉴시스)
2022년 5월 2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빈민가에서 한 가족이 점심을 먹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약 600만명이 기근 속에 있다. (출처: 뉴시스)

◆인구 수보다 전체적인 삶의 질 중요

지금은 삶의 질과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지구촌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는지, 너무 적은 수의 사람이 있는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언제나 양보다 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태어났을 때보다 이곳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미래 세대를 위해 개선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왜 사람들이 출산율이 낮다고 불평할까? 나는 이것이 다른 문화를 두려워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살리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문화를 보존하고 더 많은 아이를 낳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만약 어떤 나라가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출산율이 낮다면 이민을 허용하기만 하면 된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의 이민자들이 매년 더 나은 삶을 찾고 있다.

문제는 인구가 충분하지 않은 게 아니라 자신들이 올바른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인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우스꽝스러운 사고가 여전히 존재한다.

세계 곳곳의 가난한 아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출산율이 낮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들을 데려와 잘 먹이고 입히면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이민자들은 지역 경제에 많은 가치를 추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은 자신의 유전적 유산에 대해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로서는 해결책이 바로 문 앞에 있다. 더 나은 삶의 기회를 갖기 위해 자기 나라를 찾는 사람들을 기꺼이 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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