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후티 반군, 홍해서 이스라엘 선박 나포
후티 배후 자처 “가자 분쟁 종식하기 위함”
이란 개입설에 이란 “배후 아냐” 공식 반박
전문 업체들 “나포 방법 전형적인 이란식”

[사나=AP/뉴시스] 예멘 후티 반군 측이 공개한 영상 사진에 지난 19일(현지시각) 후티군 병사들이 탑승한 헬기한 대가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에 접근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기업이 보유한 선박을 모두 나포하겠다고 위협한 뒤 예멘 연안 홍해에서 화물선을 나포했다.
[사나=AP/뉴시스] 예멘 후티 반군 측이 공개한 영상 사진에 지난 19일(현지시각) 후티군 병사들이 탑승한 헬기한 대가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에 접근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기업이 보유한 선박을 모두 나포하겠다고 위협한 뒤 예멘 연안 홍해에서 화물선을 나포했다.
편집자 주

이란을 중심으로 형성된 ‘저항의 축’에는 레바논 헤즈볼라를 비롯해 시리아와 시아파 이라크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 등이 포함된다. 물리적으로 이번 가자지구 전쟁이 확전되지는 않았으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뿐만 아닌 결국 이들 저항의 축과 싸우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자지구뿐 아니라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헤즈볼라와, 홍해에서 후티 등 곳곳이 사실상 전쟁터인 셈이다.

최근 이스라엘 관련 선박이 연이어 예멘 부근 홍해에서 나포됐다. 지난 19일 나포된 갤럭시 리더호는 후티가 배후임을 자처했고 지난 26일 나포된 센트럴파크호는 아직 배후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후티가 거론된다. 앞서 후티는 가자지구의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나포하겠다고 직접적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선박 나포 사건의 ‘진짜 배후’는 이란이라고 판단한다. 후티는 ‘행동대장’ 격이란 설명이다. 이란은 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Shekoofeh Dadgostar Mansori)가 보내온 글을 번역해 게재한다. 그는 이란 출신으로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유럽과 튀르키예, 이란 등을 오가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 칼럼니스트.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 칼럼니스트.

예멘의 ‘안사룰라 운동(Ansarullah movement)’으로 불리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이스라엘의 유명 금융가와 관련된 선박을 나포했다. 이란 개입설이 돌자 이란 당국은 이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사건에 대해 이란에 책임을 물었다. 다만 이 선박을 이스라엘인이 소유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보복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됐다.

이스라엘 민간 선박에 대한 위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간 갈등과 이에 따른 더 넓은 파급효과를 상기시킨다. 후티 반군이 자신들의 지역적 이점을 위해 이-팔 분쟁을 활용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상할 때 영향력을 얻으려고 시도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후티 반군은 지난 19일에도 바하마 국적 자동차 운반 화물선인 ‘갤럭시 리더’호를 피랍했다. 189.2미터 길이의 자동차 운반선은 2002년에 건조됐고, 튀르키예에서 인도로 가는 중이었다. 영국 해상무역운영기구(UKMTO)에 따르면 이 사고는 예멘의 항구 도시 호데이다 해안에서 약 92.6㎞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화물선은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반다르 살리프(Bandar Salif)로 이전됐다. 언론은 이 선박의 자동식별시스템이 꺼져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알 자지라(Al Jazeera) 방송은 후티 반군 사령관의 말을 인용, “이스라엘 항구로 향하는 선박들은 항로를 바꾸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일부 선박이 이에 응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승선한 사람들을 ‘민간인(civilian)’ 또는 ‘세계인(international)’이라고 불렀다. 승무원 25명 중에는 불가리아와 필리핀, 멕시코, 우크라이나 시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선박 자체나 승무원이 이스라엘인이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대중교통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갤럭시 리더’는 이스라엘의 유명한 금융가 아브라함 라미 웅가르(Abraham Rami Ungar)가 설립한 래이 카 캐리어(Ray Car Carriers) 소유 자산이다. 웅가르 소유 선박은 종전에도 표적이 된 적이 있다. 가령 헬리오스 레이호는 2021년 2월 오만해 항해 중 수차례 폭격을 당했다. 당시 이란이 배후로 거론되기도 했다.

야햐 사레이(Yahya Sarei) 후티 반군 대변인은 이날 ‘갤럭시 리더’호 나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제휴하거나 교전 중인 모든 선박이 합법적인 표적이 될 것이니 위험한 행동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샤레이는 특히 자신들의 행위가 가자지구 대학살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작전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잔학행위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하메드 압둘살람(Mohammed Abdulsalam) 후티 반군 수석협상가 겸 대변인은 ‘갤럭시 리더’호 나포와 관련, “예멘 군대의 해상작전의 진가를 보여주는 조치”라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며, 말로만 떠벌리는 이스라엘과 달리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나=AP/뉴시스] 예멘 후티 반군 측이 공개한 영상 사진에 지난 19일(현지시각)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후티군 병사가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에 승선해 조타실로 접근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기업이 보유한 선박을 모두 나포하겠다고 위협한 뒤 예멘 연안 홍해에서 화물선을 나포했다.
[사나=AP/뉴시스] 예멘 후티 반군 측이 공개한 영상 사진에 지난 19일(현지시각)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후티군 병사가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에 승선해 조타실로 접근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기업이 보유한 선박을 모두 나포하겠다고 위협한 뒤 예멘 연안 홍해에서 화물선을 나포했다.

◆이란 극구 부인에도 “이란식 선박 나포”

후티 반군의 이스라엘 선박 나포의 배후에 이란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은 미국과 이스라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위험평가회사인 라나(RANA)는 “후티 반군이 채택한 전략은 이란 핵 프로그램으로 인한 긴장 이후 몇 년 동안 선박을 나포했을 때 이슬람 혁명 수비대가 사용한 전략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민간 정보 회사 암브리(Ambri)는 “후티 반군의 작전은 협상 영향력을 획득하기 위한 전형적인 ‘이란식’ 선박 나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암브리는 “작전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이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번 사건은 특히 앞서 미사일과 해상 기뢰만 활용해 왔던 후티 반군이 원격폭파장치 등을 활용해 상업용 해상 운송을 방해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테헤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대한) 일련의 혐의는 근거가 없으며 이스라엘 정권이 직면한 끔찍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선언했다. 카나니는 “이란은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저항군을 지휘하지 않는다”면서 “저항군들의 소속 국가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며 정부와 국가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란 사람들은 전쟁의 불씨가 이란으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서는 분쟁이 오랫동안 지속돼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고 있는 가자지구에 대한 안타까움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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