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얀마 군부와 협력 강화
미얀마, 중국의 핵심 전략국
해상 실크로드 남서쪽 교두보
과거 군부 시절 中 무역 활발

아세안, 中 미얀마 중재 기대
동시에 아세안 내 해결 강조

편집자 주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3년째를 향해가는 가운데 중국이 미얀마 군사정권과 소수민족 무장 저항군 사이의 중재에 적극 나섰다. 아직 각자의 주장만 있고 실제 합의 이행은 보이지 않지만 중국이 전보다 미얀마 사태에 깊이 개입해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은 이에 대해 중국과 미얀마의 관계를 주목했다. 중국에게 미얀마는 지리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하나인데다가 역사적으로 정치·경제·문화 교류를 지속해온 만큼 점점 악화하는 미얀마의 상황을 무시하기가 어렵다.

미얀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중국의 중재를 지켜보는 중이다. 중국의 중재가 잘 이뤄지면 좋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직접 나설 심산인 셈이다.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군부 쿠데타 이후 서방 세계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미얀마가 최근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021년 2월 1일 직전 해 11월 치러진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국가 고문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강제 구금한 뒤 비상사태를 선언, 민간 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했다. 11월 총선에서 선출된 미얀마 의회의 공식 개회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2월 5일 연금에서 풀려난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임시국회(CRPH)가 구성됐다. 저항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군부의 무차별한 유혈 진압이 계속되면서 그해 3월 28일 기준 사망자 수는 최소 459명, 체포·기소·선고된 사람은 3000명을 넘어섰다.

군부는 민간 정부의 구심점인 수치 고문에게 부패·국가기밀 누설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총 27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알려진 바와 같이 저항 세력을 유혈 진압해왔다.

이후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들 중심으로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반면 중국은 서방과 달리 미얀마 군부에 우호적 입장을 꾸준히 견지했다. 러시아 역시 중국과 비슷한 태도를 보여왔다.

저항군의 공세가 커지고 중국과의 국경에서 교전이 계속되자 중국은 미얀마 사태 중재에 적극 나섰다. 사진은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총사령관(오른쪽)이 지난 10월 31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회담에서 중국 공안부 장관에게 선물을 증정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저항군의 공세가 커지고 중국과의 국경에서 교전이 계속되자 중국은 미얀마 사태 중재에 적극 나섰다. 사진은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총사령관(오른쪽)이 지난 10월 31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회담에서 중국 공안부 장관에게 선물을 증정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역사적으로 미얀마 중시한 중국

중국은 쿠데타 이전 수치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권과 협력했다. 그런데 군부 쿠데타 이후에는 군정과도 손을 잡는 외교적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이는 중국이 미얀마와 2200㎞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울뿐더러, 중국 입장에서 미얀마는 중국의 남방해로 향하는 경로상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중국은 동남아 내륙을 거쳐 벵골만을 지나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행로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미얀마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는 핵심 국가들 중 하나다.

미얀마는 원유 수입 등 중국 대외 무역에서 매우 중요한 해상 실크로드의 남서쪽 교두보 역할을 한다. 중국은 쿠데타 이전부터 미얀마 인프라 시설 등에 적극 투자해왔다. 안다만과 말라카 해협 인근에 미얀마 새 해군기지 건설도 지원했다. 작년에는 미얀마 라카인주의 특별경제구역(SEZ)에 중국 국영기업인 파워차이나와 미얀마 슈프림그룹이 합작한 35㎿ 규모의 가스화력발전소가 준공되기도 했다.

양국 간 바닷길을 놓는 신항로도 개설했다. 중국 광시성 베이부만 항구에서 남중국해를 거쳐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으로 연결되는 신항로다.

이런 지리적 요인 외에도 중국과 미얀마는 역사적으로 과거부터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교류가 잦았다. 중국은 지난 50여년 군부 통치 기간에도 미얀마의 최대 무역 대상국이었다. 여러 이유로 막힌 미얀마의 해외투자를 뚫어주고,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서방의 유형무형 압력도 막아주는 중요한 파트너였다.

몇몇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미얀마의 정치 불안정과 인권 문제가 중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중국 최고 권력층에서는 사뭇 생각이 다르다. 군정 통치의 한 국면으로 치부하고, 군부가 장악한 미얀마와 좋은 관계를 계속 추구한다. 미얀마 내정에 침묵하며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에서 지정학적 가치가 가장 높다. 미얀마 군부는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아 고립되면 중국에 손을 벌렸다. 중국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얀마와 더 넓고 깊은 교류 협력을 강화했다. 모두 안정적인 지역안보를 꾀하는 차원이다.

미얀마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 이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태국과 중국에 대한 해양 천연가스 수출이 국가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미얀마 경제는 그러나 지난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최근 거의 20% 위축됐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국민들의 세금 보이콧으로 국가 재정은 급격히 악화됐다. 미얀마가 중국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하게 된 이유다.

러시아도 미얀마 군정에 호의적이다. 러시아는 2008년 이후 중국(15억 달러)에 이어 미얀마에 대한 무기 수출 2위(8억 3500만 미국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무기 판매를 계기로 군사적 협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미얀마 샨 주의 한 육군 전초기지를 탈환한 소수민족 무장단체 대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11월 24일 미얀마 샨 주의 한 육군 전초기지를 탈환한 소수민족 무장단체 대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내정 무간섭 원칙 아세안, 中 역할 기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은 중국과 미얀마의 밀착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과의 좋은 관계가 미얀마 문제의 숨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베트남 등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 사이에 온도차는 있다.

서방국가들은 미얀마 사태에 꾸준히 비난 성명을 내며 군부를 압박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비록 성과는 없었지만 나름의 미얀마 해법을 고심해왔다. 미국이 ‘괜찮은’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실망감은 중국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미얀마 문제를 풀 완벽한 해결사로 보지는 않는다. 아세안은 현 시점에서 미얀마 갈등 당사자들은 직접 협상을 자체적으로도 이끌어 낼 수 없다. 더욱이 강대국의 중재가 큰 역할을 할 상황도 아니다.

미중 전략경쟁 와중에 미국에 대한 실망감이 중국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아세안 입장에서는 중국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할 경우에도 딱히 손해 볼 게 없다. 중국이 미얀마 내정의 중재자 역할에서 실패하면 아세안이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세안 10개 회원국들은 정치체계와 경제발전 수준과 단계, 인종, 종교 등이 모두 다르다. 지난 2008년 발효한 아세안 헌장 2조에는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 등을 아세안 공동의 가치이자 기본원칙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회원국 간 내정 불간섭 원칙이 확고하다. 이는 회원국 모두가 강대국 패권 경쟁에 휘둘리지 말자는,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얀마 사태 해결 주체는 당연히 아세안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아세안 내에서 차츰 커지고 있다. 아세안은 지난 3월 2일 특별외교장관회의를 열어 미얀마 해법을 아세안이 주도해 마련하자는 ‘아세안 중심성’을 거론했다. 적극 개입을 시사하는 이례적인 성명으로 풀이됐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제안한 아세안 긴급 정상회의 요청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적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얀마 사태는 장래 아세안의 붕괴까지 부를 중차대한 이슈다. 이 위기를 아세안의 구심력을 드높일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아세안은 스스로 역내에 신냉전의 전선을 긋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다. 어느 회원국도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들과 갈등을 빚거나, 대립을 자처하지 않는다.

다만 중국이 해결사 노릇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새 해법을 찾을 계기,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아세안의 중심성과 역할론이 다시 부각될 수 있는 계기라는 점을 주목한다. 미중 경쟁이 초래할 신냉전의 전선이 역내에서 그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미얀마가 아세안 체제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아 나서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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