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대에도 유엔 결의안 승인
구속력 없어도 세계 여론 척도
“즉각 전쟁 끝내라”는 메시지

편집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두 달을 넘어섰다. 이 기간 2만명에 달하는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며 금세기 최악의 분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가자지구에서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Shekoofeh Dadgostar Mansori)가 보내온 글을 번역해 게재한다. 그는 이란 출신으로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유럽과 튀르키예, 이란 등을 오가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 칼럼니스트.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 칼럼니스트.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 이스라엘과 가자 사람들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했다. 미국은 세계가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즉각 전쟁을 끝내라!”는 유엔총회(UNGA) 결의안의 메시지는 매우 명확했다.

가자 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휴전 요청은 지난 12일 유엔총회에서 승인됐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계속되는 가자지구 공격으로 인해 점점 더 고립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였다.

압도적인 표결로 채택된 결의안은 전 세계 여론이 이스라엘에 가하는 압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193개국이 참석, 153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10개국만 반대표를 던졌고, 23개국이 기권했다. 결의안에 반대한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외에 오스트리아, 체코, 과테말라, 라이베리아,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파푸아뉴기니, 파라과이 등 8개국이 포함됐다.

이번 유엔총회 결의안은 10월 7일부터 시작돼 10월 15일 전면화된 적대 행위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 두 번째 결의안이다.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한 결의안은 10월 27일과 11월 5일 각각 발의됐는데, 모두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리야드 만수르(Riyad Mansour)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는 투표 후 연설에서 “유엔총회가 보낸 강력한 메시지가 오늘을 역사적인 날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전쟁과 우리 국민에 대한 침략 행위가 끝날 때까지 이러한 방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책임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유엔총회를 통과한 결의안은 미국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지지하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얼마나 고립돼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스라엘은 분명히 유엔총회 결의안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할 것이다.

◆“美보다 EU가 먼저 휴전 요구 어려워”

미국은 다른 모든 국제적 메커니즘을 막론하고 이스라엘이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백악관은 아마도 종전보다 이런 압력의 중요성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표결에 앞서 평소보다 더 강한 어조로 “이스라엘이 ‘무차별 가자지구 폭격’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지지를 잃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또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극우세력으로 구성한 내각을 즉각 교체해야 한다는 경고로도 읽혔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분쟁에 관한 새로운 유엔 결의안에 대한 역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자 “미국이 길을 닦을 때까지 EU가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을 요구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 8일 모든 인질의 무조건 석방과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심의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미국만 이 제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아랍과 이슬람 국가들은 지난 15일 “미국이 전쟁 종식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동일한 요청이 포함된 결의안을 표결하기 위해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엔총회의 결의는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총회 결과는 지구촌 민심의 중요한 척도 역할을 한다.

이 결의안에는 하마스에 대한 언급이 없다. 유엔총회는 이 극단주의 조직을 포함하는 두 가지 수정안을 거부했다. 그 중 하나는 미국이 제안한 것으로, ‘하마스의 극악무도한 테러 공격을 명백히 거부하고 비난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유엔총회 결의안이었다.

오스트리아가 내놓은 또 다른 제안에서는 ‘하마스가 아직 억류하고 있는 모든 수감자들의 즉각 석방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벌써 2개월을 넘어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은 전례 없는 수준의 사상자와 주거지 파괴를 불렀다. 가자 북부의 수많은 주거 지역이 파괴된 것 외에도 1만 8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어린이와 여성이 사망자의 70%를 차지하며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중 80% 이상이 집에서 쫓겨났다.

데니스 프란시스 유엔총회 의장은 “민간인에 대한 군사적 공격, 인도주의 체제의 붕괴,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에 대한 심각한 무례함을 세계가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이런 고통은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행동을 취하려면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을 봐야 하는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살인은 끝나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