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묘묘 유튜브 캡처.
타로묘묘 유튜브 캡처.

점 보는 기독청년 ‘47%’
“교회가 불안 해결 못해”
신자 충성도 계속 떨어질 것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이른바 ‘모태신앙인’ 이모(23, 여)씨는 최근 가족과 부딪혔다. 신년을 앞두고 친구들과 운세를 보기 위해 어머니께 태어난 시간을 물어봤다가 ‘하나님 믿는 사람이 어떻게 점을 보냐’며 도리어 꾸중을 들은 것이다. 이씨는 “올해가 너무 힘들어 내년 운세가 궁금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혼날 일인가 싶다”며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도 사주카페를 방문하거나, 재미로 타로나 운세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연말을 맞아 무당이나 철학관을 찾아가 사주·운세·타로·점 등을 보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교회나 성당을 다니는 종교인들도 적지 않다.

점이나 운세를 보는 것을 미신과 우상을 섬기는 주술적인 행위라고 여기는 교회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청년들의 종교에 대한 인식이나 소속감이 약화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서울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무속인 A씨는 “많지는 않지만 기독교인도 고민을 갖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신년 운세를 보거나 결혼 상대자와의 궁합을 보기도 한다.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20대가 제일 많다”고 말했다.

A씨의 발언과 같이 교회를 다니는 젊은 기독 청년이 점집을 찾는 현상이 이미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1월 (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이 전국 만 19~34세 개신교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독 청년 인식조사: 가치관, 마음, 신앙’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점·사주·타로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이들이 45.7%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 청년 절반 가까이가 점·사주·타로를 경험한 것이다. 또 점·사주·타로 경험률은 여성일수록, 신앙생활 기간이 짧고 신앙 단계가 낮을수록 높았다.

이보다 앞서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개신교인의 23%가 ‘최근 5년 이내에 점을 봤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을 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 중에서는 ‘사주팔자(사주명리)’가 49%로 가장 높았고, 이어 토정비결(40%), 타로카드(31%), 신점(16%) 등 순이었다.

20대 중에서는 ‘타로카드’가 55%로 가장 높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민형 성결대 교수는 “따지고 보면 청년들의 막막한 현실을 교회가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점·사주·타로는 불안할 때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막막한 현실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기 위해 타종교 활동에도 참여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점과 사주에 매우 보수적인 교회 입장에서 기독 청년들의 이러한 활동은 다소 충격적일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 종교에 의지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커지는데, (점·사주·타로를 보는 기독 청년에 대한 통계 결과는)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충분히 답을 제공하지 못하는 등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확증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김진호 제3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은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회도 가고, 사찰도 가고, 성당도 다니는 이른 바 종교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신도 층이 실제로 꽤 많다”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신도 경계는 앞으로 계속 낮아질 것”이라면서 “개신교인이면서 점을 보거나 타로를 보거나 하는 경우가 느는 것은 현재 한국사회가 종교 귀속 의식에 매여 있는 신도보다는 이미 여러 종교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성경에서는 무속 행위를 금하는 내용의 구절이 등장한다. 교계에서는 ‘복술자나 길흉을 말하는 자나 요술하는 자나 무당을 너희 중에 용납하지 말라(신 18:10∼11)’ 등 구절을 들어 무속을 금기시하고 있다. 한 목회자는 “기독교인이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지 않은 행위”라며 “성경 말씀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하나님의 참뜻을 찾길 간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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