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 여야 종교 표심잡기

종교 단합력 등 선거 영향 커

“평화‧통합 공감대 노력 필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통도사 정변전에서 중봉 성파대종사 예방 후 단체 사진 촬영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통도사 정변전에서 중봉 성파대종사 예방 후 단체 사진 촬영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인사들이 기독교와 불교 등 종교계를 방문해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종교계 표심을 의식해서다. 시대가 변해도 종교가 선거판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선거 시즌 종교계 예방은 필수적인 일이지만, 종교에 대한 편향적인 발언이나 행보를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후 천주교와 대한불교조계종, 천태종 등 각 종교계를 예방하고 있다. 지난 12일 신년하례법회가 열리는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해 조계종 종정예하 성파대종사를 예방했다. 한 위원장의 종교계 표심 잡기 행보는 지난달 29일 한국 천주교 원로 고(故) 정의채 몬시뇰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어졌다. 지난 9일에는 천태종 총본산인 충북 단양 구인사를 찾아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스님을 예방했다. 구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어려울 때 찾아 힘을 받은 곳으로도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구인사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재차 찾으며 각별한 인연을 자랑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구인사를 창건한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12주년을 기념하는 봉축 법회에 참석해 “천태종과 구인사의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따듯한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해지길 바란다”며 “국민의힘 역시 대조사님의 깊은 뜻을 배우고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더욱 최선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축사를 전했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종교계 민심 잡기 행보에 나섰다. 한 위원장에 이어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성파 대종사를 만나 불교계 의견을 청취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해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예하 성파대종사를 예방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해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예하 성파대종사를 예방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여야 정치권을 막론하고 종교계를 찾는 것은 선거철 익숙한 풍경이다. 종교계의 단결과 단합력, 투표 참여율 등은 선거에서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종교계 민심이 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부정적 이슈에는 더욱 민감하게 대응하기도 한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경우 지난 2022년도 국정감사에서 경남 합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라고 지칭하고, 불교계를 ‘봉이 김선달’로 표현했다. 불교계에서는 정 의원의 출당을 요구하고 민주당을 규탄하는 승려대회를 여는 등 거센 반발이 일었다.

대선을 앞두고 당시 불교계 반발이 심상치 않자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우리 식구 중 하나가 국정감사에서 과한 표현으로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드려 저도 대표할 자격이 있다면 대신 사과를 드린다”고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종교 비율은 개신교 20%, 불교 17%, 천주교 11%, 무교 51%, 기타종교 2%다. 탈종교가 이어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종교인 비율은 전 국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015년 통계청 인구총주택조사 기준 불교 신도 수는 761만 9000여명으로 집계됐다.

개신교계도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무속신앙 논란이 일자 성경책을 들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해 찬송가에 맞춰 박수를 치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2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 신년 주일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신년 주일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2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 신년 주일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신년 주일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종교계 표심에 민감한 정치인들의 행보는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종교계 방문은 선거에 필수적이라면서도, 분열이나 갈등을 야기하는 발언이나 행보 등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선거 기간에 한 표를 더 호소하기 위해 종교계를 방문하거나 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면서 “종교인들과 공감대를 이루고 한반도 평화나 사회 통합을 논하는 것은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자신이 믿는 종교를 근거해 타 종교에 대한 비난을 하거나, 근거 없는 주장을 해서 오해를 부르는 메시지는 조심해야 한다”며 “정치적인 목적으로라도 평화와 화해가 아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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