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프로야구가 페넌트레이스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팀마다 최소 132게임을 했으니 지난해처럼 126게임을 소화했던 시즌 같았으면 이미 레이스를 끝내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했어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재 1위팀 삼성 라이온스와 2위팀 NC 다이노스는 선두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또 가을잔치에 남은 마지막 티켓 한 장, 5위에 안착하려는 팀은 SK, 롯데, KIA, 한화 등 무려 4개팀이나 몰려 있어 10월 3일 마지막 일정까지 경쟁이 뜨겁기만 하다.

페넌트레이스 4연패와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이룬 삼성은 올 시즌에도 챔피언이 되기 위해 고삐를 바짝 조이는 가운데 NC와의 승차가 ‘2’여서 섣불리 판단할 수가 없다. 앞으로 10번 남짓 남은 게임에서 1위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겠고 마지막에 들어와서도 치열한 5위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인데, 5위와 8위팀 간 승차는 2.5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SK, 롯데, KIA, 한화 네 팀 중 어느 팀이든지 가을잔치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가 있는 희망은 있다.

그렇지만 최근의 경기 상황을 감안해보면 어느 정도 예견해볼 수 있는 바, 롯데와 한화를 비교할 만하다. 한화 이글스는 전반기를 마칠 때만 해도 한화팬들이 기쁨을 물씬 맛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3년 연속(2012∼2014년) 리그 꼴찌를 했던 한화가 2007년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두어냈던 것이다. 한화 야구가 2015년 KBO리그 최고 흥행 상품이 되면서 야구팬들은 올해 감독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의 조련술을 두고 야신(野神)임을 치켜세웠다.

한화가 전반기 84경기 중 44승(40패)으로 리그 5위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불펜투수들의 혹사 논란이 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아랑곳없이 박정진(55경기), 권혁(50경기), 윤규진(31경기) 선수 등 마무리 3총사를 풀가동시켰고, 후반기 경쟁에 우위를 점하려고 했지만 불펜진의 자책점이 늘어나면서 현재 8위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한화의 역전패가 총 37번으로 10개 팀 중에서 가장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불펜을 지켜내는 힘이 떨어졌다는 증명인 것이다.

이에 비해 롯데는 후반기에서 보인 성적은 괄목할 만하다. 전반기를 8위(39승 46패)로 마감하면서 자칫하면 9위까지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9월에 놀라운 약진을 보이며 5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롯데가 수직상승하는 원인은 손아섭 선수의 부활과 5위를 다투는 다른 팀의 동반 몰락 등 운도 따르지만 홈런포를 가진 거포들이 건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체 선수 중에서 홈런더비 5위 강민호(31개), 6위 최준석(29개), 7위 짐 아두치(28개), 공동 12위 황재균(24개) 등 네 명의 선수가 112개 홈런을 치면서 고비 때마다 승리를 견인해왔다.

이같이 가을잔치 마지막 주인공이 되려고 SK 등 4개 팀이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문득 떠오르는 행정학이론이 있다. 그것은 전반기만 해도 올해 KBO리그 최고 흥행사, 한화의 야신 김 감독의 조련술에서 기인된 것이다. 김 감독은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다’는 지론으로 시합 도중 선수들에 대한 문책성 교체가 잦았다. 실수를 하거나 허슬플레이가 나오면 시합 중에도 가차 없이 교체했던 바, 그럴수록 한화 선수들은 스트레스와 부담감도 커졌던 것이다. 한화 야구를 행정학 초기이론으로 유명한 과학적 관리법과 호손의 인간관계론과 접목해본다. 19세기말 미국에서 발전돼온 과학적 관리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일류의 노동자만이 달성할 수 있는 명확하게 정한 과업을 충분히 주고, 완성자에게는 높은 대가를 주되 실패자에게는 손실이 있게 해서 엄격하게 관리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절약과 능률운동을 촉진시키기는 했으나 인간적인 요인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을 받는 등 반대목소리가 컸던 건 사실이다.

반면에 인간관계론은 인간은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심리적 동기나 사회적 관계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으로 비공식적 의사소통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호손 실험을 통해 나타났지만 종업원의 작업이나 생산성은 감독자가 육체적으로 가능한 양이라고 판단해 부여하는 작업량에 따르지 않고 그들의 자생적·비공식집단 내에서 합의한 사회적 규범에 따라 작업하고 생산한다는 사실이 규명됐으니 인간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이론이었다.

프로야구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행정학 언급이 생뚱맞을 수 있겠지만 비단 운동경기뿐만 아니라 어떠한 조직·단체에서의 일이든 구성원이 하고자하는 의지에 달렸다는 생각에서다. 올해 가을잔치 티켓 한 장을 쟁취하기 위해 한화의 김 감독은 이제 남은 경기에서 선발·마무리투수의 보직에 구애됨 없이 독려할 테지만 프로야구가 올해로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야신의 별난(?) 리더십에 힘입어 한화 이글스가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을지 팬들은 궁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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