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낙양(洛阳)의 타는 듯 가을풍경을 보냅니다
[아침평론] 낙양(洛阳)의 타는 듯 가을풍경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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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박 선생! 이 가을을 어떻게 잘 보내시는지요? 온 산에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때 중국여행을 떠나와 낯선 여행지에서 소식을 전합니다만 지금쯤은 설악산과 오대산 단풍이 절정기를 이루고 있겠지요. 그 사이 저는 카이펑(開封)여행을 마치고 뤄양(洛阳)에서는 숭산, 소림사, 용문석굴 등 이곳 유명 관광명소를 둘러보았답니다. 가는 곳마다 중국 각지에서 관광 나온 인파들로 넘쳐났고, 가을 산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어 그 풍경들이 아름답기 그지없지요.

지난주에 여행 와서 맨 먼저 들른 개봉은 중국 북송시대 화가 장즈이돤(张择端)이 그린 청명상하도(清明上河图)로 유명하지만 우리에게는 ‘포청천’으로 더욱 알려져 있는 곳이지요. 여기에 와서 옛날 포공이 집무했던 개봉부를 구경하며 모습들을 자세히 보니 더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안 사실이지만 송나라 때 수도였던 개봉은 황허강 범람으로 인해 9m 아래에 묻혀버렸고, 현재 개봉부는 옛 개봉부 크기의 4분의 1로 축소해 새로 건설된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개봉부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 하니 대단하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듯 포청천은 송나라 시대의 명 재판관이지요. 북송시대에 개봉부에 근무한 판관은 모두 183명으로 평균 임기는 9개월에 지나지 않았고, 그중에서 포공이 1년 4개월간 봉직해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개봉부 판관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공명정대한 판결은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알고 있으니 지도자의 훌륭한 업적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는 게지요. 입구엔 당 태종의 글, “너의 녹봉은 백성의 기름, 백성을 학대하기는 쉬우나 하늘을 속이기는 어렵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더욱 귀감을 주는 듯합니다.

개봉에서 개봉부, 청명상하원 등을 보고서 낙양으로 왔지요. 낙양을 두고 오늘날 ‘구조고도(九朝古都)’라 부르고 있는 바, 그 이유는 옛 중국의 주(周), 한(漢), 위(魏), 서진(西晉), 북위(北魏), 수(隨), 당(唐), 후량(後梁), 후당(後唐) 등 9개 나라 왕조를 이으면서 1000여년의 세월 동안 이곳을 도읍으로 삼았다고 해서지요. 송대 역사학자인 사마광은 ‘(중국)역사의 흥망을 알고 싶거든 낙양성을 보라’는 말을 남겼고, 지금도 중국인들은 과거 중국 대륙이 낙양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는 말에 수긍하면서 낙양의 역사를 흔히 ‘중국 역사의 축소판’으로 알고 있답니다.

낙양은 중국 수천년 역사의 고도라서 그런지 이곳에서는 볼거리가 아주 많았지요. 불교사원인 바이마쓰(白馬寺)는 중국 최초로 불교가 전파된 곳답게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며, 중국 3대 석굴 중 하나이자 중요한 문화재로 꼽히는 룽먼(龍門)석굴, 쑹산(崇山)과 소림사(少林寺) 등에는 중국 국내관광인들도 많지만 미얀마, 인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도자들이 중국을 방문할 때 한 번씩 들르는 도시가 됐답니다. 또 “낙양 여경문에 올라보지 않고 낙양을 봤다고 하지 말라”는 말이 있음을 알고 찾아본 여경문은 지금은 비록 화려한 옛 도읍의 흔적이 사라졌지만 그나마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낙양의 상징 장소로 손색이 없다고 말합니다.

낙양과 관련해 우리가 가끔 들어보는 말이 생각납니다. ‘낙양의 종이 값이 오른다’는 뜻을 지닌 ‘낙양지가귀(洛陽紙價貴)’는 책이 호평을 받아 불티나게 팔릴 때 사용되는 말인즉, 저자 누구에게든 꿈의 용어이기도 하지요. 또 경기민요 성주풀이에 나오는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 노래를 그냥 따라 흥얼거리기도 했으나 ‘십리허(十里許)’는 십리쯤 되는 곳임을 처음 알았으니 내심 흐뭇하기도 하답니다.

박 선생! 이번 중국의 중원 여행은 상해를 거쳐 개봉과 낙양에서 고도의 풍물거리 등 좋은 구경을 하고서 내일은 정주에 가려고 합니다. 가을이 한창 익고 있는 시기라서 그런지 이곳 이역의 자연경관이 절경인데다가 중국 고대의 역사가 듬뿍 묻어나는 지역이니 어느 곳 하나 섣불리 지나칠 수가 없군요. 제가 1년에 두세 번씩은 중국여행을 다녀보지만 고도(古都)나 역사문화지를 다녀보면 거의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기 다른 느낌을 받는 바, 그것은 중국의 광대함과 고(古)문화가 빚어내는 역사적 향기로 인해 중국문외한인 제게는 신비감으로 다가옵니다.

정주에서는 황하문명의 발원기에서 청조시대까지 이 지방일대의 13만여점의 유물이 소장돼 있는 후난성(河南省)박물관과 가을빛이 아름다운 운대산 등을 둘러보고 중원여행을 끝마칠까합니다. 낯선 이국에서 자유여행을 하려니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역의 생경한 멋과 맛에 휩쓸리다보면 고생도 잊게 마련이지요. 말씀드렸지만 박 선생도 기회가 나면 어디든 자주 여행하시길 권합니다. 여행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삶의 여유와 문명의 빛을 가져다주기에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마력이지요. 가을의 한가운데서 만나는 이역의 풍경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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