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영덕원전 건설은 주민의사가 핵심이다
[아침평론] 영덕원전 건설은 주민의사가 핵심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불의 발견은 인류 생활과 사회 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음식이나 난방, 산업 전반에 걸친 엄청난 혜택은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바와 같다. 원시인이 발견한 ‘제1일의 불’은 음식 익히기와 추위를 막아주었고, ‘제2의 불’인 증기기관이나 다이너마이트는 교통이나 산업발전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다. 또한 인류는 ‘제3의 불’이라 일컫는 원자력으로 인해 생활 전반과 산업의 각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음은 부인할 바가 없다.

이처럼 불은 인류에게 가져다준 유용성이 매우 크지만 그 반면에 불로 인한 피해나 우려도 상존해왔으니 강력한 파워를 가진 것일수록 인류가 갖는 불안감이 더 커진 것도 사실이다. 각 국가가 산업발전 등을 꾀하고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게 되자 그 여파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1978년 4월에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가 건설, 가동됐다. 그 이후 원전은 지속적으로 건설돼 현재 23기가 경남북과 전남지역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지난 7월 확정·고시된 정부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에 의하면 대진(강원 삼척) 1·2호기와 천지(경북 영덕) 3·4호기가 각각 포함돼 있고 그중 원전 2기를 2026∼2029년에 삼척 또는 영덕지역에 건립할 예정으로 있다. 이와 관련해 삼척에서는 주민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영덕군민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주민투표를 적극 원하는 실정이다. 비교적 순조롭게 원전 건설이 진행되던 후보지 두 지역에서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 180도로 돌아서서 지금까지 갈등을 빚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원전 건설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국가계획으로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원전이 들어서는 영덕지역의 주민들도 과거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교훈에서 얻은 주민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니 양쪽 의견은 모두가 정당성을 지닌다. 국가계획이 지역사정으로 곤란을 받아도 안 되겠지만, 주민이 자신의 안전을 위한 자구적 노력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국가로부터 방해받거나 거부당해서도 안 될 일이다. 원전 건설과 관련해 정부는 안정성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결국은 일본 정부의 원전 안전성 담보와 원전 운전원의 안전 자신감 팽배가 한몫을 하게 된 것임이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발표된 핵심 내용이니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필자는 언젠가 ‘원전에 관한 국민 반응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중 ‘원전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8명, 원전 추가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은 10명 중 5명이었다. 그러나 자기네 고장에 원전을 만들자는 것에 대해서 10명 중 2명만 찬성하고 8명은 반대한다는 것인데, 그 중요한 이유가 ‘원전은 불안하다’는 이유로 방사능 유출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자료를 보면서 필자는 지역이기주의라기보다는 국민 누구든지 자신의 안전을 국가발전보다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 수긍을 했다.

영덕군청 옆마당에서는 원전 건설 반대자들의 천막 농성이 진행 중이다. 반대 주민 대표들이 원전 폐해에 관해 주민들에게 홍보하는 가운데, 전국 환경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도 각 지역에 원전 건설 반대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주민들이 반대에 동참하기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한수원에서는 원전 건설을 위해 지역신문 전면광고와 함께 쌀 지급 등 물량 공세로 이어지며 활동이 전개되고 있고, 영덕주민들은 찬반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11월 중순경 실시할 예정이다.

영덕지역의 원전 찬반활동은 2000년 초기부터 있어 왔고, 지역 전체의 찬반 수용성도 반대와 찬성을 거듭해왔는데, 문제는 단체장 의사 등에 따라 지역 내 여론이 그 부침(浮沈)이 있어왔다는 점이다. 대체적인 여론을 들어보면, 지난번 단체장 재직 시 찬성 방향에서 이번에는 당초 찬성에서 주민의사에 따르려는 다소 중립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데, 지역 수용성은 주민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지 단체장이나 의회 몇 사람의 생각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은 아니다.

정부의 원전 건설 후보지가 영덕으로 잠정 결정된 상황에서 그곳이 고향인 필자는 심란하다. 애향적(愛鄕的) 견지에서 본다면 원전 건설 반대자나 찬성 주민 모두가 고마울 뿐인데, 양측이 고향사랑 마음 없이 함부로 찬반 의사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믿음에서다. 지금까지 영덕은 동해바다의 청정해안을 자랑해왔고 그것은 경쟁력이자 희망의 끈이기도 했다. 원전 건설로 청정지역의 상징인 영덕이 국민관광 명소로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처지다. 종자씨 까먹기와 지키기 싸움으로 동해안 시골이 시끄러운 가운데, 지역 수용성을 위해 최후의 결정을 위한 선택은 주민투표라 보는 바 정부가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으니 민심이 더욱 끓어오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