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King Kang(강정호 최고!)”
이젠 낯설지 않다. 응원구호가 TV 중계화면에 자주 보여 친숙해졌다. 한국의 대표 내야수 강정호(28, 피츠버그)가 거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부터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홈런, 타율, 타점, 득점 등에서 모두 발군이다. 기존의 빅리거들에 비해 힘이나 스피드, 수비력 등에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해외에 진출한 스타 선수 중 일부는 한 때 머리를 염색하고 곱슬곱슬하게 파마까지 했다. 인터넷에서 “보이밴드나 하지 그랬느냐”는 외국인들의 핀잔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강정호는 검은색 직모 헤어스타일 그대로다. 원래 ‘한국산’ 토종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정감이 가고 더욱 자랑스럽다. 한국인의 자긍심을 지켜주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프로야구의 추신수,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의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등도 탄탄한 실력으로 한국인의 저력을 뽐내고 있어 든든하기 그지없다. 박인비 등 프로골프 선수들의 선전도 스포츠한류에서 빼놓을 수가 없다. 나아가 가수·탤런트를 비롯한 문화예술인과 세계 수준의 과학자 등의 활약도 눈부시다. 우리는 얼마나 한민족(韓民族)의 자부심과 주체성, 주인의식을 갖고 살고 있는가.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중국의 강성에 주목했다. “19세기가 영국의 세기였다면,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이고,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다”라고 한 그의 말대로 중국의 위상은 이미 G2이고, 미국과 패권을 다투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 한때 세계를 상대로 야심찬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한반도 바로 이웃에 존재한다. 민족성이 중국·일본과 우리는 달랐다. 주위를 잔인하게 짓밟고 그 위에 군림하지 않았다. 침략하거나 강탈하는 것을 즐겼던 민족이 아니었다. 광개토대왕비가 만주에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구려 광개토대왕이나 연개소문이 중원 근처까지 서진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는가. 그것은 영토야욕 때문이 아니었다. 한족(漢族)과 한민족(韓民族)의 경계선, 중국 산해관 동북쪽 선왕(先王)들의 묘소에 제사지내기 위해서였고, 중국이 침탈한 우리 땅 고토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선조들은 금속활자며 철갑선, 해시계, 한글 등 우수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6.25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난 우리는 그 손재주로 IT·BT 선진국이 됐고, 그 기술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 타워도 세워 올렸지 않은가.

‘빛은 동방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세상을 구원할 새 종교, 새 이념이 나온다는 토인비의 말이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당시 지구촌의 지식인들을 이끌었듯 한국에 뛰어난 인물이 다시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일찍이 최치원 선생이 말하기를 “나라에 현묘(玄妙)한 도(道)가 있으니 풍류(風流)라 한다. … 실로 포함삼교(包含三敎)라”고 했다. 유불선의 뿌리가 되는 모체 종교, 중심 사상이 이 땅에 있었다고 하니 우리는 영적인 자손이요, 몸속에 성인(聖人)의 피가 흐른다. 비기(秘記)에 의하면 한반도에 진인(眞人)과 성인(聖人)이 차례로 나와 세상을 평화롭게 이끈다고 한다. 사승비승(似僧非僧). 얼핏 보기엔 스님 같지만 그 지도자가 스님은 아니라고 했다. 이미 태어나 한반도에서 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 예언가도 있다.

문제는 우리 한민족(韓民族)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는 부분이다. 이대로 21세기 세계사의 중심국가로 부상하기엔 당연히 2% 부족이다. 땅덩어리도 작고, 자원도 부족한 가운데 세계인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니 허리가 휜다. 남북통일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남북이 하나가 돼 배달국처럼 세계 문명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야 한다. 북만주를 주름잡았던 고구려인의 장쾌함과 신라·백제인들이 이룬 찬란한 문화의 뿌리는 배달국이다. 중국이 황하문명에 편입하기 위해 요하(遼河)문명으로 명명한 홍산(紅山)문명은 세계 4대문명보다 1000~2000년 앞선 제5의 문명이요, 우리는 그 인류 시원(始原) 문명의 후손이다. 배달문명의 일부가 서쪽으로 가 한자(漢字)를 만든 은나라를 세웠고, 동쪽에서는 한반도로 내려와 우리의 조상이 됐다. 역사적 고고학적으로 민족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 민족의 기원을 명명백백히 밝혀내 자긍심을 회복해야 한다. 역사교과서를 바로잡고 광활한 만주 평야와 홍산문명의 위풍당당함을 회복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민족이 웅지를 펼치기 위한 큰 발걸음이 시작됐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론을 설파했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도 못할 이유 없다고 밝힌 바 있다. 8.25합의를 전제로 한 남북 당국자회담도 장차 예정돼 있다. 그러나 돌연 주춤거리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어느 일방의 굴복을 전제로 한 흡수통일이 아닌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한민족 간의 뜨거운 포옹이 이어져야 할 텐데. 북한핵문제 등 돌발변수가 나와 또다시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할 텐데. 비무장지대의 지뢰가 다 제거되고 한반도 종단철도도 복원돼 요하며 시베리아까지 뻗어나가야 할 텐데. 우리가 백두산까지, 홍산까지 마음 편히 역사탐방을 다닐 수 있는 날이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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