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가 화를 내는 시기는 생각보다 빠르다. 생후 3~4개월만 되어도 아이는 분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거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아이는 화를 내게 된다. 화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는 감정이다. 중요한 것은 화를 적절하게 다루는 법이다. 화를 느끼지 말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화가 날 때는 자신이 화가 났음을 말로 표현하게끔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이가 그렇게 한다면, 이때 부모가 아이의 화를 가라앉히게끔 노력한다. 그것은 아이의 화난 감정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언제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또 얼마나 많이 화가 났는지 등을 얘기하다 보면, 아이의 화는 점차 가라앉게 된다. 화를 가라앉히기 위한 적절한 행동, 즉 놀이, 체육, 음악, 미술 등의 활동을 제안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아이가 화난 감정을 공격적 언행으로 표현할 때는 반드시 잘못을 지적하고 야단도 쳐야 한다. “화내지 마”라고 말하는 대신에 “화가 난다고 남을 때리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잘못이야”라고 말해준다. 만 2세 미만의 말을 하지 못하는 유아가 화를 낼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으로 옮길 때는 단호하게 제지시키고 야단을 쳐야 한다. 그런 다음에 아이에게 화가 날 때는 고개를 흔들거나 손을 내저으면서 감정 표현을 하게끔 가르친다. 간단하게 “엄마 저 화났어요” 내지는 “기분이 안 좋아요” 등의 언어 표현을 할 것도 일러준다. 자세하게 언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신의 몸을 데굴데굴 구르는 등의 떼쓰기 형태로 화를 낼 때는 그 장소를 벗어나서 아이가 스스로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다. 아이 스스로 분노가 가라앉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나중에 엄마가 아이의 화난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고, 아이를 달래준다. 즉 그 즉시 달래주는 것이 아니다.

한편, 화내는 아이를 진정시키기는커녕 화를 더 돋우거나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언행은 다음과 같다. “바보 같다” “못났어” “네가 그렇지” “또 화내니?” 등의 말은 아이의 인격 전체를 무시하고, 아이를 화 잘 내는 아이로 단정 짓거나 낙인찍는 표현이다. 아이가 화를 내지 않을 때가 더 많음을 기억하라. 아이는 마치 자신이 항상 화를 내는 것처럼 부모가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서 억울하고 더 화가 난다. 화를 내는 행동에 대해서만 적절한 훈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쩌다가 화를 냈지? 무엇이 너를 화나게 만들었어?” 등으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엄마가 더욱 화를 내면서 아이를 제압하거나 또는 아이를 때리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더 큰 분노 또는 폭력이 작은 분노나 폭력을 제압한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아이는 엄마의 힘 때문에 자신이 화를 멈추었다고 여길 뿐 자신의 잘못이나 문제를 돌아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엄마 자신은 어떻게 화를 다스릴까? 아이가 만2세를 지나면서부터 자신의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고, 엄마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는 경우가 생겨난다. 이때 엄마는 이전의 귀엽고 천사 같았던 아이의 모습만을 기억하면서 아이의 발달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곤 한다. 그 결과 아이에게 점차 화를 내면서 말을 하고,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참지 못한다. 엄마는 자신의 화를 다스리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나치게 완벽주의적인 육아를 버려라.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육아를 경험하면 좌절로 인해서 자기 자신과 아이에게 화풀이하기 쉽다. 둘째, 부부 간 갈등을 줄여라. 상당수의 엄마 화풀이는 남편에 대한 분노, 적개심, 갈등에서 비롯된다. 셋째, 자기 자신의 심리적 갈등을 풀어라. 자신의 정체성(전업주부이든 또는 직장여성이든 간에)에 대한 갈등과 불만족, 우울감 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아이에게 화풀이하기 쉽다. 넷째, 내 아이의 기질이 만일 까다롭다면 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만일 옆집 아이의 순한 기질을 자꾸 비교한다면,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우리 아이의 화를 다스려 주고, 나아가 부모인 나의 화를 다스리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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