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러한 반응에 계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어떻게 될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부모의 큰 목소리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반응을 보인다. 싸우는 것이 아니어도 싸울 때 들었던 큰 목소리와 그냥 듣는 큰 목소리 간에 구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나 할까? 나중에는 TV에서 큰 소리만 나와도 혹은 싸우는 장면이 나와도 아이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 단계에서 머무르는 아이들도 있고,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아이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 아이는 나름대로 ‘불안’을 극복하고자 부모님의 일에 무관심해지기 시작한다. 가능하면 부모님을 보지 않으려고 하고, 듣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 부모가 같이 있을 때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을 회피하는 것이다. 아이는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머리’로만 생각하려고 한다. 즉 정서적(감정적) 발달을 멈추고 인지적 발달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긍정적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부정적 감정을 주로 경험하게 되니까 아예 자구책으로써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결과다. 감정적으로 매우 메마른 사람으로 자라나기 쉽다. 부부 싸움의 결과 아이가 공격성을 띠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부모의 폭력적인 싸움을 그대로 모방하는 이유가 많다.
따라서 부모는 폭력적인 부부 싸움을 중단해서 아이에게 나쁜 본보기를 보이는 것을 멈춰야 한다. 또한 부모의 불화가 장기간 지속되면 소아 우울증이 생기기 쉬운데, 소아 우울증의 증상으로도 짜증과 공격성이 나타날 수 있다.
만일 정도가 심한 부부 싸움을 목격한 아이라면, 어떻게 해줘야 할까? 일단 아이로 하여금 다른 곳으로 피하게끔 하라. 그리고 싸움을 멈추어라. 아이를 위해서 싸움을 뒤로 미루는 셈이다. 그러고 나서는 감정적 흥분을 가라앉혀라. 그런 다음에 아이에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아빠와 엄마가 서로 생각이 달라서 얘기하다가 싸움으로 번졌다고 얘기하라. 그리고 싸우고 난 다음에는 다시 화해할 것임을 말해 주어서 아이를 안심시킨다. 싸우게 된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는 말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아이의 연령 정도에 맞춰서 어느 정도는 명확한 이유를 대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아이가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3~7세 정도의 아이들은 간혹 자신이 지난번에 잘못한 일을 가지고 부모가 싸우기 때문에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그렇다면 아이 앞에서 부부 싸움을 요령 있게 하는 방법은? 감정적 흥분을 피하는 것이다. 싸우더라도 논쟁적으로 싸워야지 흥분한 나머지 지나친 감정적 폭발을 보이거나 발작 현상을 보이는 것은 피하라. 감정적 흥분을 피하기 위해서 서로 존댓말을 쓰면서 싸우고, 1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싸우며, 5~10분의 시간을 정해 놓고 싸우는 등의 규칙을 미리 세워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싸움의 마무리를 반드시 타협과 화해로 끝내도록 한다. 부모 간 갈등이 있을 수 있으나 결국 긍정적으로 해결이 된다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다. 싸움이 끝나면서 서로 웃고, 목소리 톤이 다시 부드러워지며, 서로 상대방을 안아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