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자녀들이 서로 식탁에 둘러앉아서 함께 밥을 먹는가? 하루 몇 끼를 그렇게 하는가? 그리고 일주일에 며칠이나 그러한가? 혹시 회사 일 때문에 아빠가 가족식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엄마는 식구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나중에 혼자 먹지는 않는가? 가족식사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식생활의 차원을 넘어서는 여러 가지 심리적 의미가 있다.

첫째, 유대성의 강화다. 가족식사를 함으로써 서로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족식사를 많이 하는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간의 유대관계가 높아진다. 둘째, 사회적 활동의 시작이다. 실제로 어른들도 식사를 함께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회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자주 식사를 함께 한다. 이와 같이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 그리고 친밀한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중요한 활동이 바로 ‘함께 식사하기’다. 따라서 가족식사는 사회적 관계맺음을 위한 집안에서의 실전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교육의 장이다. 가족식사를 통해서 식사 예절을 알게 되고, 부모로부터 적절한 교육을 받게 된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넷째, 의사소통의 장이다. 가족식사를 하면서 나누게 되는 대화와 감정, 그리고 행동을 통해서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가족 식사를 할 때 부모는 아이에게 있어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첫째, 아이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이의 식사 습관, 기호, 태도, 생각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아이를 편안하게 해 줄 수 있게끔 부모 자신이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한다. 부모의 편안한 모습을 보게 됨으로써 아이들은 자연스레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즐겁게 식사를 할 것이다. 셋째, 부모 간의 의견 대립이나 갈등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는다. 식사 활동을 하는 중간에는 언쟁과 다툼을 중단해서 ‘식사는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라는 느낌을 아이에게 심어준다. 넷째,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른바 ‘모델링(본보기)’ 효과를 통해서 아이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심어줄 수 있다.

가족 식사를 통해서 부모가 얻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첫째, 자녀에 대한 책임감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자녀가 어릴수록 식사 활동을 도와주는 역할이 크다. 즉, 내가 돌봐야 하는 아이들의 존재를 식사 시간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둘째, 가족식사를 통해서 신체적인 포만감뿐 아니라 정신적인 포만감을 얻을 수 있다. 배가 불러서 기분이 좋아짐과 동시에 가족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신적인 만족감을 불러일으킨다. 셋째, 부모 간의 협력 강화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단지 엄마의 역할만이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아빠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즉, 아빠가 가족식사에 참여함으로써 아이에 대해서 보다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아이의 육아에 동참하는 것이다.

넷째, 자녀와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녀와 놀이를 하는 것 외에 가족식사를 통해서 아이와 친해질 수 있다. 놀이를 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체력적으로 힘이 든 부모는 식사 시간을 잘 활용하면 자녀와 가까워질 수 있다. 성공적인 가족식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식사 시간이 즐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빠와 엄마가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에 임해야 하고, 아이가 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더라도 심하게 지적하거나 꾸짖는 것이 아니라 간단하게 주의를 주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사 예절이나 편식, 산만한 태도 등은 가족식사가 끝난 후에 지적하고 가르쳐도 늦지 않다. 가족식사를 통해서 가정의 화목함을 이끌어 내고, 아이의 심리적 발달을 촉진시키며, 부모의 보람도 느낄 수 있으니 오늘 저녁부터 온 가족이 모여서 즐겁고 맛있는 식사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 어떠한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