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는 아동의 3~8% 정도에서 나타나는 소아정신과 질환이다. ADHD를 가진 아동은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산만하거나, 행동이 과다하거나, 충동적이거나 감정의 기복이 큰 모습을 보인다. 정확한 단일 원인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으나, 기능적 뇌 영상 촬영에서 정상 아동에 비해 주의집중 및 활동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부위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뇌 기능의 저하로 볼 수 있다. 부모가 잘못 키워서 생기는 것보다는 타고 난 특성이나 유전적인 경향이 더 크게 작용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고, 몇몇 유전자와의 관련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해 환경 인자에의 노출 영향도 작용할 수 있다. 예컨대 임신 중의 흡연과 음주, 유아기에 납에 노출, 식품첨가물, 환경호르몬 등이다.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에게 처방받은 환자의 80% 이상이 분명한 호전을 보인다. 아동의 증상 양상에 따라서 중추신경자극제 또는 비(非)자극제를 처방한다. 그 밖의 비(非)약물치료로는 인지행동치료, 심리치료, 사회기술훈련, 부모교육 프로그램, 가족 치료 등이 있다. ADHD의 치료는 장기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ADHD는 장기간 지속되는 질환이므로 약물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정신적 및 행동적 보조를 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일부는 복약 지시를 성실히 준수하지 않아 증상의 재발을 여러 번 경험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런 경우 부모들은 치료 초기에 많이 개선된 아이의 상태를 보고 스스로 아이가 다 나았다고 잘못 판단한다.

하지만 약물을 중단하면 아이의 ADHD의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병원을 다시 찾는다. 결국 좋은 예후를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약물복용을 꾸준하게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을 중단하는 것은 전문의와 상의하기 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1년 이상 꾸준하게 치료를 받은 후 아이의 상태를 재평가하여 치료를 계속 이어나갈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의 사례를 하나 간단히 들어보자. 초등학교 3학년인 영수는 학교 수업 시간에 자주 친구와 얘기를 나누어서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고, 과제를 제시간에 다 마치지 못한다. 또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아는 문제도 실수하여 틀리는 문제를 안고서 소아정신과 병원에 내원하였다. 심리검사 및 주의집중력 검사 결과 지능은 보통 이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고, 다만 시각 및 청각 주의력 검사 모두에서 주의력 결핍이 확인되었다. 집중력강화제인 메칠페니데이트가 투여되었고, 영수는 약물치료 2주 만에 전반적인 영역에서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치료 3개월째인 현재 학습능력이 향상되고 선생님께 칭찬받는 모범적인 아이로 바뀌었다.

ADHD의 치료에서 약물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부모님으로부터 많이 듣는 얘기가 혹시 약물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ADHD 아동이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방치되어서 나중에 청소년기에 이르러 흡연, 알코올 및 약물남용의 위험이 치료를 받은 집단보다 더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정신과 약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ADHD의 치료제인 집중력강화제의 경우 지난 40여년 이상 꾸준히 투여되어 왔고, 많은 연구를 통해서 안전성이 이미 입증된 상태다.

만약 치료를 하지 않고 ADHD 아동을 방치했을 경우 청소년기에 학습능력 저하로 이어져 학교 적응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학교생활의 태만이나 거부로 이어지고 교사, 친구, 부모 등과 잦은 감정적 충돌 및 갈등을 유발한다. 또한 자극적인 인터넷 게임이나 오락에 지나친 탐닉을 보이며, 각종 사고의 위험(예: 오토바이 사고)도 정상 청소년에 비해 높다. 심한 경우 약물남용, 우울장애, 불안장애, 충동적 자살시도나 절도, 폭행 같은 청소년 비행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 아이가 ADHD가 의심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병원에 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