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님들이 많이 계시다. 부모 생각으로는 자녀와 충분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아이가 도무지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은 독립성을 추구하므로 더 이상 부모의 말씀에 순응하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다. 또한 반항성도 커지기 때문에 대화를 나눌 때 조심스런 태도를 갖출 필요도 있다.

부모의 어떤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거나 짜증 섞인 말투와 표정으로 행동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 예컨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니까 최선을 다해”라는 부모의 말씀에 대해서 “이제, 그만 좀 잔소리 하세요. 내가 다 알아서 한다니까요? 엄마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제가 할 줄 알아요?” 등의 말로 대답하곤 한다. 부모 앞에서 욕설이나 무례한 표현을 혼잣말로 자주 보이고 한숨도 자주 내쉰다. 늘 화가 난 것 같은 표정도 보인다. 이것은 알고 보면 사춘기 특성인 ‘반항’의 한 모습이다.

부모는 아이의 신경질적 태도에 대해서 언급과 지적을 하되 절대 함께 신경질을 내거나 억압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서로 누가 이기나 힘겨루기 상황이 벌어지고, 부모와 자녀 간에 더 큰 다툼으로 번져서 서로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엄마는 너에게 결코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가르치고 충고하는 것이야. 그런데 네가 너무 무례하게 화내면서 말을 하는구나. 그런 말투는 고치면 좋겠다”라고 반응한다. 아이를 최대한 덜 자극하면서 부모의 훈육 책임을 잊지 않고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에 “너! 그런 식으로밖에 말하지 못해?”라는 식의 직접적인 비난은 아이에게 도발 욕구를 자극시켜서 더 큰 반항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아이는 “제 마음이에요. 엄마도 좋게 말하지 않잖아요”라는 식으로 도전과 반항을 이어나갈 것이다.

더 심한 경우 부모의 어떤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충동적 또는 극단적으로 반응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예컨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니까 최선을 다해”라는 부모의 말씀에 대해서 “엄마는 제가 사라져야지 공부 얘기 그만할 것이에요?”라는 말과 함께 베란다 창문으로 뛰어 내리려고 한다거나 책을 찢으면서 “공부할 책이 없으니까 이제부터 저는 공부 안 해요” 등의 언행을 보인다. 부모 앞에서 죽어버릴 것이라는 혹은 학교를 그만 둘 것이라는 등의 과격한 표현을 마치 협박처럼 자주 한다. 이는 알고 보면 사춘기 특성인 ‘충동성’의 모습이다.

부모는 아이의 충동적 언행에 대해서 예방적 차원의 대응이 가장 좋다. 즉, 아이가 충동적인 언행을 보이기 전에 수위 조절을 잘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가 표정이 일그러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 아이에게 한두 번이 아닌 여러 번에 걸친 지적을 절대 하지 말라. 또한 아이의 감정을 자극하는 신경질적인 비난 또는 화난 목소리 역시 보이지 말라. 일단 아이가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면 그 즉시 말려야 한다. 부모가 그만 할 것임을 혹은 부모가 잘못을 했음을 표현해서 아이의 흥분된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로 극단적인 행동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엄마가 잘못했으니 제발 뛰어내리지는 마”라는 말이 필요하지 “너 그런 식으로 협박하면 안 돼. 어디 네 마음대로 해봐”의 반응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 ‘왜 그렇게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가?’ 내지는 ‘부모인 내가 왜 자식 눈치를 봐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게다가 일부 청소년들은 놀랍게도 사춘기적 반항의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고, 부모와의 관계도 좋게 유지하곤 한다. 그러므로 주변에 그러한 청소년 자녀들이 있는 경우에는 우리 아이가 더욱 더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청소년기는 원숙한 성인으로 되기 위한 통과의례이자 진통 과정이다. 우리 아이의 건강한 탈바꿈을 위해서 부모인 내가 조금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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