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감정 육아란 말 그대로 아이의 감정 발달에 초점을 맞춰서 키우는 육아법을 말한다. 7세 이전에 경험하는 아이의 각종 감정 상태가 아이의 뇌에 기억이 되고 저장이 돼서 향후 아이의 인지, 사회성, 성격 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주로 긍정적 정서 경험을 많이 하고, 엄마 역시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보다 더 감정 조절을 잘 하고 즐거운 감정 상태에 많이 놓여 있게 될 때 감정 육아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이의 정서가 늘 긍정적일 수는 없다.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때 아이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이를 건강하게 잘 다스릴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감정 육아의 중요한 측면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행복을 많이 느끼고 있어야 한다. 감정적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나는 행복한 아이니까 지금 힘든 마음이 결국 사라질 것이야’라는 긍정적 믿음을 가지기 때문이다. 아울러서 감정 육아를 실행하려는 엄마들은 낙관적인 태도를 갖추기를 기대한다.

낙관적인 사람은 매사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어려웠던 일들도 쉽게 잊어버리며, 부정적 감정 상태에 오래 머물러 있거나 삶의 전체를 지배당하지 않는다. 감정은 그 자체로 전염력이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직접 말로 가르치는 대신에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몸과 마음으로 보여주므로 강력한 모방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감정 육아를 올바르게 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 준다. 칭찬은 아이를 기분 좋게 만든다. 또한 자신감의 향상에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칭찬을 받은 아이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자신에 대한 긍지가 올라가며, 그 결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둘째, 아이에게 반응을 잘 보여준다. 아이가 조르르 달려와서 엄마에게 자신의 행동을 보여주거나 혹은 궁금한 내용을 질문할 때 엄마는 그때그때 반응을 충실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 느낌을 받고, 엄마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한다.

셋째, 아이의 감정을 잘 읽어 준다. 아이가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을 엄마가 잘 인식하고 이해해 줄 때 아이는 엄마와의 깊은 정서적 교감을 경험하게 된다. 엄마에게 공감을 충분하게 받았던 아이가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공감해 줄 수 있다. 감정을 잘 읽는 아이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게 되고, 각종 사회적 상황에 매우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넷째,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표현을 할 수 있게끔 해 준다. 자신이 현재 기분이 좋은지 아닌지, 화가 나 있는지 아닌지 등을 알고 난 다음에 적절한 상황 판단과 행동 양식을 결정할 수 있다. 아이가 “엄마, 저 지금 짜증이 나 있어요”라고 말할 때 “짜증을 내지 마”라고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랬구나. 왜 짜증이 났지? 어느 정도 짜증이 난 것이야? 약간? 많이?”라는 반응을 해 주는 것이 좋다. 아이의 감정 상태에 엄마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려줄 뿐더러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다.

다섯째, 부모가 긍정적 감정 표현을 많이 해준다. 부모가 아이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아이는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부모는 즐거움과 행복을 억지로 찾으려고 하지 말라. 그리고 잘 하는 것 또는 남들보다 앞서는 것으로 즐거움을 느끼려고도 하지 말라.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과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예컨대 육아에 대한 행복과 보람을 느끼도록 노력해 본다. 아이가 보여주는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 좋다. 가령 아이가 웃을 때 보이는 환한 미소와 조금씩 커 나가면서 보이는 발달 상황에 대해서 즐거워하라. 아이가 즐겁고 행복해지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활성화된다. 도파민은 아이에게 쾌감과 재미를 느끼게 해 주고, 세로토닌은 아이에게 행복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감정 육아를 통해서 아이의 뇌에서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펑펑 분비되게끔 하는 것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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