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산후우울증이란 출산 후 겪게 되는 우울증을 말한다. 많은 여성은 출산 후 일시적인 슬픔, 불쾌감, 짜증, 무기력감 등을 호소하는데 수일 이내로 사라지게 된다. 이는 산후우울증이라기보다는 산후 우울감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여성의 경우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아기를 돌보는 등의 일상적인 생활의 수행에 지장을 겪게 되거나 주관적인 고통감이 커지게 된다. 이를 산후우울증이라고 한다.

산후우울증의 발병 요인으로는 여성호르몬 체계의 급격한 변화, 출산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 모성에 대한 압박감, 남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 내지는 부정적인 반응 등이 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몹시 힘들게 느껴지거나, 우울한 기분이 매우 심하거나, 식욕저하 및 불면 등의 신체 생리적 증상이 동반돼 있거나, 자살 사고가 있는 등의 경우라면 반드시 병원에 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그렇게 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혹은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 의해 산후우울증이 의심되는 상태라면 병원에 가서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다음은 산후우울증의 극복 방법이다. 첫째,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잃었다는 상실감보다는 사랑스런 아기가 태어났다는 성취감을 더 크게 느껴보도록 노력한다. 둘째,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가능한 많이 받도록 노력한다. 셋째, 산후 조리를 철저하게 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보살핀다. 넷째, 남편과의 대화를 보다 더 빈번하게 가진다. 다섯째,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아이 키우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 여섯째, 아이를 돌보는 중간 중간에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 즐거움을 자주 느낀다. 일곱째, 생선과 견과류 등에 함유된 오메가 지방산을 섭취하면 우울증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여덟째, 아이와 자주 목욕을 해 스킨십을 형성함과 동시에 상쾌한 기분을 유지한다. 아홉째, 아이를 보면서 지칠 때는 친정엄마나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는다. 열째, 아이에게 짜증이 날 때는 잠깐 떨어져서 조용한 음악을 듣는 등 짜증을 가라앉힌 다음에 다시 돌보도록 한다.

한편,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엄마에게 육아에 대한 부담을 주는 말을 가급적 하지 않고, 엄마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 때 가급적 이해해주는 태도로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여주며, 평소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끔 함께 즐길 만한 활동을 권유하며, 실제 가사 및 육아의 일부를 도와주는 것이 좋다. 산후우울증은 의학적인 질병이므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리치료와 더불어서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심리치료의 과정은 아이에 대한 감정, 남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자기 존중의 정도, 외모 또는 성적 매력에 대한 고민 여부, 육아에 대한 부담감, 계획된 임신 및 출산인지의 여부, 자신 및 아이의 건강에 대한 염려 정도, 가사에 대한 태도, 기분을 저하시키거나 좋게 만드는 생활사건 등을 질문하고 탐색한다. 그런 다음에 환자를 지지하고, 환자의 증상 및 갈등을 명료화시키며, 더 나아가 심리적 해석의 과정을 거친다.

만일 모유수유를 하는 경우라면 우울증 약 복용이 가능한 것인가? 예전에는 수유를 통해서 아이에게 항우울제 성분이 전달되므로 가급적 수유를 권장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유 수유 시 항우울제 복용이 아기 건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아기의 건강이 우려돼 항우울제 복용을 멈춘 여성은 6개월 내로 모유 수유를 멈췄고, 반대로 항우울제를 계속 복용한 여성은 6개월 이상의 장기 수유에 성공했다. 연구를 주도했던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 로빈슨 연구소 루크 그레즈스코위키 박사는 “모유 수유는 엄마와 아기의 면역 체계에 도움이 된다. 산후우울증을 보호하는 일정 양의 항우울제 투여는 엄마의 모유를 일정량씩 천천히 나오게 해 규칙적인 모유수유를 가능케 함으로써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최고의 결과를 준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항우울제 복용 때문에 굳이 수유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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