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NS는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지인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고, 서로 의논도 할 수 있으며,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 외에 여러 가지 부정적 측면들도 드러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올린 사진들을 보면서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와 미움의 감정을 느끼거나, 다른 사람들이 남긴 댓글에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거나, SNS를 잠시라도 보지 않으면 마음의 불안을 느끼거나, SNS를 통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의 감시를 받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 등이다.

실례로서 올해 초 대학 입학을 앞둔 한 고등학생이 SNS로 알게 된 재수생의 악행으로 입학 취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에 입학한 친구를 질투한 재수생이 마치 친구 본인인 것처럼 위장해 등록을 취소한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경찰의 수사와 도움으로 범인이 잡히고 피해 학생은 다시 입학을 할 수 있게 됐다. 놀라운 것은 둘 사이가 단지 SNS를 통해서만 친구 관계로 발전됐고, 정작 실제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SNS만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실제 친구처럼 교제를 하고 우정도 느낀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질투의 감정을 느껴서 친구를 음해하는 행동까지 보일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이 부각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다가 올해 2월 미국 미주리대학교 연구진은 소통의 창구로 현대인들의 일상이 된 SNS가 사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며 심하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SNS로 인해 삶의 질이 향상되기는커녕 마음의 병까지도 얻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으면서 SNS를 건강하게 이용하기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 대면 대화를 나눈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SNS를 사용하자. SNS를 결코 제1의 소통 수단이 아닌 제2의 수단, 보조적인 의미로 평가절하 시키자. 보다 더 정확하고 의미 있는 의사소통은 전통적 방식인 대면 대화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최소한 전화하면서 음성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둘째, SNS에 중독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자. SNS의 중독성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돼 왔고, 또 앞으로도 우려가 되는 점이다. 비록 재미를 느낀다고 할지라도 SNS에 매달리고 집착하는 삶은 나의 에너지를 갉아먹게 돼 피폐해질 것이다.

셋째, SNS를 통해 친구 또는 연인이 된 사람의 실제 모습은 다를 수 있음을 알자. 당신은 SNS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얼마나 솔직한가? 직접 만나서 알게 돼 사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점차 솔직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된 만남이야말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인 것이다. 하지만 SNS에서의 오래 된 만남은 나 자신과 상대방 모두 일부분만이 연결된 것이므로 진정성이 부족하다. 비록 나는 솔직했다고 하지만, 상대방도 그러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넷째, SNS를 통해 비춰진 멋지고 화려하며 행복한 모습이 그들 인생의 전부가 아닌 극히 일부임을 알자. 그들은 인생의 특별한 순간과 기억하고 싶은 모습들을 SNS에 올려놓을 뿐이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이 사람은 매일 이처럼 행복하고 화려하게 산다고 단정 짓는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자신을 한없이 비하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질투와 적개심을 불태운다. 우울과 분노가 동시에 교차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자신의 특별한 순간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덤덤히 보자. 계속 보기가 어렵다면 지금 SNS를 덮고, 나의 할 일을 하러 가자. 그리고 지금 나의 멋진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려놓고 싶은 마음은 혹시 과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 다음에 신중하게 행동하자. 누군가 나를 엿보면서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힌 사람이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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