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때로는 죄책감 혹은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왜 그럴까? 대개는 ‘완벽한 엄마’ 콤플렉스 때문이다. 아이에게 최선의 양육을 제공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지만 실제 자신의 모습이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좌절감과 함께 아이에 대한 죄책감의 마음을 갖게 된다. 또한 자신의 기분이 안정적이지 못할 때 예컨대 우울하거나 혹은 부부 간의 갈등으로 인해 아이의 양육에 소홀한 자신을 발견할 때도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엄마의 죄책감은 양육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아이에게 미안한 나머지 무엇이든지 다 허용해 주거나 혹은 선물이나 장난감 등의 물질적 보상을 시도할 수 있다. 아이는 자기 절제, 인내, 규칙 따르기 등의 덕목을 키우는 데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게다가 나에게 죄책감을 갖게 만든 아이에 대해서 원망하거나 비난하는 태도를 갖게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아이와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아이의 잘못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려는 마음가짐은 곧바로 아이에게 너그러운 양육 행동을 보임과 동시에 항상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로 이어진다. 또한 엄마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든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과 감정을 보다 더 면밀하게 살피게끔 한다. 이와 같이 가벼운 죄책감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과도한 죄책감은 아이나 엄마 모두에게 파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절대 금물이다. 엄마의 바람직한 태도는 ‘이러한 죄책감을 통해서 내가 더욱 열심히 노력하자!’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직장에 다니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실제 엄마가 워킹 맘이라는 상황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엄마가 필요한 순간에 엄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아이는 불안해하거나 좌절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엄마를 대신해서 돌봐주는 양육자가 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엄마가 워킹 맘이라는 것이 아이에게 미안해야 하는 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가진 워킹 맘들은 아이를 대할 때 과도하게 잘해 주다가도 어느 순간 엄마로서의 한계를 느끼면 아이에게 폭발하기도 한다. 예컨대 아이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해 주지 않는다거나 훈육이 먹혀들지 않을 때 그러하다. 따라서 비(非)일관적인 양육 태도를 갖게 될 개연성이 높다. 엄마의 과도한 감정 반응은 때로 아이를 기쁘게도 하지만 쉽게 흥분하거나 혹은 엄마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등의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죄책감을 표현하는 경우 아이는 다시 엄마에 대해서 죄책감을 갖게 되는 등 죄책감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비록 일하는 시간에는 직접적인 양육 행동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가정 전체의 화목과 경제적 안정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자랑스럽거나 다행스럽게 여기는 마음가짐이 바람직하다. 다만 아이가 아플 때 직접 옆에서 충분하게 위로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엄마로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고도 타당한 감정이다.

다음은 워킹 맘의 죄책감을 줄여주기 위한 방법들이다. 첫째,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라. 또한 아이와 엄마가 함께 놀이하는 시간을 가급적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잡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 후 7시 30분부터 8시까지는 즐거운 놀이 시간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갖는 ‘죄책감’을 줄여줄 뿐더러 육아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함을 실천하는 셈이다. 둘째, 감정 관리에 주력하라. 즉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라. 셋째, 남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활용하라. 넷째, 자신에게 잘 맞는 육아 방식을 자신감 있게 그리고 일관적으로 적용하라.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넘어서서 일과 양육을 모두 즐겁게 하는 엄마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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