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19대 국회의 출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을 언급하게 됐다. 이제 임기 중 마지막 국정감사에 들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과제를 22일 동안 진행하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을 앞에 두고 점수 따기에 민감해진 여야가 어떤 드라마를 펼쳐낼지 궁금해진다.

벌써 이슈에 오른 노사문제는 민감하게 노사 양측을 긴장하게 하고 있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여야의 대립이 각을 세우고 있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또한 재벌개혁의 문제도 계열사 순환출자 금지나 기존순환출자 해소문제, 재벌 감세 등에 의견대립으로 원만한 진행보다는 힘겨루기, 떼쓰기만 하다가 시간만 보내진 않을지 걱정이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절차와 토의를 통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한 적이 없다보니 역대 최대의 과제는 역대 최대의 숙제로 남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무엇보다도 여야가 합의해서 풀어낼 문제가 아닌 것들이 문제이다. 국민들의 이해가 기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의 합의로 통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을 다급하다고 강제한다면 그것이 순순히 진행될 수 있을까?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의 예를 들어보면 시장의 대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구조를 어느 날 개조한다고 쉽게 바뀔 수 있을까? 당장 자신의 문제로 대면하게 되는 정년문제나 정규직 비정규직의 문제들이 정부에서 이렇게 하라고 개입한다면 부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기업은 영리위주로 움직이는 집단인데 최대이익을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인 제도를 따라 제 살을 깎아대며 기업을 운영할 사주는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적체된 일자리 문제, 융통성 없는 노동계의 문제는 노사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극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권이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여야의 결정이 아닌 노사의 이해 아래 눈앞의 이익이 아닌 멀리 보는 이익에 모두의 눈높이를 맞추어 이러한 의견들을 포용하는 제도의 성립이 필요한 것이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혁혁한 성과를 남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을 먼저 물색해 봐야 한다. 적용할 수 없는 대상에 개혁이란 이름으로 강제한다면 무수한 반발과 충돌만 일으켜 결국 원하는 개혁은커녕 신임만 잃고 말 것이다. 국정감사의 대상이 사상 최대 규모란 의미는 그만큼 감사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어렵게 모인 자리에서 현실적으로 요원한 문제로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지 말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과시하는 연출 말고, 정말 어려워진 경제와 국민을 생각하는 국정감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성실한 감사, 꼼꼼한 점검으로 역할에 충실해야 그나마 임기 내 사건사고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임무에 대한 아쉬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얼굴을 알리고자, 어설픈 질책이나 쇼맨십을 발휘하는 일은 더 이상 어필하지 못한다. 국민들은 이제 그러한 쇼를 감상할 여력이 없다. 있는 힘껏 졸라맨 허리띠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이니 19대 국회의원의 활약으로 살기 좋아졌다는 말이라도 듣게 국회에 들어가기 전 본연의 임무, 처음 출범시의 그 마음을 되살려 자신의 안위가 아닌 국민들의 대표로서 해야 할 일에 충실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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