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유리컵에 물이 반이 담긴 모습을 보고 긍정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물이 반이나 있네!” 하지만 부정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물이 반밖에 없네!”라고 서로 다른 시각을 표출한다. 서로 다른 시각이 있기에 조급하게 또는 여유롭게 둘의 기획안들이 맞물려 온전한 속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정가에서는 그렇지 못한가 보다. 이제 20대 총선이 7개월 남았다. 아직 7개월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7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기보다는 다음 선거에서 또 의원직을 이어갈 궁리가 더 다급한가 보다. 국민들의 주요한 안건들을 처리하는 국회 업무보다는 어느 줄에 서야 될지를 고심하며 지역구 행사에 발 빠르게 줄을 서고 있다.

그럼 국회에서 이들의 직무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이들을 평가하는 기준 같은 것은 있을까? 회의시간에 졸거나, 다른 사이트를 검색하거나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는 등 그들의 행태는 천차만별이다. 외국에서처럼 보좌관들과 밤새워 준비하고 팔을 걷어붙이면서 열심히 해당 안건을 연구하고 이를 밀어붙이는 의원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잘 차려입은 그들이 현직 장차관을 마치 어린아이 꾸짖듯 큰소리로 힐난하는 모습이거나 사건 사고 후에 줄줄이 현장을 찾아가서 순시하는 듯한 모습뿐이다. 새로운 마인드로 새롭게 정치를 이끌어 가겠다고 들어간 사람이나 기존의 사람이나 모두 같은 색깔이 되어 버려 이제 누가 누구인지 구분도 안 간다.

일반 사회에서는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면 도태되어 결국은 해당 직무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선거로 뽑힌 그들에게는 이러한 시스템이 없어서일까, 당면한 문제를 외면하고 외유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누구도 부끄러움이 없다.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돼 임기 동안 자신이 지키겠다고 약속한 공약을 지키기는커녕 본연의 직무도 해결하지 못한 채 마냥 미루기 일색이니 이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은 가슴만 답답해진다.

그들이 선거를 기다리는 만큼 국민들도 선거를 기다린다. 이번만은 결코 손 가는 대로 찍지는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말한다. 누구누구는 안된다하며 주변사람들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또 다시 힘들어지지 않으려면 누구누구를 피해야 한다고 알려주기 바쁘다. 의원들도 임기 동안의 평가표가 있다면 누가 일을 얼마만큼 했고 무슨 일을 했는지 볼 수 있을 텐데 선거 때마다 그들이 작성한 삐가번쩍한 홍보전단지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으니 안타깝다. 여력이 되는 후보자는 전단도 근사하고 홍보단도 빵빵하고 여력이 되지 못하는 후보자는 홍보단은커녕 홍보전단도 제대로 찍지 못한다. 그들이 가진 타이틀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수행한 업무를 기반으로 의원들을 볼 수 있다면 일은 제껴두고 줄서기 바쁜 의원들을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후보자들이 제각기 만드는 홍보전단이 아니라 대학입시 가이드처럼 각 의원들의 평점과 수행성과물이 적혀 있다면 공천제든 오픈프라이머리든 인재를 보는 눈은 정확해질 것이다. 계파에 줄서지 않는 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직무는 어떻든 일단 줄부터 서고 봐야 하는 작금의 사태는 독야청청한 올바른 인재를 뽑아내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전술은 전략이 기반이 되는 상황에서 기획해야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전략을 무시한 전술은 요행히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목표를 무시한 샛길로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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