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가을이 깊어지는 10월 곳곳에서 취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타이틀도 다양하게 장소도 다양하게 구·시청, 전시장, 대학, 취약계층 맞춤형, 여성전용 등 일자리를 찾는 사람과 일자리 연결을 해주겠다고 주선자들이 나섰다. 자원봉사인지 일당을 받는 건지 구직자들의 원서를 받고 상담하는 사람도 많고 일자리를 잡겠다고 들어선 사람들도 많다.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혹시나 하고 찾아온 취업박람회는 그저 박람회일 뿐이었다. 직접적인 회사와의 면담을 해봤지만 이력서를 접수할 뿐 당장 채용의 결정은 어려웠고 하나하나 들러본 채용부스는 상투적인 질문에 서류를 받아둘 뿐이었다. 이미 여러 번의 면담의 경험을 되짚어 보지 않아도 딱 봐도 관심도 없고 행사에 이끌려 나온 듯한 모습에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얼굴과 태도에 여실히 보인다. 지자체나 정부에 협조 차원에서 자리를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실질적으로 몇 명이나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날 수 있을까? 사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려는 이들을 쉽게 받아줄 일자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실제로 취업박람회를 가서 들어본 결과는 스펙도 스펙이지만 해당 분야의 경험을 요구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해당 업무의 경험도 있고 스펙도 되고 외모까지 협조해 줘야 관계자의 눈길을 끌어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이 다 돼도 나이가 많으면 탈락이다. 게다가 그 대상이 여자라면 이력서조차 받아주지도 않는다.

차별을 없앤다고 하지만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나이와 성별에 대한 차별이다. 회사도 회사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된 풍조로 겉으로는 제한 없이 지원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나이, 성별, 성적 등 다양한 필터링을 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잘 모르는 젊은이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내며 수많은 회사를 노크하게 된다. 운 좋게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 다행이지만 결국 입사지원만 몇 년 하다가 정규 일자리는 포기하고 알바족으로 전락하게 된다. 바로 이론과 현실의 갭이다. 대학까지의 생활과 사회의 생활은 이렇게 다름에도 그 누구도, 어떤 과정에서도 사회생활에 대한 정보를 말해주지 않는다.

직접 여기저기 부딪히고 경험하며 알아가야 한다. 사회에 나오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현실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 공부, 공부만 강요하다가 요건을 다 채우고 취직을 해야 한다 해서 나서 보니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게 움직이는 사회를 알 때 즈음엔 취업을 포기하거나 그들이 좋아라할 나이가 이미 지난 때가 돼 버린다. 우리 젊은이들은 공부만 했지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 대학만 나오면 취업이 되는 시대도 아니고 대학원에 박사까지 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니 루저가 돼 버린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젊음의 열기를 빼앗아 버린 것은 기성세대이다. 늘어난 기대수명은 더 움켜쥐면 쥐었지 나눌 줄은 모르고 주위는 상관없는 이기주의로 똘똘 뭉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우리의 발전동력이 루저로 전락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한 계층을 차지하고 있는 활동성 강한 동력이 다운되면 나머지 시스템의 다운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백약이 무효가 되는 체질이 되어 이름난 명의도 생명을 살리기 어려운 지경이 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포기하는 젊은이들에게, 경제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활동의 기회를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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