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외모를 가꾸는 것이다. 점포를 인수하면 기존에 가지던 점포 이미지를 바꾸려고 리모델링을 하여 멋진 간판과 근사한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리곤 발랄한 음악을 틀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귀추를 주목하게 만든다.

우리네 정치판도 그렇다. 그들은 근사한 이름을 걸고 이번엔 믿어달라며 달라진 자신을 밀어달라고 한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정치, 다른 모습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그 말! 그 말에 우리는 여러 번 넘어갔다. 다시는 넘어가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어떻게 알고 우리의 심사를 살살 긁어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어내고야 마는 그들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 속에 그동안 해왔던 행실이 바탕이 되는 것이 아닌 그간의 일은 싹 뒤집고 새로운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그 말은 어디까지 믿어줘야 할까? 그들의 전적을 보면 절대로 짐작할 수 없고 실행한 적도 없는 일인데 그 말 이후로 싹 바꾸겠다는 말뿐인 약속인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정당역사를 보면 대통령의 집권시기가 바로 정당의 이름을 유지한 기간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정당명도 바뀌어 긴 역사를 이어 한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온 정당을 찾을 수가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새로이 심기일전하는 의미에서 이름을 바꾸어 새출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당명은 상징이다. 그들이 그 이름 아래 모여든 상징, 그런데 그러한 이름을 쉽게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의지도 쉽게 바뀔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나 혼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당원들의 힘이 모여져야 당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제각각 튀어 보겠다고 자신의 고집만 내세운다면 당명의 의미도 무색해질 것이다. 지금의 그 이름도 그 때는 새롭게 변신하며 적폐를 없애겠다는 각오로 만든 이름이었다. 그 때도 자신들을 믿어달라는 호소를 하였었고 그렇게 기회를 만들어 낸 이름이었는데 벌써 그 때를 잊었을까? 아니면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움직여 주지 않았으니 다시 해보겠다는 것일까?

이름을 바꿨는데도 그간의 행태는 변함이 없었고 눈에 띄는 활약도 없었다면 또 다시 내거는 새로운 이름을 신임할 수 있을까? 시시때때로 바뀌는 정당의 이름은 어떤 정당이 있었는지도 가물거리게 하여 사람들의 뇌리에서 정당에 대한 관심을 퇴색하게 만든다. 그놈이 그놈이다. 어차피 이름만 바뀌는 거 무슨 수가 있겠나 하고 지레 기대치를 포기하게 만든다.

몸담았던 당을 박차고 나오고 새로운 당을 만들어 기존에 자신이 몸담았던 당을 비난하며 인기 몰이에만 급급한 립서비스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가 없다. 자신의 과거 역사를 부정하며 오늘의 자신을 믿어달라는 것은 모순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이랬고 그 모습에서 더 업그레이드되며 차근차근 쌓아가는 이미지라면 그래도 지지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겐 이렇게 착실한 정치가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능력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눈속임이 아닌 현실을 인정하며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름만 바꾼다고 없던 능력이 뚝 떨어져 주는 것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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