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3월 26일 SBS는 3세 미만 영유아 10명 가운데 3명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영유아와 비교해 1.8배 많은 수치다. 조사대상 영유아 부모 중 15%는 정서적으로 우울하거나 결혼 생활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영유아 불안 및 우울 증상의 원인으로는 먼저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이 시기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린이집 등원(집단생활, 부모와 떨어져서 지내는 상황, 교사와의 관계 문제, 또래 관계 문제 등을 포함함), 부모와의 애착관계의 불안정성, 배변 훈련, 조기 교육(학습 스트레스) 등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보인다. 실제로 과거보다 더 많은 영유아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고, 부모의 이혼과 별거가 더 늘어나고 있으며, 조기 교육 역시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의 불안과 우울은 또한 대부분 부모의 영향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시기 아이들의 마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바로 아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부모, 특히 일차 양육자(주로 엄마, 그 밖에 조모, 외조모, 이모, 고모, 보모 등)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마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심리적으로 불행을 느낀다면, 영유아 자녀가 불안과 우울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엄마의 그러한 모습에 아이는 불안을 느끼고 그 결과 우울해지는 것이다. 한편, 엄마의 우울과 불안은 남편과의 불화, 시댁과의 갈등, 경제적 곤란, 가정 폭력, 직장 스트레스,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으로부터 비롯된다.

영유아 불안 및 우울 증상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울음을 자주 터뜨리고, 떼를 자주 쓰며, 잘 놀라거나 무서워하며, 자다가 깨서 우는 등 부정적 정서의 직접적인 표현이다. 또한 행동 증상으로도 잘 나타나는데,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부수는 등의 공격적 행동, 몸 움직임이 현저하게 줄어들거나 놀지 않으려고 하는 위축적인 행동, 자신의 머리를 박거나 몸을 때리는 등의 자해적 행동 등이 나타난다.

한편, 아이의 증상은 아이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이 시기의 발달 과제인 사회성과 언어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결과 누군가 말을 걸어도 눈으로 쳐다보지 않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엄마를 포함한 어른들이 친절한 말투와 보살피려는 몸짓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눈맞춤을 회피하거나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불안 증상이 매우 심각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언어 발달이 더디어져서 단어 2개를 연결해서 말하지 못하거나(예: “엄마 물” “이거 줘” 등) 또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아이가 부정적 정서를 드러낼 때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는 반응을 보인다. 즉 “괜찮아” “안심해” “엄마가 지켜줄게” 등의 말과 함께 아이를 꼭 안아준다. 행동 증상에 대해서는 아이의 행동 이면에 있는 감정을 위로하고 공감해주는 노력을 보인다. “기분이 안 좋구나” 내지는 “화가 났니?” 등의 말을 해준다. 그러나 분명하게 공격적이거나 파괴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금지시킨 후 위로와 공감을 해 준다. 사회성 영역의 증상에 대해서는 부모의 웃는 얼굴을 자주 보여주고, 아이의 주의를 끌 만한 흥미 있는 장난감이나 놀이를 제시해준다. 언어 발달 영역에 대해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많은 말들을 들려주는데,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불안 및 우울 증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아이에게 과도한 심리적 부담 혹은 과제를 부과하지 않는다. 즉, 아이가 자신의 의도대로 마음껏 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서 부모가 아이에게 그림책 보기를 강요하거나, 대소변 가리기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어린이집 등에 억지로 보내거나 하는 등의 양육 태도는 아이의 불안과 우울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부모 스스로 정서적 안정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와 아빠 모두 우울하거나 불안한 정서 상태에 있지 않아야 하고, 부부의 사이가 좋아야 한다. 영유아의 정신건강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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