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겁 많은 아이가 뒷걸음치며 엄마의 뒤로 숨는다. 친구들은 모두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어노는데, 아이는 미끄럼틀에 잘 올라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럴 때 부모는 속이 타들어간다. 아이는 왜 겁을 내는 것일까?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발달 과정상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아이는 태어나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아이가 처음으로 동물원에 가서 양을 봤다면? 어른은 양이 매우 순하고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편안하게 다가서지만, 아이는 양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므로 겁을 집어 먹는다. 비록 그림책이나 동화책으로 봤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큰 동물을 보면서 겁을 집어먹는 것은 발달 과정상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낯선 사람, 낯선 장소, 커다란 물체, 동물, 소음, 높은 곳, 자연 현상(천둥, 번개, 폭우 등) 등에 대해서 겁을 먹는 것 역시 발달 과정상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애착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엄마와 아이가 긍정적이고도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맺으면, 아이는 불안이 줄어들고 특히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기 쉬어진다. 우리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귀여워 해 주고 관심을 쏟아주며 잘 대해 줄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와 아이 간의 애착관계가 불안정하면, 아이는 엄마를 믿지 못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한다. 엄마가 언제 자신을 야단칠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눈치를 보는 아이는 선뜻 다른 사람들의 호의와 친절에 반응하지 않고 겁을 먹는 경우가 많다.

셋째, 무서워하는 그림이나 소리가 특별히 있다. 아이가 개별적으로 가지는 자신만의 기호 또는 느낌이 있다. 이와 연관되어 혐오 또는 무서움을 느끼게 만드는 자극이 있다. 어떤 아이는 유독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를 무서워한다. 또한 믹서 기기 등의 모터 소리를 싫어하기도 한다. 아이들마다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시끄럽고 요란한 음악 소리를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다. 이러한 청각적 자극은 아이를 날카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각적 자극으로는 검은 계통의 색깔이나 화난 표정의 인물 사진 또는 그림 등에 대해서 무서워하곤 한다. 사실 보통의 사람들도 그리 유쾌하게 여기지 않는 소리나 그림에 대해서 어떤 아이들은 겁을 내고 무서워한다. 불쾌한 느낌이 가벼운 공포로 이어지는 것이다.

겁 많은 아이에게는 부모의 설명과 격려가 필수적이다. 아이가 양을 보고 겁먹었을 때 “양은 너를 물지 않아. 착한 동물이야”라는 말로 아이를 안심시키는 설명을 해 준다. 또한 “엄마와 함께 손으로 몸을 만져볼까?”라고 격려해 주면서 점차 두려움을 없애 나간다. 그러나 “뭐가 무섭다고 그래?”라는 식의 비난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아이에게 ‘너는 겁쟁이로구나’라고 낙인을 찍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 OO가 양을 처음 봐서 그러는구나. 누구나 다 처음에는 잘 못 만져”라면서 아이의 겁내는 행동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천둥소리에 놀란 아이에게도 “소리는 크고 요란하지만 너를 해치지 않아. 소리만 날 뿐이야”라는 설명을 해 준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재미있을 것이야”라는 말을 해 주면서 조심스레 아이의 손을 이끌어보자. 그리고 평소 엄마가 아이를 항상 사랑하고 보살피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줘야 한다. 즉 “엄마는 OO를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들려주고, 아이를 자주 안아주는 따뜻하고 포근한 스킨십도 자주 제공해 준다. 아이가 울거나 보챌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아이를 달래 주면서 아이의 필요한 욕구에 반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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