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국민 옷’이 된 아웃도어, 갈림길에 서다
[아침평론] ‘국민 옷’이 된 아웃도어, 갈림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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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한국인이 즐겨 입는 옷은 한복이 아니라 ‘아웃도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아웃도어 차림의 사람들을 한낮은 물론이고 심지어 출퇴근 시간대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1997년 IMF로 인해 대량 실직이 발생되면서 직장 대신 어쩔 수 없이 인근 공원이나 야산을 찾는 실직자들이 많아졌고, 그 이후에는 자신의 건강이나 생활리듬을 위해 정기적인 등산 붐이 이루어졌으니 이 시기부터 우리 주변에서 아웃도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웃도어(outdoor)는 ‘집밖’ ‘야외’를 가리키는 용어로, 캠핑이나 가벼운 등산 등 야외생활(아웃도어 라이프)에서 필요한 적절한 옷 등에서 파생된 패션을 말한다. 이제는 집밖에서 입는 재킷이나 아웃도어 라이프에 해당되는 스포티한 의류까지 망라한 패션 아이템을 모두 포함하는 일반적인 지칭이 된 바, 그것은 2000년경부터 증가한 등산 인구의 수와 무관하지 않다.

2004년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에서 등산은 9%로 음악 감상(8%)을 제치고 1위에 올랐던 것이다. 그 이후 주말 공휴, 여가선용 등 사회여건의 변화에 힘입어 등산은 10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바, 지난해 조사에서도 등산은 조사자의 14%를 차지해 6%대 음악 감상을 멀찌감치 밀어냈다. 그 여파로 2014년 등산인구는 1800만명을 넘어섰으니 이러한 한국인의 취미, 생활패턴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아웃도어는 급신장을 거듭해왔고, 지난해 국내시장 총 매출액이 7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아웃도어 붐이 10년간 계속됐으니 국민 가운데 야외활동에 편리한 옷으로서 아웃도어를 선호하는 것은 어쩜 당연해 보인다. 이제는 회사에서도 아웃도어의 장점인 편리성에다가 기능성까지 확장해 디자인이나 색깔, 경량감 등을 고려해서 사계절 의복으로서 불편함이 없도록 개선해 영업 확장에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부터 아웃도어 업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들이닥치고 있으니 ‘국민 옷’으로 치부해온 아웃도어의 포화 상태가 원인이다.

이처럼 아웃도어 흥행에는 주말 연휴 등 생활 변화가 가져다준 자연스런 국민생활 의식 변화가 한몫했다. 여가선용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로 인식되면서, 가족 중심의 야외 나들이가 자리 잡게 되고,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산을 찾는 전문 등산 외에도 가볍게 걷는 트레킹이 인기를 끌게 됐다. 정기적인 산책과 운동이 건강 증진 효과로 이어지면서 그와 연계해 등산 등 야외활동에서 편리한 아웃도어는 국민사랑을 받게 됐던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네팔에 있다.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산악인들이 찾아드는데, 네팔 세르파나 지역 주민들은 외지 등산객과 트레킹 족을 상대로 등산 짐을 나르며 돈벌이한다. 그들이 한국인 관광객을 두고 하는 말을 들으면 쇼킹하다. 네팔인들은 슬리퍼를 신고 간단히 트래킹 코스에 오르고 산을 누비는데, 한국 사람들은 관광 와서 산을 오르지 않으면서도 아웃도어 풀세트를 입고 다닌다는 말이다.

이 말은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한국인들은 주변 여건을 가리지 않고 아웃도어를 많이 입는다는 말인데,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웃도어 옷값이 매우 비싸고 구매자들이 실용성의 저가 옷보다 고급 메이커를 찾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인지 도시 상가에는 물론이고, 시골의 읍 소재지에만 가도 시내 복판 상가엔 열 곳이 넘는 유명 아웃도어 상점들이 진을 치고 있는 바, 요즘은 지방에서 유명 메이커를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다.

하지만 잘 나가던 아웃도어도 몇 년째 정체상태를 맞고 있다. 그동안 소비한 옷이 포화상태에 달해 소비에 한계가 따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유명 브랜드 업체에서는 봄맞이 바겐세일까지 하는 등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반전될 기미가 없다. 그런 사정이니 유명 브랜드들의 텃새시장에서 힘겹게 버티어온 중소 메이커나 지역 브랜드를 가진 아웃도어 업계들은 말할 것도 없다.

얼마 전 대구에서 지방브랜드로 아웃도어 제조업을 하는 김 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첫 마디가 이미 소비된 아웃도어 포화 상태로 인해 갈림길에 서 있고 제품 전환에 나설 때가 됐다고 말해준다. 돈 좀 벌었느냐는 질문에는 지방브랜드지만 지난 6년간 열심히 일한 결과로 가짓수로 70여개 품목 20억원어치 물품 재고가 남아 있는 게 이익이라고 했다. 재고 아웃도어를 잘 처분하고서 다른 계획을 할 것이라는 그가 창고에 쌓인 옷들을 정리하는 사이, 그 제품들을 보니 백화점이나 전문매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양질의 중저가 옷들이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소비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국민 옷, 아웃도어의 전성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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