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한국정치는 아직도 16세기적(的) 당파싸움 중
[아침평론] 한국정치는 아직도 16세기적(的) 당파싸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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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여당과 제1야당 내 기류 변화가 심상치 않다. 내부적으로 또는 외부와 갈등을 빚는 모양새를 보니 콩가루 집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족 구성원 간 사이가 나쁘고 화합이 되지 않는 집안을 지칭하는 ‘콩가루 집안’이란 서로 잘 뭉쳐지지 않는 성질인 콩가루에 빗대서 생겨난 말이다. 요즘에 들어 그 의미가 점점 확장돼 가족·집단의 구성원들이 엇길을 가거나 갈등이 심화되는 현상에서 그 같은 경우가 많아졌으니 이합집산하고, 또 계파가 많은 정치집단일수록 그렇게 부르기에 딱 좋다.

어느 시대나 집단 구성원들은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집단 내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이른바 당파싸움은 대개가 관직 내에서 기득권 유지를 위한 싸움으로 개인들 간의 은원(恩怨)이 빌미를 제공했지만, 당쟁의 배후를 살펴보면 정치집단의 힘겨루기가 내재돼 있다. 특히 권력층 세력 간에는 정쟁이 상존했는 바, 동서고금을 통한 역사적 사실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그러한 당쟁(黨爭)의 전형적인 나라가 옛 중국이었다.

당나라 시절 우이당쟁(牛李黨爭)이 벌어졌고, 송대에는 신법·구법 양당의 큰 충돌이 있었으며, 명나라 때에는 유림 출신인 동림파(東林派)와 환관 세력과 결탁한 비동림파 사이에 정치싸움이 벌어졌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당나라 중기 ‘우이당쟁’이다. 당 헌종 때 이길보(李吉甫)는 두 차례 재상에 오른 능력 있는 인물이었지만 다른 재상인 이강(李絳)과 불화로 인해 논쟁을 벌였고, 그들의 사후에도 아들이나 문하생들이 갑론을박하며 다퉜던 것이다.

이길보의 아들 이덕유와 이강의 문하생 이종민, 우승유는 물과 기름 사이로 당헌종과 당문종 시절에 상호 헐뜯기로 세월을 보냈는 바, 각자 자기세력을 만들어 서로 공격했으니 이로 인해 쌍방 간 상처가 깊었고 입은 손실도 컸다. 재상 이덕유가 득세하는 동안 상대 세력은 한직이나 변방에 나가 있기 일쑤였고, 이종민과 우승유가 권력을 잡았을 때는 이덕유가 쫓겨나는 등 천적관계를 유지했다. 이들은 정적(政敵)이 주장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라는 원칙을 갖고 있기에 우이당쟁의 숨겨진 기록을 다 들추지 않아도 그 폐해가 많았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역사나 현실도 마찬가지다. 국사를 통해 알고 있듯 조선시대의 노론·소론·남인·북인 간 벌어진 당파 싸움은 중국에 못지않은데 4대사화가 그 대표 격이다. 혁신의 뜻을 품은 사림파가 기득권 세력인 훈구파를 공격하면서 발단된 게 연산군 시절 일어난 무오사화(1498년)였고, 뒤를 이어 갑자·기묘·을사사화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원인에서 조그만 차이는 있을 테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신·구세력 간 대립이고, 진보와 보수 세력 간 투쟁이라 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처럼 정당이 내부 또는 여야 간 갈등 구조를 보이는 현재와 다를 게 없다.

새누리당은 비록 비주류이긴 해도 친박 세력이 존재하는 데다가, 최근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관련해 청와대와 갈등 기류를 빚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직접 나서서 “(당·청 관계가) 정상화됐다”고 밝혔지만 당 지도부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현안 문제로 틈이 벌어져 있다. 당·정·청 협의회가 당초 17일경 열릴 예정이었으나 청와대의 요청으로 보류됐고 이로 인해 여권 일각에서조차 당·청 간 신경전이 재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지라 서둘러 고위 당·정·청회의를 열어 갈등 봉합했다고는 하나 당청관계가 계속 흔들리고 있는 인상이 짙다.

새정치민주연합 사정은 더 긴박하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불거져 여당이 크게 불리했던 4.29 재보선이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의 안이한 대처로 참패를 당하고, 믿었던 철옹성 광주 서을 지역구마저 천정배 무소속 후보에게 돌아갔다. 그에 더해 천 의원은 “기득권에 매몰돼 있는 새정치연합의 일당독점이 사라지는 것이 호남정치 개혁과 부활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하면서, 가장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호남이 선도하는 전국적 개혁신당의 탄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니 야권 분열 조짐에 제1야당은 불똥이 튀고 있는 중이다.

당 내부에서 문재인 대표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특히 비(非)친노계가 대놓고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문 대표는 지난 14일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재보선 패배와 관련해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하지만 글의 대부분을 오히려 비주류 비판에 할애해 후폭풍을 불러오는 등 자충수를 두었다. 이처럼 ‘콩가루 집안’의 조짐을 보이는 여야가 공히 권력 갈등 속에서 계파끼리, 또는 당쟁에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형상이다. 아직도 한국정치는 16세기의 당파싸움, 정쟁(政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중당(中唐)시기 우이당쟁처럼 승리자가 권력을 만끽하려는 건지 당최 분간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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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호 2015-05-17 20:38:04
물고 뜯고 하면 결국 양측다 손해를 보게 되는 것. 이게 나라에 덕이 될리 없다. 자신들이 이권에 눈멀어 나라 근심은 이미 뒤로 한 걸로 보인다.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