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박 선생! 이 가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요. 지난봄에는 쑤저우에서 아름다운 봄소식을 전했습니다만, 이번 여행은 상하이에서 1박한 후 침대차를 타고 장장 20시간이나 걸려 후난성 장자제(張家界)에 도착했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낯선 이국의 산하를 보며 때로는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강 풍경을 맞으며 어느 시인이 쓴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생각하곤 했지요.

장가계(장자제)는 중국 내 손꼽히는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지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중국관광을 다녀온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했던 곳이라 웬만한 사람들은 ‘장가계, 원가계’라 하면 알 만큼 이름난 명소랍니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다보니 어디를 가도 중국인 여행객들로 넘쳐납니다. 그것은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人生不到張家界, 白歲豈能稱老翁)”라는 말에서 연유된 게 아닐까 짐작됩니다.

이 말은 장가계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잘 표현해주는 바, 이젠 중국의 대표적인 여행 도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에 도착한 첫날, 시내에서 연결되는 세계 최장 7455m 길이의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산 정상으로 올랐습니다. 오르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경관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자연에 덧붙여 산허리를 끼고 도는 귀곡잔도에 가보았고, 다시 통천대도를 거쳐 천문동에 올랐는데 하늘문은 정말 신비로운 자연의 선물이었습니다.

천자산(天子山)의 풍광도 멋지기는 마찬가집니다. 숱한 기암괴석의 봉우리들, 그 가운데 구름을 뚫고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세 개의 돌 봉우리는 꼭대기에서 자라는 소나무로 인해 마치 붓을 거꾸로 세워놓은 형상이라 하여 ‘어필봉’이라고 불리고 있으나 실은 전쟁에 패하고 난 뒤에 천자를 향해 황제의 붓을 던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산중에 이웃한 선녀산화, 십리화랑 등 모습들은 예나 지금이나 고고한 자세를 품고 있어 더욱 돋보입니다.

박 선생! ‘장가계’ 말만 들었지만 과연 어떤 곳인지를 그저께야 비로소 실감했답니다. 장가계 중에서 손꼽히는 원가계를 보기 위해 아침 8시에 서둘러 숙소를 나섰지요. 무릉원을 거쳐 백룡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매표원이 2시간 반을 기다려야 탈 수 있다고 일러주었지요. 3분을 타기 위해 긴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려 마침내 산상에 올랐고, 높이 300m의 큰 바위 두 개를 잇는 천하제일교를 보고 또 그 위를 건너고서야 기다렸던 억울함이 말끔히 사라졌지요.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장가계를 찾아온다며 좋아합니다. 하지만 여행사 관광이 대부분이고 장가계에서 길어야 3일 정도 머무는 일정이다 보니 천문산과 천문동 코스와 천자산의 십리화랑, 원가계의 엘리베이터와 천하제일교를 급하게 보고 가야 하기 때문에 장자제의 자연이 만든 천하절경을 대충 보고 간다고 합니다. 황석채에 올라 절경을 맛보지 못하고 그 아래 금편계를 조금 걷다가 사진 몇 판을 찍고서는 되돌아간다고 아쉬워합니다.

장가계에 도착한 첫날에 천문산을 다녀오면서 장가계 홍보물에서 황석채에 관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기암괴석을 이룬 산에 구름이 반쯤 깔려 산허리를 감싸는 황석채 풍경 위에 ‘황석채에 오르지 않으면 장가계에 온 것이 의미가 없다(不上黃石寨 枉到張家界)’는 문장이 있었지요. 그 글귀를 보고 황석채도 한번 보라는 광고겠지 단순히 생각했는데, 황석채에 올라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사방에서 만난 절경을 보고 여기에 오지 않았음 정말 후회할 뻔 했답니다.

박 선생! 이곳에서 6일간 머물면서 장가계 핵심 풍경구를 둘러보았지요. 여기로 여행 오는 많은 사람들이 짧은 일정 때문에 포기하는 양가제까지 가서 산속의 천파부에 올랐답니다. 어찌나 돌계단이 많던지 등산이라 해도 험난한 코스였는데, 힘들게 올라 비경을 보는 그 순간은 울음이 타는 가을 산이었지요. 왜 사람들이 천파부에 오르는지 이유를 알 듯 했답니다. 천하명산의 절경을 구경하려면 그만큼 고생을 해야지 그저 얻는 것은 아무래도 가치가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했지요. 아마 그것은 우리 인생에게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봅니다.

저는 장가계의 멋진 장관(壯觀)들을 둘러보며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운 경치를 경험하고서는 우리에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다시금 헤아리게 됐습니다. 장거리열차의 불편함과 불면의 밤, 999계단을 올라서야 비로소 허락하는 천문산의 진면목, 선경(仙境)을 품은 천태만상의 장가계 산봉우리와 깊은 계곡들의 신비감, 여행길에서 맛본 감동은 자연에 대한 외경이요, 어려움을 극복해내야 하는 의지를 일깨우게 해주었지요. 그런 의미로 박 선생에게 자연의 비경이 듬뿍 담긴 중국의 최대 명승지, 장가계의 멋진 가을을 보내 드리니 부디 힘내시고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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