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이번엔 ‘국회의원 세비 개선’ 제대로 고치자
[아침평론] 이번엔 ‘국회의원 세비 개선’ 제대로 고치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12월 초가 되면 법정기한 내 예산이 통과될까 하는 게 정부와 국회의 관심사였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기한을 넘겼으니 여당은 전전긍긍했고 정부는 행여 준예산이 시행될세라 긴장했는데,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여야가 11월말까지 예산안을 합의하지 않으면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 정부예산안 그대로 자동상정되는 국회선진화법 덕분이다. 선진화법에 따라 12월 2일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상정되자 여야가 합의해 올해 예산보다 19조 6천억 원 늘어난 375조 4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법정시한을 지켜냈다.

이를 두고 여야는 12년 만에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예산 통과기한을 준수했다며 자당(自黨)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이고, 정치권에서도 법정시한을 지켜낸 것은 새누리당의 위안이 되고 야당도 실리를 얻었다는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예산에 대해 국회의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별 탈 없이 예산심사가 끝났음은 어떻게 보면 여야의원들의 협력이라기보다는 자칫하면 국회선진화법상 정부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국회의 예산 심사기능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내몰린 탓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데는 호랑이보다 곶감의 위력이 더 세다’는 항간의 이야기에 수긍하게 된다.

여당은 비현실적이라며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던 국회선진화법 득을 톡톡히 봤다. 야당이 연말 예산국회에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둘러온 예산 합의를 빌미로 한 여당과의 주고받기 식 꿍꿍이나 으름장보다는 여야 간 예산합의가 안될 경우 본회의 자동상정제라는 국회선진화법의 곶감 효과가 큰 힘을 발휘한 것이다.

예산국회가 끝났으니 이제는 입법을 위한 경쟁이 치러질 차례다.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국정혁신을 도와 국가를 개조하고 국민안전을 위하면서 경제를 회생시켜야 할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입법 실적이 거의 없고 의원들의 의회활동은 극히 부진했다. 일을 하지 않고 세비만 꼬박꼬박 챙긴다는 국민 원성이 있어온 터에 일부단체에서는 ‘무노동 무임금’까지 주장하고 있으니 의원들도 분명 염치는 있었을 것이다.

뒤늦게야 여야에서는 이번회기에서 못다 한 입법 처리를 위해 12월 9일 정기국회가 끝난 후 임시국회를 소집하자는 데 합의했고, 이달 15일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한 달간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연말연시 국회에서는 그동안 진척되지 못했던 당면한 입법이나 북한인권법, 담뱃세 후속법, 김영란법 등 논란거리가 됐던 법안들이 치열한 입법전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입법은 국회의 전유물로서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한꺼번에 많은 입법도 물론 좋겠지만 현실적이고 양질의 법이 통과돼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에 이바지하는 게 더 관건이고, 의원특권을 내려놓고 국회의원이 국민의 참 봉사자로서 거듭 태어나게 하는 제도 개선도 바람직하다. 그렇게 볼 때에 그 많은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가운데 지난달 27일 새정치연합 원혜영 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눈길을 끈다.

이 법은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오명을 벗자며 제안한 법이다. 유권자들의 불신이 높은 의원세비가 과연 적정한지, 국회의원 본인들이 결정하는 급여 수준을 외부 민간인들로 구성된 산정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현 제도의 문제를 개선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다. 발의의원들의 제안 이유는 충분히 일리가 있어 비록 늦게 제출된 감은 있지만 연말까지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합리적이고 공개되는 의원세비가 되어야겠다.

이번 개정안에서 제2조 단서조항 삭제는 매우 바람직하다. 1984년 12월 31일 개정된 단서조항으로 인해 국회에서는 법을 고치지 않고 국회규칙으로 입맛대로 보수를 올려왔고 외부 비공개였으니 그들만의 독무대였다. 동법률에서 ‘별표 1(1988.12.29. 개정)’ 국회의원 수당을 찾아보면 의장 149만 6000원, 부의장 127만 5000원, 의원 101만 4000원으로 나타나 있으니 26년 전의 금액으로 올해 의원 수당(기본급)이 646만 4000원과는 차이가 크다. 더욱 문제시 되는 것은 9급공무원 보수도 공개가 되는 판에 의원세비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왕 의원세비제도를 개선해 국민 신뢰를 구현할 것이라면 의원수당(제2조)뿐만 아니라 입법활동비 조항도 개정해야 한다. 동법 제6조(입법활동비) 제1항의 “다만, 입법활동비를 조정하고자 할 때에는 이 법이 개정될 때까지 국회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국회규칙으로 입법활동비를 얼마든지 올릴 수 있고 공개하지 않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의원세비가 얼마인지 그 액수를 국민이 마땅히 알아야 될 것이 아닌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