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세금 납부가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니 국민이라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막상 납세자 입장이 되면 금액 다과에 관계없이 가급적 적게 냈으면 하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인데, 세무당국에서 아무리 공정한 과세라고 해도 납세자들은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진다. 그래서 자구지책(自求之策)으로 법인이나 부유층들은 세금을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절세 방법을 더 많이 연구하고, 때로는 탈세나 확정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세무 당국이 골머리를 앓는 것이다.

여러 세목 가운데 양도소득세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 보기에 따라서는 세금이 많다하더라도 취득가격과 매도가격 사이에 발생한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이니만큼 어쨌든 매도자의 이익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과거 관행에 따라 취득 가격을 낮게 했다가 발생되는 큰 양도차익이나, 주택이 철거되고 나대지 현상(現狀)에 대한 1가구 1주택 미인정 등 제도·운영상의 미비점으로 개인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될 경우에는 세무당국이 공평과세, 합리세정을 떠들어도 국민은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2010∼2012년까지 3년간 이뤄진 부동산 거래 가운데 약 절반에서 양도소득세 탈세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기사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어떻게 된 연유로 토지 등 물건 매매로 남은 양도 이익을 세금으로 내는데 인색한 것인지, 납세의무를 지닌 국민의 반이 양도소득세를 법정기간 내 신고하지 않거나 불성실 신고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불경기 영향이나 납세자 심리가 작용했겠지만 양도소득세 제도 자체의 문제점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양도소득세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조세특례제한법에 담아 전쟁 비용 마련 목적으로 만들어져 몇 년간 운용되다가 1960년 폐지됐다. 그 후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일부지역에서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자 억제 수단으로 1967년 특별조치법을 통해 ‘부동산투기 억제세’가 만들어져 서울, 부산과 그 인접지역 토지에 한정됐다. 그러다가 1975년으로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목적으로 전국에 확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정부는 “비사업용 토지는 실거주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용도로 주로 쓰인다”는 주장으로 세금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개인이 소유한 비사업용 토지가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며칠 전 필자는 지인으로부터 양도소득세에 관한 불만을 들었다. 그는 중동 근로자로 나가 고생해 번 돈으로 1988년에 대구 봉덕동의 도로변에 무허가 주택을 사서 15년 동안 살다가 2005년경 도로확장공사로 집이 철거됐다고 한다. 나대지가 된 117㎡ 자투리땅에 집 지을 돈이 없어 그냥 두었다가 최근에 팔았는데 수천만 원 세금 폭탄을 맞을 지경이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자투리땅이 유일한 재산이라는 지인의 사정을 잘 아는지라 필자가 상세히 알아본즉, 그가 26년 전에 대로가 있는 부근의 주택(건평 17평 2홉) 한 채를 실제 가격 7000만 원으로 샀고 당시 관례대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그 후 1997년경 시에서 집행하는 도로확장사업으로 40m 대로가 나면서 대지 9㎡가 도로에 편입돼 주택이 헐리게 됐고, 남은 대지(117㎡)는 도시미관지구에 해당돼 건물을 지으려면 도로 경계선에서 3m 거리를 벗어나 3층 이상 건물을 지어야 했다. 하지만 집 지을 형편이 안 돼 그 땅을 최근까지 인근 상점 주차장용으로 월 15만 원에 임대했다는 것이다.

건물을 지을 바닥 면적(18평)이 작아 십수년 동안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던 땅이 얼마 전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는데, 2억 2900만 원을 손에 쥐어주고 나머지는 중개업자가 가지는 조건을 제의해와 총 2억4000만 원에 매매계약했다고 한다. 지인의 사정을 아는 부동산중계업자는 “나이 70 넘은 사람이 집도 없이 가진 것이라고는 이 땅밖에 없고, 지금까지 손해를 많이 봐서 빚 갚고 나면 돈도 없을 텐데 세금을 왜 내느냐”며 부추기며, 세금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지인은 매매 계약 후에 세무사에게 대충 알아보니 현재 나대지는 비사업용토지에 해당되므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없어 세금이 많이 나올 거라 했다며 걱정이 태산같았다. 그렇다면 과거에 살다가 철거된 주택은 인정하지 않고 토지만 인정해 계산하는 것은 문제다 싶어 필자가 관할 세무서에 가서 사례를 설명하고 문의했다. 그랬더니 나대지로 비사업토지에 해당되지만 무주택자 조건을 갖춘 경우에는 세무서에 신청해 ‘사업에 사용되는 그 밖의 토지’로 인정받으면 30% 장기보유특별공제 받는다고 친절히 알려주어 한시름 놓았지만 실제 구입가격을 놓고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개인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양도소득세 기준세율에 10% 가산제도를 2016년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는 막아야 하지만 제도 미비로 인한 납세자의 억울함과 불만은 해소돼야 한다. 위 사례처럼 15년 넘게 잘 살던 집이 어느 날 도로확장공사로 헐리어 나대지가 된 경우 1가구 1주택 간주 없이 세금을 매긴다면, 그것도 당초 주택 현상(現狀)에 대한 판단 없이 토지 환가로 계산해 고세금을 물린다면 누구인들 공정한 세금이라 하겠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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