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내년 국회의원 세비 3.8% 인상 소식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금도 의원세비가 많은 입장에서 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 많다면 또 몰라도 의무는 게을리하면서 특권만 누리다 보니 비난받을 일이다. 의원특권을 대폭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마당에 9월 30일 모 연구기관의 평가가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국회가 “그 어떤 곳보다도 특권으로 뭉친 집단”이라 평가하면서 면책과 불체포 등 각종 특권, 높은 세비와 수당, 해외 시찰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 내용을 보면 ‘…실제로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한 해 1억 원이 넘는 세비를 받고, 세금으로 봉급을 주는 수 명의 보좌진을 거느리며, 역시 세금으로 지원되는 45평 넓이의 사무실도 제공받는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비 1억 3796만 원과 회기 중 받는 특별활동비 564만 원, 보좌진 인건비 3억 9500만 원 등을 포함해 총 7억 7443만 원이 의원 1명에게 들어간다. 여기에는 정근수당과 가족수당 및 학비보조, 간식비, 의료실 및 체력단련실 사용, 연 2회 이상의 해외시찰비, 차량 지원, 통신요금, 의원회관 경비, 기타 지원비 등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필자가 공감하는 부분은 “일반국민의 소득 수준에 비해 세비가 높은 것도 문제지만 자기 월급(세비)을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 언급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의원세비는 예산의 한 요소로 예산당국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국회의원 스스로 세비를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고 있지만, 의원이 편리한 대로 국회규칙으로 정한 의원세비는 공개조차 되지 않는 게 현실정이다.

의원세비로 불리는 수당 등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회의원에게 지급되고 있다. 그 1조 지급 목적을 보면 “이 법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를 보전하기 위한 수당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규정이다. 법 목적에서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국회의원은 국민에 봉사하는 자라는 것, 직무활동과 품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를 보전한다는 내용이다.

국회의원에게 ‘최소한의 실비’ 보전을 위해 수당(제2조), 입법활동비(제6조), 특별활동비(제7조), 입법 및 정책개발비(제7조의2), 여비(제8조) 등을 지급한다는데,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의원의 의원세비는 1억 3796만 원 정도이며, 의원 사무실 운영을 포함해 1인에게 돌아가는 평균 비용으로 친다면 7억 7443만 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그 액수가 법에서 명시하고 ‘최소한의 실비’ 개념에 합당한 것인지 따져 봐야 하는데, 미국 의원 1억 9488만 원보다는 낮지만 영국(1억 1619만 원)과 프랑스(1억 2695만 원) 의원이 받는 세비보다 많은 편이다.

국가 1인당 GDP와 비교해보면 미국, 영국 등 의원은 2∼3배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 의원세비는 1인당 GDP(2450만 원)의 5.6배에 이르고 있으니 ‘최소한의 실비’라는 법 기준이 무색할 지경이다. 필자가 보건대 세비가 많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통제 없이 금액을 결정하고 또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는 “국회의원에게 [별표1]의 수당을 매월 지급한다. 다만, 수당을 조정하고자 할 때에는 이 법이 개정될 때까지 공무원보수의 조정비율에 따라 국회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 법 규정에 의해 의원세비를 법 개정 없이 편리한 대로 단서 조항에 근거해 공무원보수 인상률에 따라 국회규칙으로 정하고 있다. 형식상 법률을 따르고 있지만 사실상 단서조항을 적용해 국회의결을 하지 않고 내부절차에 다름없는 국회규칙으로 의원세비를 정하고 있으니 국회의장 결재로 얼마든지 인상할 수 있고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국회의원은 지난 30년간 법 개정 없이 국민 눈속임을 하면서 의원세비 특권을 누려왔던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을 검색하면 국회의원 수당이 [별표1]에서 나온다. 그 금액을 보면 ‘국회의장 149만 6000원, 국회부의장 127만 5000원, 의원 101만 4000원’인 바, 이는 30년 전인 1984년도 금액이 현행 법률에 그대로 있다. 필자가 몇 번이나 강조한 바 있지만 2014년도 행정부의 9급 1호봉 보수 122만 7600원은 법률에 의해 공개되는데도 불구하고, 1억 원이 훨씬 넘는 의원세비가 법상으로 공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어패가 있다고 본다.

30년 전, 국회가 의원세비 관련 법률의 수당, 입법활동비 등에서 교묘히 단서조항을 만들어놓고, 지금까지 그 단서 규정을 이용해 국회규칙으로 세비를 올려 외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세비를 받고도 공개되지 않는 특권을 누려왔으니 우리 국회의 현주소요, 의원세비는 철옹성 특권 중 특권이다. 국회는 더 이상 국민 눈을 속이지 말고 이번 회기 중에 관련 법률을 고쳐 수당, 입법활동비 등에서 단서조항을 삭제해 세비 인상 시에 심사를 받고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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