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을 위한 정부 지원금이 계속 커지다보니 연금 개혁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김영삼 문민정부, 김대중 국민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 법을 고쳐 개혁에 나섰지만 정부예산의 연금 보전 지출은 여전하다. 그 연유가 공무원연금을 반씩 부담하는 정부의 부담금이 적거나 기금운영이 잘못된 것인지, 공무원연금액에 비해 개인이 내는 기여금이 적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정부의 지원금이 늘어만 가니 공무원연금 개혁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시스템에서 정확한 원인 분석과 그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처방해야하건만 공무원연금 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새누리당, 청와대, 정부의 입장이 각기 다르다. 또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저부담·고혜택’이란 여론과 함께 수급자 평균 월 87만 원의 국민연금에 비해 공무원연금(평균 219만 원)이 과다하다는 것에 대해 실제 수급당사자인 퇴직자·공무원사회에서도 연금제도의 취지, 부담액 등이 다름에도 단순 비교는 맞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1961년에 시행된 제도다. 그 당시만 해도 국가발전을 위한 직업공무원의 역할이 필요했고, 노후 보장책으로 연금제도를 만든 것인바,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생긴 제도가 아니라 외국에서도 있어왔다. 결국 공무원연금은 국가가 직업공무원제도에 충실해 공무원이 충분히 스스로 대비할 수 없는 노령·질병·부상 또는 사망 등에 대해 상실(喪失)된 소득을 보충함으로써 공무원이나 그 가족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에 기여하게끔 만든 제도라 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 기금이 부족한 것은 적립금 자체가 적을 수 있는 구조와 함께 운영의 잘못 등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다. 현재 정부부담금과 공무원기여금으로 각 7%씩 조성하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 적은 정부부담금이 공무원연금 적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미국, 프랑스의 경우 공무원기여금은 우리나라와 같은 7%대이지만, 정부부담금은 일본 21.7%, 미국, 35.1%, 프랑스 62.1%로 월등히 높다. 독일은 공무원기여금 없이 국가에서만 56.7%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니 이를 보아도 공무원연금 기금 조성을 위한 정부 책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부담금을 적게 내놓음으로써 원천적으로 적자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또한 과거정부가 공무원연금을 제 주머닛돈인 양 입맛대로 사용해 규모가 크게 줄어든 사례도 한 몫을 한다. 그렇더라도 매년 2조 원을 넘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선에서 개선이 없다면 날이 갈수록 적자폭이 훨씬 많아질 테고 그것은 현 정부나 차기정부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니 공무원연금 개혁은 당위성이 있는바, 문제는 그 해결방법이다.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든다며 한국연금학회에 의뢰해 나온 개혁안은 만든 당사자들이 국가기
관도 아니고 국민연금이나 민간기업의 입장에 치우친다는 평을 받아 공평치 못한 문제점이 있다. 또한 개혁안 마련 과정에서 연금 수급 당사자들의 입장이나 정부의 연금관리에 대한 분석 등에서 미진해 일방적 개혁안이라는 것 때문에 발표도 되지 못했고, 그런 사정으로 인해 새누리당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공을 정부에 넘기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연금 개혁’을 사례로 들어 정부의 기준선으로 제시했다. 독일은
1998년 가입 기간을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고, 연금 혜택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늦췄으니 ‘더 내고 늦게 받는’ 외양(外樣)을 모범사례로 들었던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2016년부터 공무원의 연금 납입액을 단계적으로 41% 올리고 수령액을 34% 삭감하고 또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은퇴자의 연금 수령액을 삭감하는 내용의 제도개혁 초안을 마련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공무원과 퇴직자들의 입장은 분명하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제도적 목적이 다르며, 공무원 퇴직금이 민간기업의 6.5∼39% 수준에 불과하고,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노인연금 20만 원에서도 제외되니 공무원연금에 퇴직금, 노후 보장 등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다. 즉 연금제도가 공무원에 대한 국가의 자선(慈善)이 아니라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마치고 난 후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거치(据置)된 보수라는 것인즉 잘못된 시각만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매년 늘어나는 공무원연금 적자는 줄여야 하니 개혁돼야 한다.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정부안이 확정된 후 국회에서 여야에서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겠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애로가 예상된다. 개혁안이 잘되든 못되든 퇴직금 등에서 손해를 보아온 36만여 명의 연금 수급자와 107만 공무원의 노후 밥줄이 달린 일이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고, 또 국민의 입장에서도 여론이 만만치 않을 터에 어떻게 연금개혁 퍼즐을 맞출 것인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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