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논설위원, 시인)

 
‘공무원연금 개혁’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여당이 지금과 같은 ‘덜 내고 많이 받는 연금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나서자 일부 단체와 국민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들고 나왔고, 이에 반해 공무원노조 등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크다. 공무원연금을 관장하는 안전행정부에서 합리적 개편안을 내놓아도 ‘가재는 게 편’이라 인식되는 가운데, 여당에서 ‘공무원연금을 깎는 대신 퇴직수당 인상하자’는 방안까지 대두되고 있는 등 쟁의(爭議)가 한창이다.

과거에도 정부 주관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이 몇 차례 이루어졌다. 1995년에는 기여율 5.5%에서 7%로 올리고 지급대상 연령을 60세로 정하였고, 2000년에는 연금 기준금을 퇴직 시의 최종보수월액에서 퇴직 전 3년 평균월보수액으로 낮추었다. 또한 2009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 2010년 이후 임용 공무원에 대해서는 65세에 도래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게 손질했으나 이런저런 사유 등으로 정부 보전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혹자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평균 수령액이 국민연금은 84만 원인데 비해 공무원연금은 219만 원이라며 양자 간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공무원 특혜를 주장한다. 같은 연금제도라 해도 양자는 성격과 부담 비율 등이 다르니 단순 비교는 맞지 않다.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실시된 국민연금은 기금 조성에 있어서도 가입자 4.5%, 사용자 4.5%를 내는 돈과 이를 운용하여 얻은 수익금으로 조성되며,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특별권력관계가 유지되는 공무원의 퇴직에 대해 적절한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 향상에 이바지함이 그 목적이다. 공무원 7%, 정부 7% 부담하는 연금제도는 공무원에 대한 국가의 자선(慈善)이 아니라 특수관계에 있는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마치게 되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거치(据置)된 보수적 성격으로 인식되고 있음이 일반적이다.

정부가 보수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적립시켜 보관하고 있다가 후불하는 보수거치설이 통용되는 공무원연금은 직업공무원제도 하에서 공무원의 권리에 속한다. 그렇다 해도 매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안정화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하는 바, 그러기 위해선 지금까지 연금기금을 관리한 정부가 운용에 최선을 다했는지, 혹 잘못됨은 없었는지 전후 사정을 살펴서 적자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평가해야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것이다.

1960년부터 시행돼온 공무원연금이 부담금액 대 지급액에서 적자가 발생한 것은 1993년이다. 그렇지만 기금 조성액이 1996년에 6조 원에 달했는데, 2000년에는 1조 7000억대로 줄어들었다. 그 이후에도 감소 추세가 이어져서 지금은 정부보전금이 매년 예산으로 보충되고 있는 바, 공무원연금 기금이 감소된 것은 공무원들이 기여금을 적게 내고 많이 탄 구조가 아니라 정부 부담금을 적게 내거나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등 부실 관리가 큰 몫을 차지했다.

어떻게 해서 공무원연금기금이 줄어들었을까? 의문이 큰데 공무원노조의 주장에 의하면, 정부가 공무원연금기금에 부담할 돈을 내지 않거나 기금 부당 사용한 금액이 무려 6조 9734억 원이라 한다. 지난 1997년 IMF 당시 11만여 명이 구조조정하면서 정부가 부담해야 할 퇴직일시금으로 4조 7169억 원, 2005년 철도청의 공사화 때 3만 9000명에 대한 퇴직일시금 2277억 원, 1983년부터 2000년까지 군 복무 경력자 소급분 정부부담금 5863억 원 미납, 1992∼1993년 퇴직수당 정부부담금 6144억 원 등인데 이 돈은 현재 가치로 치면 13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과거 정부가 공무원연금기금이 눈먼 돈이라고 부당사용하고 정부부담금 미납 등이 연금이 고갈된 원인으로 작용했고, 정부부담률(7%)에 있어서도 OECD국가 평균 부담률 1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 연금기금 부족에 원인이 되고 있음도 연금법 개정에서 고려될 사항이다. 또한 국가와 특별권력관계에 있는 공무원 신분을 교묘히 이용한 법제도로 인해 민간기업의 6.5∼39% 수준에 불과한 퇴직금도 문제가 따르니 지나칠 수 없는 없는 사안이기도하다.

107만 공무원과 36만여 연급 수급자의 뜻과는 다르게 공무원연금에 대한 국민 불만이 높은데, 연금 기금의 고갈과 매년 2조 원을 넘는 적자의 근본은 ‘덜 내고 더 받는’ 식의 구조라기보다는 정부의 기금운영상 잘못이 큰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구멍 뚫린 독에 물 붓는 격인 만년 적자를 방치할 수 없는 현실이니, 국회와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공무원연금제도의 취지에 합당하면서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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