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세월호 참사가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어 댄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무능하고 지루했던 국회에 제대로 된 기회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책임과 의무 앞에서 비굴했던 정권과 국회에 심판을 내린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세월호 참사로 여야 모두 국민의 심중을 달래기도 바쁜 상황에서 각 정당의 지도부는 물론이고 후보자들도 세월호 구조대원만큼이나 초죽음이었을 것이다. 누구든 선거를 앞에 두고 그 책임과 의무를 언급하기엔 낯짝이 서질 않으니 예전에 비하면 선거전의 네거티브는 고사하고 큰소리치기도 어려웠다. 그저 야당은 정권을 비난하고 여당은 불량하고 음해한 세력이 국민의 마음을 호도할까 안절부절 하지 못한 모습으로 지방선거에 준비된 후보를 제대로 홍보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곳저곳에서 여당보다 야당이 우세하지 않겠냐며 반사이익을 거둘 것을 예측했지만 선거결과를 보면 그도 아닌 것 같다.

새 정치를 내세웠던 새정치연합은 누가 보더라도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 호재로 생각하며 내심 승리를 확신했지만 개표가 끝난 후 226개의 선거구에서 겨우 72개를 얻는 데 그치고 만 것에 할 말을 잃은 듯했다. 물론 우리의 심장이라 불리는 수도 서울에서는 나름 분발을 했지만 서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표를 얻어내는 것에는 미진하여 애매한 표정으로 충격을 삼키고 있다. 과거 선거에 비하면 높은 투표율이지만 사전투표까지 포함해도 56.8%에 그쳐 민심은 여전히 야당이 기대한 만큼 정권심판론까지는 가지 않았다.

비난과 비판만 있을 뿐 같은 급으로서 새 물이 아닌 구정물이라는 것에 야당도 피해가지 못했고, 되려 세월호를 문제 삼아 연일 트집 잡는 야당을 여당보다 더 밉상으로 보이는 데 한몫했다. 처음 합당 때부터 새 정치에 대안다운 대안은 없고 당 지도부부터 새 정치의 대의명분을 두고 우왕좌왕 헤매더니 결국엔 재난을 두고 뒷짐 지며 훈수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겐 꼴불견이 된 것이다. 매번 성찰과 반성은 없고 비판과 핑계만 난무하니 국민들의 원성은 착하디착한 안 의원 영입의 쇼맨십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어려워진 국민연금까지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인데 국회는 딴 짓을 하다가 생각지 못한 외통수에 뒤통수를 맞게 되었고, 정부는 생각 이상으로 무능함과 미숙함을 보였으니 나라 안이 온종일 뒤숭숭한데 후보자는 물론이고 정당 역시 뾰족한 수가 없이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선거전후 어디서도 당면한 사안에 대해 수습하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당리당략으로 계속해서 딴청과 해명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어르려고 하니 이제 와서 내민 손이 뻘쭘하고 어떻게 얼굴을 내비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선거 결과가 국민들의 심중과 선호하는 지지도가 아닌 열 받은 마음으로 무소속을 찍은 것을 보면 여당도 야당도 이번 선거는 그들에게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참사의 수습은 여전히 완료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입바른 말도 염치없는 짓으로 할 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제 그들이 말한 대로 결과가 나왔으니 어쩔 것인가? 악재와 불안심리로 국정개편이라는 말을 다시 꺼내고 나올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명분과 핑계로 웃는 낯짝으로 나올 것인지 거세게 저항하는 국민들에게 어설픈 연출은 그만두고 정신을 차릴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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