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선거일이 이제 9일 남았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선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 선거 때 들어왔던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다는 사람들도 많다. 과거 선거 때만 되면 시끌벅적하던 분위기는 이미 볼 수가 없어진 지 오래됐고 이제는 미디어의 효과로 이미 후보자에 대해서 알 수가 있을 정도는 됐다.

또 마음속으로 지지정당이나 후보를 정해둔 상태에서 과도한 선거유세는 역효과를 볼 수가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여 왔다. 더구나 이번 지방선거는 애도의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라서 어느 후보도 시끄러운 선거를 원치 않아 보인다.

지역적인 표심도 여전히 작용을 하고 세대 간의 표심도 작용하고 있어서 예상하기가 과히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좀 다르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이득을 얻는 정당과 손해를 보는 정당이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여론은 있지만 정당의 후보들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결과를 두고 이익과 손해의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어 보인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대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도 자숙과 반성으로는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에 책임이 있지만 아무래도 여당이 더 많은 비난을 받을 여지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인 이득은 새정치연합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결과가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에 새누리당의 후보가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지역이라도 결코 여유롭게 승리할 수 없는 구조다. 전국득표수로 계산한다면 여야의 득표수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팽팽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의 17개 광역단체장의 분포는 최근에 탈당을 하여 무소속으로 간 단체장을 원래의 소속 정당수로 계산한다면 새누리당 8, 민주당 8의 균형을 이룬다. 제주도는 우근민 지사가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적인 지지도에 힘입어 야당은 호남 3개 단체장을 제외하고는 어느 곳도 승리하기 힘든 상황이었으나 세월호 사건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정부의 잘못이라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이 책임을 새누리당이 져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당지지도가 새정치연합이 안철수의 신당과 합당을 했어도 20% 초반대에 마물렀고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0% 이상을 얻어 2배의 정당지지율의 차이까지 났음에도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를 긴장감을 갖고 나서게 된 이유는 세월호 참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민심은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참패를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이용한다는 역풍이 불지 않는 한 새정치연합의 약진이 충분히 예상된다. 여론조사의 결과는 새누리당이 10~20% 득표의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새누리당 후보자들이 선방하고 선전을 한다면 득표감소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장은 일을 잘할 수 있는 인물을 뽑는다지만 정권심판론을 주장하는 야당의 공세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번 선거결과에 여야는 민심의 뜻이라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을 위한 자치행정을 잘 살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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