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세월호의 침몰사건으로 온 국민이 탑승객의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구조대가 진도 앞바다로 출동해서 기울어진 배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일부승객들만 안전하게 대피시켰으나 배 안에 갇힌 승객들의 구조에는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날씨도 나빠서 풍랑과 빠른 조류에 구조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을 받았다.

배는 점점 가라앉아 이제는 완전히 물속에 잠겨버리고 구조대는 물속에서 선실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공기주입은 일단 성공했으나 선실까지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종자들이 주검으로 변해서 인양되는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불길한 생각을 하게 한다.

깜깜한 선실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구조대를 기다리는 승객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침몰 4일째 저녁이니 100시간이 이미 지났다. 기적이 생기는 일이 가끔씩 발생하니까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의 염원도 듣지 못하고 시신이 되어 버린 영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수학여행 길에 나섰던 젊은 청춘들의 희생에 전율을 느낄 정도로 참담하다. 그 배를 우리가 탔다면 침몰직전에 위급함을 알리고 탈출을 도왔을 것이라는 의미 없는 상상도 해본다.

이번 사건은 한두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총체적으로 잘못된 운항이었음이 드러났다. 선박을 개조해서 승선인원을 늘리려했던 해운사의 욕심과 선박의 개조에 대해서 눈을 감아줬던 허가부서가 있었을 것이고 안개를 뚫고 운항을 하기로 결정했던 해운사의 무책임한 위험 불감증도 있었고 항해를 지휘하고 운항을 책임져야 할 선장의 책임방기도 있었다. 과적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도 있고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사고 직후에 최초신고를 탑승자의 휴대전화로 알린 일도 어처구니없는 선장의 대응이었다. 선원에 대한 교육도 형식적이었고 비상대피훈련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해운사의 선원에 대한 관리는 제로였다고 보인진다. 항해 중에 3등 항해사에게 자동차의 핸들에 해당하는 방향키를 맡긴 것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또한 사고가 났을 때 대처를 잘 못한 선원들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인면수심의 선장이 있었다는 것이 분노를 들끓게 한다.

정부의 대응도 신속하지 못한 것이 드러났다. 전남소방본부에서 첫 신고부터 재난대책본부 가동까지 53분이나 걸렸다. 국가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작동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보고하고 보고를 받고 사태파악을 하는 과정은 이보다 더 길었을 것이라고 보인다.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능력이 이 정도라는 사실에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로는 탑승자 476명 구조자 174명 사망자 56명 실종자 246명으로 집계됐지만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모를 잃고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의 비통하고 애타는 마음을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들의 심정을 온 국민이 나누어질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부는 사후대책을 마련함에 있어서 최대한 유족들의 마음을 살펴서 성심껏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