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세월호의 대형 인재참사가 온전히 마무리도 되기 전에 재난수습의 책임을 지던 국무총리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총리 후보로 2명의 내정자가 언론의 포화를 직격으로 맞고 후보자 지명 6일과 14일 만에 두 사람 모두 자진 사퇴로 마무리했다.

공직 출신의 후보자는 전관예우의 부정축재로, 언론인 출신의 후보자는 사상관과 역사관의 편견으로 재난 수준의 혼란만 주었다. 세 번째로 지명되는 총리후보자는 누구인지 하루빨리 절차를 마무리해 적체된 업무를 해결해주길 바랐는데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발표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총리의 유임을 발표해 버렸다. 사의를 표명한 총리가 유임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지만 그것보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사의를 받아들인 후 총리인선 작업까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내정자 발표를 진행한 상황에서 일이 여의치 못하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발표를 했다는 점이다. 국가원수이자 최고 통수권자로서 잘못의 여부를 떠나 사의를 표명한 자의 사표를 받아들였다면 새로운 인재를 기용해야 하는 것이 수순이다. 그런데 60여 일을 새로운 인재 채용을 시도만 하다가 잘 안되니까 다시 의사를 번복한 것이다. 이유가 국정분열과 국론분열 때문이라지만 이것은 또 하나의 핑계일 뿐 국민의 신뢰를 점점 얇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강력하게 국가개조를 표명했는데 총리인선 하나를 60여 일을 끌고 다시 의사를 번복한다면 그 리더십에 박수를 보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에는 부산과 경남의 지역인사들이 포진하고 있어 인사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대탕평인사로 모든 지역과 성별, 세대의 사람을 골고루 등용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 했다. 과거 분열과 갈등을 초래했던 지역차별 인재등용에 변화가 오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와 전통은 쉽게 깨트리기는 어려웠나 보다.

국민은 새로운 총리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부분을 개선하고 관피아를 근절하고 오랫동안 세를 확장해왔던 폐단들을 깨끗이 청소할 것을 기대하며 추진력 있는 후임 총리를 기다렸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왕좌왕하던 정부가 하루빨리 정상을 찾아 버거워지는 경제를 이끌어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모든 기대가 9회말 만루 홈런으로 날아간 기분이다. 청와대는 정 총리의 유임발표와 함께 우수 인사 발굴과 평가를 하기 위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한다고 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 부서는 이름이 바뀌고 새로운 부서가 설치되고 있다. 시스템은 그대로인데 이름만 바뀌고 부서만 늘어나는 것은 아닌가?

세월호 참사 이래 연이어 사고가 빈발하고 급기야 탈영병의 총기사고까지 나고, 총리 후보자들은 연일 언론의 포화로 분란만 만들어대고, 국회나 국정은 나날이 쌓여가는 업무로 사방에서 비난의 목소리로 대통령을 압박했을 것이다. 사정의 다급함과 시급함은 알지만 이러한 시점에 이러한 발표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 대통령 보좌 인재들의 충언이 아쉬울 따름이다. 불을 끈다고 유임의 카드를 잡았지만 이는 또 다른 도화선으로 대통령과 정부는 안이함을 택한 오늘을 두고두고 되짚으며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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