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푸른수행자회, 종단정치 불참… “자각운동 펼칠 것”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승려모임 전국푸른수행자회(상임대표 해월스님)가 창립을 선언하고 미래 불교의 주역인 젊은 수행자들의 바른 수행문화 정진을 위해 자성과 자각운동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모임을 대표하는 해월스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해 시작부터 힘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전국푸른수행자회는 23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기념법회와 ‘수행자를 묻는다’ 포럼을 개최했다.

◆“구성원들의 자각이 가장 필요해”

해월스님은 미리 배포한 글을 통해 “수행자가 변화하지 않으면 내일의 불교를 볼 수 있겠느냐”면서 “조직과 사람만을 바꾼다고 (현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자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지금 조계종을 볼 때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관료화·제도화·세속화·권력화 그리고 불신과 운둔하는 모습으로 인해 수행정신과 미래불교 동력이 상실되고 있다. 노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월스님은 “불교 미래세대인 젊은 수행자들이 (현 종단 흐름에서) 아웃사이더가 돼버렸다. 다시 말해 소외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종단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스님은 “푸른수행자회는 종단 정치단체가 아니다. 현 종단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참여해 자각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발원문을 통해 “어두운 그늘에 빛을 비춰주는 수행자가 되도록 대중들은 신명을 다 바쳐 정진하겠다”고 서원했다.

◆승가 스스로 정화능력 갖춰야

이어진 포럼에서는 수행자의 성찰과 참회를 촉구했다. ‘재가자가 바라본 수행자의 위의’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은 “승가의 위의(불자가 지켜야 할 생활규범)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그러한 생활태도를 형성하는 본질적이고 내제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다”며 “스님의 말과 행동과 같은 일상생활 태도에서, 재가자들은 상식 수준의 기대를 품고 있다. 기본만이라도 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재가자들 보기에는 승려의 자질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종규 재가연대자정센터 원장은 “오늘날 언론에 비치는 승가의 위의는 참으로 암담한 것이 사실”이라며 “올바른 수행을 통해 사회를 리더하고 한편으로는 집단 내에서 스스로 정화(자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자 강설스님은 “한국불교의 출가수행자는 수행이력과 인격이 일치하지 못하고, 깨달음과 실천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는 기형적 신앙형태를 연출하고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 “수행자의 모습을 보인다며 위상은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며 “스님들이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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