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결의 없이 22억 유용 인정… “매각으로 사업비 보전 중”
이성민 회장, 유용의혹 및 이사장‧회장 선임 논란 해명 기자간담회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국내 대표적인 개신교 국제구호NGO 단체로 꼽히는 기아대책이 최근 불거진 의혹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아대책은 지난해 11월 정정섭 전 회장의 별세 이후 ‘선한이웃병원’ 지원금 유용 의혹과 인사 문제 등과 관련해 갈등이 일며 심각한 내홍을 겪어왔다. 이달 초에는 윤희구 이사장이 각 언론에 호소문을 보내는 등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23일 이성민 회장이 사태 수습을 위해 강서구 염창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다.

◆42억 지원한 ‘선한이웃병원’ 책임은 누가?

지난 1일 사회복지법인 기아대책 이사장 윤희구 목사(예장고신 전 총회장,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전 대표회장)는 호소문을 통해 “2008년 선한이웃병원 경영 참여를 결정하면서부터 기아대책은 소란에 휩쓸리게 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기아대책은 2008년 11월 선교단체 CCC 산하 ‘아가페의료봉사단’이 단독으로 운영하던 선한이웃병원에 20억 원을 투입하며 공동운영에 나섰고, 총 42억 원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2008년 지원한 20억 원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쳤지만, 2010년 이후 2년 동안 지원됐던 22억 원은 이사회 승인이나 결의 없이 이뤄졌다. 병원 경영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됐고 지난해 법인회생절차를 밟으며 결국 운영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23일 기아대책 설립자이자 명예이사장인 윤남중(새순교회) 원로목사는 기아대책 직원들에게 성탄절 인사 서신을 통해 이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서신에서 “우리가 병원까지 경영하려고 했던 것은 과욕이었다”며 “모금한 돈으로 이러한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후원자들의 뜻을 두려워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영에 직접 참여한 것이 잘못이었을 뿐 아니라 참여 후에도 과욕을 부렸다”고 후유증을 염려했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성민 회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향후 대안을 밝혔다. 그는 “(공매를 진행해서도 수습이 되지 않을 경우) 여의치 않으면 (이사회 승인을 받은) 20억 원은 이사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고, 22억 원은 정정섭 전 회장과 함께 업무를 봤던 이들이 해결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아대책은 이 문제와 관련해 후원자들에게 “일부 사업비가 이사회 승인 없이 故 정정섭 회장과 일부 직원들에 의해 지출됐고,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으며 공매 절차를 통한 매각으로 사업비를 보전하는 중”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인사 두고 내부 갈등… “회장 선임, 합법적”

기아대책은 인사문제를 놓고도 내홍이 컸다. 故 정정섭 회장은 1989년 기아대책에 합류해 24년 동안 기아대책을 대형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설립 자금 5만달러(약 5000만 원)로 시작한 기아대책은 지난 2012년 기준 후원회원 43만 명, 모금액 15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명예이사장 윤 원로목사와 사단법인 기아대책 이사장 두상달 장로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는 정 회장에 대해 독단적인 운영에 대해서는 달갑지 않게 여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원로목사는 정 회장 별세 이후 정 회장이 선임한 최부수 회장대행에 퇴진을 요구하며 후임 선출과 관련해 공개 모집을 해야 한다고 압박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윤희구 목사는 호소문을 통해 “이사 2명(가재환 변호사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됐던 카이스트 김영걸 교수)이 사퇴하자 사단법인 정관에도 없는 CCC 출신인 목사 선교사(현 회장)를 회장으로 임명했다”며 “인선위가 추천한 인물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정섭 회장과 함께 12년간 목숨을 다해 기구를 10배나 키워온 직원들을 강등, 감급, 지방 발령 등으로 좌천시키고, 육아휴직 중인 직원에게까지 권고사직 및 해고를 자행하는 인사를 서슴지 않았다”며 성토했다.

이 회장은 회장 선임과 관련해 “정관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합법적인 보선 절차를 통해 회장이 선임됐다”고 말했다. 인사 조치와 관련해서는 “정정섭 회장 소천 이후 부정인사 당사자들이 실무에서 물러났고,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던 중 그동안 관행으로 해왔던 잘못들이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기구에 문제가 있었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고, 안정적으로 수습되고 있던 차에 기득권을 누리던 일부 인사들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돌출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이에 이 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목회자들에 대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현재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모금에 타격이 있겠지만 큰 단체보다는 작더라도 투명하고 내실 있는 기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아대책은 사단법인 기아대책, 사회복지법인 기아대책, (재)국제개발원, (재)섬김, (재)행복한나눔 등 5개 법인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기부금만 980억 원에 이르는 등 국내 대형 국제NGO 단체이다. ‘떡과 복음’이라는 기치로 기독교적 정체성을 띄고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에 기아대책을 통해 결연 지원을 받은 아동은 세계 42개국 155개 센터 3만 9500여 명에 달한다. 5800여 명의 국내 아동들도 결연 후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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