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그날부터 한한국은 커다란 고무 통에 물을 받아놓고, 계속 그의 키만 한 몽둥이를 가지고 물을 저어 붓글씨를 쓰는 감각을 터득하고자 했다. 세상에 이런 몽둥이 크기만한 붓이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온종일 물먹은 몽둥이로 붓글씨를 쓰듯 물을 저어대니 어깨까지 아파 왔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한한국이 아니었다. 인내심을 갖고 매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차츰 몽둥이 끝이 붓끝처럼 물에 닿는 촉감이 미세하게나마 느껴졌다. 이제야말로 꿈속의 성전에서 보았던 작은 한글을 가는 붓글씨로 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드디어 나도 소리꾼이 득음(得音)을 하듯이 득필(得筆)을 했단 말인가!”

한한국은 감격한 나머지 몽둥이 붓으로 춤을 추듯 물 위에 글씨를 써 내려갔다.

“마치 글씨 쓰는 것도 운전하는 것과 같군.”

면허를 따서 초보 운전 딱지를 떼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초보 운전일 때는 차를 몰고 가는 데만 급급해 차바퀴가 구르는지 어쩌는지도 모르지만, 운전에 익숙해지면 찻길의 상태까지 감지할 수 있다.

그처럼 몽둥이 끝과 물의 스침이 자신의 숨결처럼 하나 됨이 느껴지는 순간, 그의 세필 글씨체도 완성된 것이다. 오늘날 그가 1㎝ 한글체로 만들어 낸 6가지의 평화체, 화합체, 통일체, 나눔체, 희망체, 행복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는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꿈꾸어 온 서체는 완성했는데, 이젠 그 내용이 문제군. 세계평화지도에 어떤 내용을 쓰면 좋을까…….”

이 문제는 비교적 수월하게 풀려 나갔다. 세계화 시대를 맞았으니 세계평화지도 안에는 해당국가의 문화역사,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시와 성경 말씀 등을 담기로 한 것이다.

한편 당시 화단(畵壇)에서는 한국 최초로 한글 붓글씨로 평화지도를 만드는 그의 작업에 대해서, 이건 서예도 미술도 아니라며 인정해 주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를 비하하고 웃음거리로 삼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한한국은 시야를 외국으로 돌리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예술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는 자신을 인정해 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품을 평가받기 위해 전격적으로 한글 <프랑스 평화지도>를 만들기로 하고, 가톨릭 공동번역 성경에서 잠언을 중심으로 2만 자를 담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 작품을 완성한 것이 한·일월드컵이 열린 2002년이었다. 그는 <프랑스 평화지도>를 가지고 충정로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을 찾아갔다. 하지만 프랑스 대사와의 면담은 어림도 없었고 한국인 직원에게 문전박대만 당했다.

한한국· 이은집 공저

▲ (한글)프랑스 평화지도 2013 World Peace Map- Finland 1994~2013 (약 1년) ●제작목적: 세계평화와 프랑스의 평화를 위한 ●작품크기: 2m50㎝X 2m ●서체: 한한국평화체 ●작품내용: 프랑스의 문화역사, 인권선언문, 성경말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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