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어쩌면 좋습니까? 우리 문화원 개관 이래 이처럼 작품이 커서 전시를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답니다.”

행사 담당을 맡은 황유진 큐레이터가 그보다 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역시 당장 어찌하면 좋을지 아득해져 한숨만 내쉬며 작품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6층 꼭대기를 바라보며 묘안을 떠올렸다.

“저 6층 전시장의 창문을 떼어내고 이삿짐 곤돌라로 끌어올리면 어떻겠습니까? 한국에서 이사할 때도 그렇게 옮겼거든요.”

그러나 황유진 큐레이터는 고개를 저었다.

“한 작가님, 여기 미국에선 건물의 나사못 하나만 빼려 해도 한 달 전에 미리 뉴욕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 말씀대로 했다가는 큰일 날 일이지요.”

참으로 난감했다. 당장 내일 아침이면 영부인이 참석하는 개막 행사가 열리는데 가장 중요한 작품을 걸 수 없다니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뾰족한 수가 없어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는데 뉴욕특별전 작품이송 책임자가 입을 열었다.

“한 작가님! 이건 한국의 자존심입니다. 세계평화를 위해 이처럼 위대한 작품을 이곳 뉴욕까지 가져왔는데, 전시를 못해 행사를 망치다니 말도 안 됩니다. 혹시 이 건물 주인에게 부탁해 보면 어떨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건물주에게 부탁을 하자고요?”

깜짝 놀라 묻는 그에게 말을 꺼낸 작품이송직원들은 대답했다.

“뉴욕 시장의 허락을 받으려면 한 달 이상 걸리지만, 건물주의 양해만 얻는다면 엘리베이터를 뜯어내 그곳으로 작품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아하, 그런 묘안이 있군요! 하지만 가능할까요?”

그는 불길 속에서 구원의 밧줄을 잡은 느낌이었지만 한편으론 너무 허황된 생각 같아 몇 번을 되물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모두들 집에 가서 각자 소중한 물건 한 가지씩을 가져오는 겁니다. 그렇게 건물주의 마음을 감동시킬 선물을 주면서 통사정을 해보는 거지요.”

그 길로 집으로 달려간 담당 직원들은 한 가지씩 챙겨온 선물을 가지고 건물주를 찾아갔다. 어이가 없다는 듯 한참을 말없이 사정 얘기만 듣고 있던 건물주가 입을 열었다.

“와, 한국 사람들 정말 대단합니다. 이건 정말 특별한 경우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정히 그렇다면 오늘밤 안으로 엘리베이터 해체작업을 해서 작품을 올리고, 내일 아침 출근시간 전까지 원상회복 해놓으세요. 그건 약속할 수 있지요?”

 한한국· 이은집 공저

▲ (한글)오스트리아 평화지도 World Peace Map- Austria 1994~2013 (약 8개월) ●제작목적: 세계평화와 오스트리아의 평화를 위한 ●작품크기: 2m50㎝ X 2m ●서체: 한한국평화체 ●작품내용: 오스트리아의 문화역사, 성경말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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