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그날부터 한한국은 산속의 절과 도시의 교회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서도(書道)를 깨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꿈속에서 본 그런 글씨는 좀체 써지지 않았다. 그는 엉뚱하게 검객처럼 검도에도 빠져 칼을 붓처럼 휘둘러대기도 했다.

“이 무거운 칼은 칼이 아니다! 이건 가벼운 붓이다! 이 칼이 붓처럼 날렵해질 때 새로운 글씨가 탄생할 거야!”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돌아다니며 수련을 계속하던 어느 날, 그는 마침내 새로운 수련법을 찾아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운 날씨였다. 거의 자신의 키만 한 몽둥이를 붓 대신 들고서, 부산 해운대 모래사장 위에 바닷물에 적신 몽둥이로 글씨를 쓰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몽둥이가 바닷물을 먹자 더욱 무거워졌지만, 종이를 살 돈도 없었기에 모래사장 위에 바닷물을 찍어 붓글씨를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해가 뜨는 이른 아침부터 석양이 질 때까지 쓰고 또 쓰기를 거듭하자, 어느덧 몽둥이 붓은 가벼워지고 모래판의 글씨는 아름답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때 그는 분명히 느꼈다. 커다란 몽둥이 붓은 손가락에 낄 만큼 작아지고 모래판은 매끈한 한지가 되어, 사각사각 붓털이 미끄러지는 촉감과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허허, 저 사람 좀 보게. 멀쩡하게 생긴 젊은이가 미쳤구먼, 미쳤어!”

가끔씩 한겨울의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를 보고 들으란 듯 혀를 차기도 했다. 너무 고된 연습 탓이었을까. 그만 모래밭에 지쳐 쓰러져 그대로 얼어 죽을 뻔했다. 결국 이번 수련도 한계에 부딪친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꿈속에서 본 글씨체를 터득하지?”

새로운 필체를 창조하고자 몸부림치는 한한국에게 문득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고구려 시조 주몽의 아들인 유리태자의 이야기였다.

“아비를 찾고자 한다면, 일곱 그루의 소나무 중 한가운데 소나무 밑동에 감추어 놓은 부러진 칼을 찾아서 가져오너라! 그 칼과 내가 가진 부러진 칼이 하나로 맞춰지면 그때 너를 내 아들로 인정하겠노라!”

유리는 과부로 살던 어머니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 듣고, 그날부터 각처를 떠돌아다니며 일곱 소나무를 찾아보았으나 결국은 찾지 못하고 돌아오고 말았다. 어느 날 시름없이 마루에 걸터앉았는데 가만히 둘러보니 마루에 소나무 일곱 기둥이 서 있는 게 아닌가? 유리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운데 기둥의 댓돌 밑을 파보자 과연 그곳에 부러진 칼이 있어, 아버지인 주몽과 만나 태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맞다, 내가 세상을 헤매 다닌다고 새로운 글씨체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제부턴 반대로 칩거하면서 찾아보자!”

한한국· 이은집 공저

▲ (한글)오스트레일리아 평화지도 World Peace Map- Australia 1994~2013 (약 7개월) ●제작목적: 세계평화와 오스트레일리아의 평화를 위한 ●작품크기: 2m50㎝ X 2m ●서체: 한한국평화체 ●작품내용: 오스트레일리아의 문화역사, 성경말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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