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성 전 명지전문대 겸임교수/법학박사대통령을 행정의 수반으로 한 정부 조직은 그 특성상 대통령이 가지는 정치적 명분과 대중의 지지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대통령 임기 2년 차에 치러진 지난 제22대 총선은 남은 임기 3년 동안 국정운영의 추진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대통령이 정치적 힘을 가질 때 야당이 존재하더라도 대통령이 원하는 인사를 임명할 수 있고, 국민이 수고를 감당해야 할 과제이더라도 정부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다.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임은 강력한
이문성 전 명지전문대 겸임교수/법학박사딥페이크(Deep-fake)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기술로 그림, 음악, 사진, 동영상 등 각종 이미지를 다양한 형태로 조작하여 만든 일련의 가짜 정보를 말한다.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fake)와 생성형 AI가 만나면서 만들어진 딥페이크의 파급효과는 예상치 못한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카더라’ 스타일의 가짜뉴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공의 인물을 생성하여 인터뷰도 하고 연설도 한다. 심지어 2023년 3월 미국의 전직 대통령 트럼프가 경찰에 쫓겨 체포되어 교도소에 수감되는 사진을
전경우 칼럼니스트1992년,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아득한 시절, 참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뜨면서 보고 듣고 즐길 거리가 엄청 늘어났다. 1980년대의 암울한 시절이 지나고 마침내 문민정부가 들어섰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란 희망에 부풀었다.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이 스포츠로 민심을 누르려 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 무렵 대한민국 스포츠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겨울에는 농구장 배구장에 관중들이 자리를 꽉 채웠고, 봄 여름 가을에는 축구장에 모여 응원을 했다. 지금처럼 외국인
박희제 언론인송년회 모습 속에서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평소 출석률이 썩 좋지 않던 동창회에 엊그제 다녀왔다. 서울 모 호텔에서 열린 대학 송년회엔 재담 넘치는 개그맨 사회자와 요정 원조로 불리는 아이돌 여가수, 뜨고 있는 트로트 가수 등 동문 연예인들이 3부 공연무대를 장식해 흥겨움을 더해줬다. 참석자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듯 푸짐한 상품을 나눠주는 경품 추첨이 마지막 순간까지 수시로 이어졌다. 폭탄주를 마시며 흥청대던 예전의 흔한 풍경은 사라지고 품위와 격조 있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뒤끝은 뭔가 허전했는데, 오랜만에 동문을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3년 4개월 만에 돌아온 KBS2 ‘개그콘서트(개콘)’가 전국 시청률 4.7%를 기록하며 부활했다.개콘은 지난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 무려 20년간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졌지만 개그 코드 부재, 유튜브, OTT 콘텐츠에 밀리며 지난 2020년 막을 내렸었다.그러나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개그맨들의 의지와 도전정신으로 공개 스탠딩 코미디 시대가 다시 시작됐다.과거 개콘은 일요일 밤을 책임지며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일요일 오후 나들이에도 저녁에 개콘을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월요병’보다 무서운 것이 ‘일요일 공포증’이라는 말이 있다. 월요병은 매주 월요일마다 느끼는 피로증을 말한다.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출근이나 등교를 하는 직장인 그리고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월요병 때문에 과거 주말이 없어야 한다는 관리자들도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관리자가 있는 곳은 아마도 일요일 공포증이 더 많은 이들에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일요일 공포증은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다시 학업이나 근무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일어나는 불안감과 두려움이다. 월요병이 주로 물리적인 증
전경우 칼럼니스트전기도 수도도 없던, 지금으로 치면 ‘자연인’보다 더 어렵게 살던 시절이 있었다. 낮에는 논에서 들에서 죽어라 일하고, 밤이면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호롱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톡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뒤따라 톡 톡 소리가 이어졌다. 나중에는 방안 가득 화음이 울린다. 톡 톡 틱.호롱불 심지는 제 풀에 졸리는 듯 가물가물 몸을 휘청댄다. 그 안타까운 불빛마저 스러질까, 조바심을 내며 두 손톱을 맞대고 탁 탁 이를 잡는다. 고단한 밤이 그렇게 흘러갔다. 손톱이 뻘겋게 물들고 겨우 쪽잠을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중고등학생 때 대부분 읽어본 현진건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는 일제 치하 지식인의 무기력을 다룬 작품이다. 제목처럼 사회가 술을 권한다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다. 일본 도쿄 유학까지 다녀온 가장은 귀국해서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회에 대한 절망 때문에 매일 술을 마신다. 작품이 발표됐던 1921년 일본에 지배당했던 당시의 사회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냈던 것이다.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중 유흥주점에 출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지탄을 받았던 프로야구 김광현(SSG
박희제 언론인1989년 초연 이후 ‘롱런’ 기록을 잇고 있는 서울 대학로 터줏대감 연극 ‘늘근도둑이야기’를 엊그제 아내와 관람했다.1996년에도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봤던 작품인데, 늙은 도둑 역을 맡던 명계남 대신 다른 연기자가 출연했다. ‘덜’ 늙은 도둑 역의 박철민은 20년 넘게 같은 역으로 나오고 있어 반가웠다. 관객을 사로잡는 그의 애드리브와 코믹 연기는 압권이었다.두 ‘늘근도둑’이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돌직구 만담은 ‘촌철살인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단순 절도 전과 18범 ‘더 늘근도둑’과 사기 전과 12범
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해변가 바위틈에 굳세고 파란 식물이 보인다. 이 식물이 풍(風)을 막아 준다는 방풍(防風)이다. 방풍나물을 일명 갯기름나물이라고도 하며 학명은 ‘Ledebouriella seseloides (Hoffm.) Wolff’이다.방풍은 원방풍, 갯방풍, 식방풍의 3가지 품종으로 나뉘며 방풍나물의 어린 순은 식감이 좋고 향긋한 맛을 지녀 나물로 조리해먹고, 뿌리는 약재로 사용한다. 식방풍은 봄에 파종해 가을 처서(處暑)를 지나 수확, 원방풍은 가을에 파종해 다음해 또는 2년 후 초가을에 수확한다. 특히 방풍나물은 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우리 고전에 그려진 토끼는 지혜의 동물이다. 바다 용궁 충신 별주부의 꾐에 속아 유인된 토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구했다. 토끼 간이 필요한 용왕에게 ‘간을 산속에 숨겨두고 왔다’는 기지로 죽음을 면한다. 수궁가는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하나다. 토끼와 거북을 주인공으로 삼은 재치 있고 풍자적인 소리로 많이 불려진다. 토끼전, 별주부전, 불로초, 토별산수록, 토별가, 토끼타령, 별주부타령 등 제목도 다양하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재미있게 풍자했다. 등장인물들의 입담이 구수
컵라면에 대한 통찰 우대식(1965 ~ ) 점심을 사무실에서 혼자 컵라면으로 때운다. 며칠 전에는 컵라면 뚜껑에 『전체에 대한 통찰』을 올려놓았다. 라면이 꼬들꼬들하였다. 통찰이라는 말 때문에 라면 맛이 없었다. 엊그제는 『논어집주』를 올려놓았다. 크고 두꺼운 탓에 라면은 눅진눅진하였다. 계강자가 묻고 애공이 묻고 혹자가 묻고 자(子)께서 계속 답을 하셨다. 라면은 불어갔다. 어느 날은 예수를 올려놓을까 아니면 석가를 올려놓을까 고민하였다. 궁둥이가 몹시 뜨거울 것이므로 한참을 고민했다. 하기야 참는 것으로는 최고의 지경을 통과한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배도(裵度, 765~839)는 당덕종 이적(李適)의 시기에 관직에 진출했다. 평생 이당왕조의 중흥을 위해 권간, 환관, 할거세력과 투쟁해 원화중흥을 이룩했다. 문학에도 성취한 그는 기격(氣格)의 고하, 사고의 심천(深淺)을 중시해 장구를 다듬고 성운에 천착하지 않았다. 한유(韓愈)의 재능을 중시했지만, 문장을 희롱하면서 풍자성 잡문을 짓는 것은 찬성하지 않았다. 만년에 동도유수로 있을 때 녹야당(綠野堂)을 짓고 백거이(白居易), 유우석(劉禹錫) 등 명사들과 어울리며 낙양문단의 중심인물이 됐다. 배도는 어려서
김어준(54)씨가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하차 의사를 밝혔다. 노골적인 친민주당 정치 편향 방송으로 그동안 많은 논란을 빚었던 만큼 그의 하차는 때늦은 감이 있지만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김씨의 하차설은 TBS 예산 삭감으로 출연료 인하가 불가피해지면서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그는 자신의 사퇴를 앞두고 지난 10월 특허청에 ‘김어준의 뉴스공장’ 상표권까지 신청했다고 한다. 자신만의 방송을 새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방송인만큼 누가 특별히 시비를 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박
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아Q정전(阿Q正傳)은 루쉰 필명을 가진 사람의 중편소설이다. 루쉰은 중국 근대문학의 창시자라고 칭송받는다. 55세에 죽기까지 32편의 단편소설과 1편의 중편소설을 남겼다. 작가라면 많은 작품을 남긴 것은 아니다. 1881~1936년 생애가 그의 작품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기에 당시 중국 상황을 살필 필요가 있다. 중국은 강대국들에 의해 식민지가 될 백척간두의 처지였다. 그야말로 국가는 본연의 역할을 못했다. 민중의 삶은 피폐 일로였다. 그나마 1911년 신해혁명 쑨원 중심으로 근 300여년 지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게장(蟹醢)을 ‘게젓’이라고도 부른다. 조선 초기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이 쓴 ‘사가집(四佳集)’ 제50권 시류(詩類) 촌주 팔영(村廚八詠)과 조선 후기 문신 한필교(韓弼敎, 1807~1878)의 ‘수사록(隨槎錄)’에 ‘게젓’이 해염(蟹鹽)이라고 나온다. 조선 후기 문신 서영보(徐榮輔, 1759~1816) 등이 쓴 ‘만기요람(萬機要覽)’ 재용편에 ‘게젓’이 청해해(靑蟹醢) 또는 청해해(靑蟹鹽)으로 나오고,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실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을 부
박상병 정치평론가 절대왕정의 구각을 깨고 자유와 평등을 표방했던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유럽은 민주주의 정치가 금세 꽃을 피울 것만 같았다. 급성장한 부르주아지가 시대정신을 일깨우고 있었으며, 정치참여가 본격화 된 노동자 계급의 급속한 팽창은 민주주의 정치의 동력이 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명은 반혁명의 뒤통수를 맞기 일쑤였으며, 부르주아지는 노동자 계급의 진출을 오히려 두려워했다. 도처에서 노동자 계급의 저항이 있었지만 피를 동반한 억압과 전쟁의 광기는 민주주의 정치의 길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혁명의 깃발이 내세
국내 한 만화 공모전에서 한 고등학생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한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수상한 것을 놓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중 경고에 나선 가운데 그림 자체가 해외 정치 풍자 만화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윤석열차’를 두고 과거 영국 정치 상황을 풍자한 일러스트를 표절했다는 지적이 나돌고 있다. 한 네티즌이 공유한 영국 매체의 만평은 지난 2019년 6월 영국 매체 ‘더 선(The Sun)’의 한 논평 기사에 첨부된 것이다. 만평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송병승 충효예문화운동본부 공동총재 이익(李瀷, 1681 숙종 7·1763 영조 39)은 조선왕조 21대 영조(英祖)때의 남인(南人)학자 로 호는 성호(星湖), 본관은 여주(驪州)이다. 실학(實學)의 대가(大家)로 양반계급은 권력에 집중하지 않고 생업(生業)에 종사하게 하고 과거(科擧)제도를 정비해 불필요한 관리를 줄여 평민들이 잘사는 백성우선주의를 주창했다. 수많은 저서 중 성호사설(星湖僿說)이 있는데 인사문(人事門)에 노인들의 슬픔이 10가지가 있다고 했다. 주목할 필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① 대낮에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②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사천성 성도출신 사마상여는 거부의 아들로 문장과 검술을 함께 익혔다. 전국시대 조(趙)의 인상여(藺相如)를 유난히 좋아해 이름을 상여라고 붙였다. 재물로 관직을 샀지만, 실질을 숭상하던 경제는 화려한 문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마침 양효왕 유무(劉武)가 내조했을 때 추양(鄒陽), 매승(枚乘), 장기(庄忌) 등 유세객들도 따라왔다. 사마상여는 병을 핑계로 관직에서 물러나 양나라로 따라갔다가 중국문학사에 빛나는 자허지부(子虛之賦)를 지었다. 사마상여는 말은 어눌했지만 글을 잘 지었다. 양효왕이 열병으로 죽자 고향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