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과 부모.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동과 부모.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0명 중 7명 “체벌은 학대”

부모 80% “체벌한 적 있다”

내면에선 ‘체벌 효과성’ 공감

‘학대?’ ‘훈육?’ 기준 모호해

“사회적대화로 범위 정해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정인이 사건’ 등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체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부모들 역시 10명 중 7명은 체벌을 학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모 10명 중 8명은 본인들이 학대로 인식하고 있는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체벌 행위가 학대라고 생각하면서도 체벌의 효과성과 필요성에 공감하며, 체벌을 대물림하고 있는 혼돈의 상황이 현대사회 부모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자녀체벌금지법’까지 만들어진 상황에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훈육의 기준을 정하는 ‘사회적 대화’와 ‘부모교육’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6일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조사팀)이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신뢰수준 95%, 표집오차 ±3.1%p)에 따르면, 부모(자녀가 있는 응답자 638명) 10명 중 8명은 ‘아이에게 큰 소리를 지르거나 고함을 지른 행위(77%)’가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거나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행위(63%)’, ‘맨 손으로 아이의 손, 발, 엉덩이 등을 때리는 행위(52%)’ ‘아이에게 때리겠다고 위협한 행위(51%)’, ‘딱딱한 물건으로 아이의 손, 발, 엉덩이 등을 때리는 행위(41%)’도 있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행위에 대해 부모 10명 중 7명 이상은 ‘훈육’이 아닌 ‘학대’로 인식했다. 다만 학대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 행위일수록 경험 빈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심한 체벌은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출처: 한국리서치)

◆체벌에 대한 경험-인식 ‘불일치’

부모들은 왜 자신들이 한 행위가 학대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체벌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부모이거나 앞으로 부모가 될 이들은 유년 시절 훈육을 목적으로 한 체벌을 받은 적이 70%나 됐다.

그러나 체벌 경험이 있는 집단 10명 중 8명 이상(83%)은 자신이 받은 체벌이 학대가 아니라고 답해 어린 시절 받은 체벌을 소위 ‘사랑의 매’로 인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사랑의 매 효과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한 부모들은 ‘적절한 체벌은 아이를 가르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에 대해 64%가 동의하며 체벌을 하더라도 아이는 바르게 잘 자랄 수 있고(57%), 아이가 잘못할 때는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52%)고 답해 체벌의 효과성과 필요성 의견에 공감하고 있었다.

즉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자신들이 한 체벌 행위가 학대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체벌의 효과성과 필요성에 공감하며 체벌을 대물림하고 있는 혼돈의 상황이 현대사회의 부모들에게서 관찰되고 있는 것이다.

설문을 시행한 조사팀은 어떤 체벌이 학대가 되고, 훈육이 되는지 구분 짓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혼돈의 상황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출처: 한국리서치)

◆“학대-훈육 구분할 명확한 잣대 없어”

조사결과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목적이 있고(59%), 고의성이 없는(51%) 체벌은 ‘훈육’이라는 시각이 약간 우세했다. 그러나 체벌의 빈도가 적거나(57%), 체벌의 강도가 약해도(52%) 학대에 해당한다는 응답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목적의 정당성 차원 외에는 학대와 훈육을 구분 짓는 명확한 잣대가 없다는 게 조사팀의 지적이다.

조사팀은 “아동학대 심각성과 체벌 금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체벌 행위 대부분을 학대로 인지하면서도, 본인의 체벌 경험을 통해 자녀들에게 체벌을 대물림하고 있는 우리의 양가적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자녀체벌금지법을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경우 생기는 혼란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 한 대도 때리면 안 되는지’, ‘손바닥을 때리는 것도 학대로 봐야 하는지’, ‘남의 집 일에 내가 개입해서 신고해도 되는지’ 등 체벌과 학대에 관한 여러 질문과 혼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조사팀은 ‘부모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조사결과 부모들은 가정 내 아동학대 원인으로 훈육과 학대의 차이에 대한 무지(36%), 양육지식 및 기술의 부족(30%), 부모 역할에 대한 무지(28%)를 꼽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8년 전국보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부모 중 부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37%에 불과했다.

조사팀은 “자녀체벌금지법이 실행된다고 체벌을 경험하고 자란 부모들이 갑자기 변화되기는 어렵다”면서 “자녀체벌금지법은 부모교육을 통해 올바른 훈육 방식에 대한 학습과 인식개선이 함께 이뤄질 때 아동학대를 근절시키는 실효성 있는 법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출처: 한국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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