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개인투자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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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내세운 文정부 ‘공염불’에 지쳐… “시장질서는 우리가”

부동산대책 규제로 아파트 장만 불가능, 코인시장으로 눈 돌려

금융시장 조연에서 주역이 된 MZ세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MZ세대로 통칭하는 2030이 문재인 정부가 외친 ‘공정’이란 단어가 ‘공염불(空念佛)’로 그치는 일이 반복되자 지치고 절박한 마음에 자산시장을 주도하는 반란의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이 세대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물론 가상화폐 시장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과 ‘빚투(빚 내서 투자)’로 가세했다. 그러나 정부의 25번에 걸친 부동산정책으로 인한 규제에 막혔고, 집값은 너무 많이 올라버렸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11억원, 수도권 아파트의 중위 매매가격은 7억원이다. 정부가 부동산투기를 막겠다고 대출까지 문턱을 높인 탓에 영끌을 한다고 해서 도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이다. 또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12년 이상 걸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2030세대에는 절망을 안긴다.

이 때문에 코인(가상화폐)시장으로 눈길을 올렸는데 이마저도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으로 또다시 이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동학개미운동 중심이 돼 주가상승 이끌어, 개미들의 반발이 정치권 입김으로

2∼3년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증시 등 국내 자산시장에서 주역은 언제나 연봉 수준이 높고 자산이 축적된 40대 이상이었다. 이 때문에 2030은 늘 조연이었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의 부양책과 통화완화정책으로 인해 시중에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유동성을 갖췄다.

주식시장에서는 작년 3월 코스피가 1400대까지 떨어지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2030세대가 주축으로 한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코스피는 단기간 2000대로 회복하는 것은 물론 더욱 탄력을 받아 올해 1월 7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기준 3000선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스피는 3150대까지 올라있다. 코스닥 역시 지난달 12일 20년 만에 1000선 돌파를 했다. 최근에는 공매도가 1년 2개월 만에 부분 재개한 영향으로 주춤하면서 코스닥은 960선까지 떨어졌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주식시장에서 주축은 40대 이상이지만, 작년 주식 보유금액 증가율은 20대가 121%, 30대가 92.6%였다. 또 작년에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들이 약 300만명 이었는데, 그중 절반 이상(53.5%)인 160만명이 30대 이하였다.

이같이 2030세대의 적극적인 주식시장 가세로 개미들의 중심이 됐고, 이들 개미들의 공포가 되는 공매도는 작년 3월 6개월간 금지가 됐으나, 두 차례 연장 끝에 이달 2일부터 부분재개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는 개미들이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권에서도 이들 입장을 받아줘야 한다고 당국을 압박한 결과물이다.

2030이 중심이 된 개미들의 목소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부터 주식 양도차익 과세대상인 ‘대주주’ 요건에서 한도가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어드는 것과 관련해 작년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국회 여야가 이를 거들어 유예하자고 정부를 압박하면서 10억원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또 작년 6월 개인투자자의 2천만원 이상 국내 주식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새로 부과하고 증권거래세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동을 걸어 5천만원으로 한도를 조정하기도 했다.

동학개미운동 주식 증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금융위원장 가상화폐 부정 발언에 ‘발끈’, 정치권 달래기 나서

정치권에서는 2030 세력이 선거에서 승부를 좌우할 민심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들을 달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다. 가장 최근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와 관련해 “화폐도 아니고 내재가치도 없으며 오는 9월 가상화폐거래소가 대거 폐쇄될 수도 있다”면서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경고했다가 도리어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면서 코너에 몰렸다. 지난달 23일 시작된 이 청원은 6일 현재 동의자가 16만 7천명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 당 차원에서 가상화폐 관련 TF팀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고, 이광재, 전용기, 노웅래 여당 의원들은 “시대착오적인 책임없는 꼰대식 발언”이라고 은 위원장을 저격하며 청년들을 달랬다. 이광재 의원은 “암호화폐 시장이 위험하니 막겠다는 접근은 시대착오적”이라며 “2030세대는 그들의 삶이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 가능성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용기 의원 역시 “왜 청년들이 주식, 코인에 뛰어드는지 이해했다면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실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신규 가입자(신규로 실명계좌 연동한 이용자) 수는 249만 5289명이었고, 그중 만20세부터 만 39세까지의 신규 가입자 수는 158만 4814명으로 전체의 63.5%였다. 신규 가입자 중에서도 만 20~29세 가입자 수는 81만 6039명으로 가장 많았고, 만 30~39세가 76만 8775명이었다. 이는 곧 현재 가상화폐의 광풍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2030세대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가 2030 청년세대들이 집을 사려 해도 대출을 안해주도록 했고, 국내 주식시장은 최근 10~15% 조정을 받고 있으니 코인시장에 열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는 항상 우상향으로 가기 때문에 주식시장도 같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실망하지 말고,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한 기업 중심으로 투자하고, 가상화폐도 미국과 일본이 거래소를 제도권으로 가져왔으니 이들 상위 거래소의 흐름을 바탕으로 상위코인에 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000만원대까지 하락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후 1시 비트코인은 58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6500만원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루 만에 다시 6000만원선도 내준 것이다. 업비트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600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처음이다. ⓒ천지일보 2021.4.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000만원대까지 하락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후 1시 비트코인은 58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6500만원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루 만에 다시 6000만원선도 내준 것이다. 업비트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600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처음이다. ⓒ천지일보 202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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