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빚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채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부채규모만 보면 양호하지만 증가속도는 주요국 중 가장 빨라

몇 년간 계속될 경우 금융시장 큰 충격, 국가위기까지 올수도

-핵심요약-

◆국가재정 부채속도 경고

정부의 재무제표 결산 결과 지난해 국가부채는 1985조 3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1조 6천억원이 증가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7%에서 44.0%로 1년 만에 6.3%포인트 뛰었다.
 

◆정부, 양호하다는 점만 강조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만 보면 세계주요국 중에서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증가속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과도한 재정지출 금융시장에 부담

전문가들은 국가부채 규모가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빠른 증가속도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증가속도가 몇 년간 계속될 경우 금융시장에 큰 충격뿐 아니라 국가적인 위기상황까지도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부채가 급격하게 늘어 선진국에서 가장 빠른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하고자 4차례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국가부채(광의) 규모가 지난해까지 1985조원까지 급증했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1924조원) 규모를 처음 넘어섰다. 나라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역대 최대인 112조원까지 불어났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4%로 6.3%p 뛰어 국가재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고, 코로나 이전의 경제회복 속도도 주요국 중에서 3번째라는 점을 들어 자화자찬하기에 바쁘고 크게 경각심을 갖지 못하는 듯하다.

전문가들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국가부채 증가속도에 경고하며 재정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으나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명분삼아 집권 마지막 해인 내년 예산에서도 확정재정 기조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국가예산을 더 풀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나라살림 사상 최대 적자

정부는 지난 6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국가부채는 중앙·지방정부의 채무(국가채무)에 공무원·군인연금 등 국가가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의 현재가치(연금충당부채)를 더해 산출하는 개념이다. 현재와 미래의 잠재적인 빚을 합산하는 광의의 부채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재무제표 결산 결과 지난해 국가부채는 1985조 3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1조 6천억원이 증가했다. 공무원과 군인연금의 향후 지급해야 할 금액을 광의의 국가부채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요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를 빼더라도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 등을 제외, 정부의 실제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2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인 2019년(54조 4천억원)의 2배를 넘는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8%로 관리재정수지를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악이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으로 인해 4차례에 걸쳐 66조 8천억원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채발행 규모는 111조 6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국가채무의 증가폭도 크게 늘어 역대 최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국가채무(D1)는 지난해 846조 9천억원으로 전년대비 123조 7천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7%에서 44.0%로 1년 만에 6.3%포인트나 뛰었다.
 

◆정부 “아직은 양호한 수준”

이 같은 최악의 재정지표에도 정부는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 평가했다. 강승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재정으로 큰 폭의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상황”이라면서 “선진국이나 세계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재정으로 지난해 늘어난 국가채무를 감안해도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여전히 주요국 대비 양호한 수준”이며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비율 증가폭도 낮은 모습”이라고 진단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 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 정부가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위한 재정투입과 계속된 경기대응을 위해 재정을 계속 풀 것이라 국가부채 속도는 점점 빨라질 전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그 옆에는 왼쪽부터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3.29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3.29

◆전문가들 “위험 인식하고 속도 조절해야”

전문가들은 국가부채 규모가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빠른 증가속도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증가속도가 몇 년간 계속될 경우 금융시장에 큰 충격뿐 아니라 국가적인 위기상황까지도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작년만 해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엄청나게 늘었는데, 점점 국채발행이 고속화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많은 재정지출에 따른 과도한 국채발행으로 인해 충격은 금융시장에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에는 국채가격은 많이 떨어지고 대신 수익률이 크게 올라가게 되는데, 이럴 경우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국채를 사는 등 순식간에 채권시장이 국채시장으로 몰려들게 될 것이고, 결국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동시에 시장금리가 크게 올라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정부가 정신을 차리고 쓸 돈을 줄여야 되는데, 내년 대선까지 있으니 돈을 더 쓸 것이다. 부채비율만 따져 양호하다고만 얘기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빠른 증가속도에 위험성을 공감하고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절대적인 수준이 높진 않으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것이 계속 이어진다면 민간 금융시장에 굉장한 부담요소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추가적으로 공기업에 대한 부채, 연금과 관련 부채 역시 어마하게 늘고 있어 잠재적인 위기의 원천이 될 수 있어 속도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가 스스로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우므로 미국처럼 재정준칙의 강한 형태로 예산한도를 설정한 후 이를 넘겨야 할 경우 여야 합의가 필요한 제약적 조건을 걸어놓을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의 경우 국가부채가 GDP대비 3배가 높지만 기축통화국이라 엔화로도 결제할 수 있어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우리는 무역의존도가 세계2위인 데다 절대적으로 달러에 의존하는 국가이므로 국가부채나 채무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미국 경제가 올해 7월 이후 정상화된다면 미국은 전 세계 달러를 환수하려 할 것이고, 이럴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해 신흥국은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 따라서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달러를 비축하고 현금보유 비중을 현재 5%에서 30%까지 높여 외환시장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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